노자(老子)

淳 風

별관신사 2012. 11. 2. 02:12

太上, 不知有之,
其次, 親而譽之,
其次, 畏之,
其次, 侮之.

최상의 정치는 무치(無治)의 경지로, 백성들이 전혀
알지 못한다.
다음의 정치는 덕치(德治)의 경지로, 백성들이 친근감을
느끼고 좋아한다.
그 다음의 정치는 법치(法治)의 경지로, 백성들이 겁을
내고 좇는다.
끝의 경지는 포학이며, 백성들로부터 미움과 욕을 받는다.

信不足焉, 有不信焉.

위정자가 성실이 부족하여 열매를 맺지 못하면 백성들로부터
신임을 받지 못할 것이다.

?兮, 其貴言.
功成事遂, 百姓皆謂. 我自然.

성인은 유한자적(悠閑自適)하고 함부로 호령법령을
내리지 않는다.
<그러면서> 모든 일들이 이루어지고 공이 나타나며,
백성들은 저마다 자기가 무위자연의 존재라고 생각하게 된다.
노자는 짧은 말로써 정치의 품등을 정확하게 넷으로 나누었다.


최고의 정치는 <최상의 정치는 무치의 경지로 백성들이
전혀 알지 못한다>이다. 노자가 말하는 <무위이치>의 경지다.
유가에서 높이는 요순지치(堯舜之治)다. 여기서는 백성들이 임금의
존재나 힘조차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임금의 힘이 나에게 무슨
상관이냐?> 한다.
<격양가(擊壤歌)의 한 구절이다. 이는 바로 대동(大同)의 이상이
구현된 경지다. 공양학파(公羊學派)의 하휴(何休)가 말한 [거난세(據亂世)
승평세(升平世), 태평세(太平世)]의 마지막 단계다.
이러한 이상적 사회는 도가나 유가의 차이가 없이 높이는 경지다.

다음의 경지는 <백성들이 친근감을 느끼고 친찬하는>정치다.
즉 유가에서 내세우는 인애(人愛 )를 바탕으로 한 덕치(德治).
교화의 왕도(王道)를 구현하는 단계다. 대동의 이상세계는 천도와
혼연일체가 되어야 이루어진다. 요순 때에는 있었다.
그러나 타락한 후세에는 한번에 도달할 수가 없다.
인간들이 스스로 수양하고 서로 사랑하고 협력하여
인의도덕(人義道德)의 소강상태라도 유지하자는 것이
유가의 현세 실천적 도덕주의였다.

이 경지에서 임금은 불가불 말을 하고 백성을 교화하고 도덕이나
예악(禮樂)으로 바르게 다스려야 한다. 즉 덕으로써
백성을 인도하고, 예로써 고르게 다지고,
인애(仁愛)로 백성을 다스리고, 인덕으로써

천하를 감화하고, 바른 길 즉 의(義)로써 백성을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 따라서 백성들은 이러한 왕자(王者)를
사랑하고 또 그를 칭송하게 될 것이다.



또 다음의 경지는 법치(法治)로서, 백성들에게 권위를
휘둘러 따르게 하는 정치다. 즉 패도(覇道)의 법치다. 형벌이나
권모술책으로 백성을 부리는 정치다. 오늘날의 세계가 채택하고
있는 정치가 바로 이러한 것이다. 그러나 노자나 유가에서 볼 때
이것은 이상적이거나 좋은 정치가 아니고 끝에서 둘째가는
패도의 정치다.

끝으로 노자는 정치 아닌 포학무도를 <其次, 侮之>라고
했다. 걸(桀)이나 주(紂) 같은 학정(虐政)이고, 결국은 백성들의
미움을 받고 하늘의 노여움을 받아 멸망하고 마는 것이다.
이상의 넷을 다시 한 번 추리면 다음 같다.

①은 무치(無治), ②는 덕치(德治), ③은 법치(法治)

④는 포학(暴虐)이다.

이중에는 노자는 ①만을 높이고 주장하고 내걸었다.
즉 무치(無治)의 경지에서는 무위자연의 도를 따라 만물이
다 실하게 생육화성하며, 전혀 인위적 압력이나 간섭을
의식하지 않는다. 봄이 되면 꽃이 피고 여름에 여물고
가을에 시들고 겨울에 잎이 떨어지고 메마르지만 이듬해의
봄이 되면 다시 꽃이 핀다. 이것이 무에서 유가 나오고,
그 유가 다시 근원으로 돌아갔다가 또다시 나오는 것이다.
금년에 핀 꽃만을 영원한 것으로 착각하고 꼭 움켜쥐고
있으려는 태도는 미망이다. 그렇듯이 오늘에 살고 있는

나만을 꼭 잡고 놓치지 않겠다는 것은 미망이다.
더욱이 순간적이고 하나에 불과한 나라고 하는 인간의
욕심에 매달려 전체를 어지럽히고 많은 나, 즉
백성을 학대하는 잘못된 정치는 인간의 미망 중에도
가장 큰 미망이 아닐 수 없다.

백성들로 하여금 <오직 나는 스스로 있다>하는 느낌을
갖도록 해야 하겠다.
자연(自然), 그것은 영어의 의 뜻보다 훨씬 깊다.
나 의 뜻이다.
즉 스스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본질적 존재, 또는 본질적으로
그렇게 되다의 뜻이다. 최고의 자연은 바로 하늘이다.

하늘은 타력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제물로 있는 존재이면서
만물의 근원이다. 이것이 바로 하늘이다. 따라서 제 16장에서
<天乃道>라 했다.

유가에서 말하는 천(天)은 바로 만물의 근원, 창조주이고
우주 운행의 섭리자, 주재자이다. 이것을 그리스도교에서는
절대자로서 인격화했으며, 신이라 한다. 그러나 노자는
천이나 신 자체도 인간적 머리에서 나온 것이라 하여
무시하고 오직 그 조화의 도리인 도만을 내세우고자 했다.
천도, 신도, 따라서 나도 버리고 오직 조화(造化)의
도리를 따라 생육화성하는 것이 자연과 일치하는 경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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