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말해 기독교는 특정한 가족 특정한 지역 특정한 민족 특정한 정치를 넘어서
세계적 규모의 보편성을 지향하는 종교로 성장하게 되었다. 이 점에서 하나님의
아버지라는 말은 글자 그대로의 무서운 파괴력을 함축하고 있다.
모든 인간들이 신을 유일한 아버지로 삼고 있다면 혈육으로 이어진 아버지는 가짜
아버지에 불과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때문에 기독교는 세계종교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들 가운데 어느 부류의 신이 가장 사랑하고 아낄 것인가?
해방신학에서는 그것이 정치적으로 억압받는 사람들과 경제적으로 착취되는 노동자
들이라고 생각한다. 부유하게 살고 있는 자식들보다 비참한 삶을 영위하는 자식에게
부모가 더 깊은 애정과 관심을 기울이듯 말이다. 이에 따르면 신의 뜻에 따르는 모든
기독교도들은 당연히 가진자들 보다는 가지지못한 자들의 편에 서야 한다. 그리고
가진자들의 것을 그렇지 못한 자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어야 한다. 오직 그럴때에만
천상의 신이 가장 기뻐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해방신학의 핵심취지였던 것이다.
이점에서 보면 오컴은 곧 중세의 해방신학자였다고도 할 수 있다. 그가 사유재산을
철저히 거부했던 이유는 그것이 바로 가진자들의 기득권논리를 반영한 것이기 때문이다.
같은 신의 자식임에도 불구하고 민중들에게 인색했던 기득권자들은 오컴의 눈에는
가장 미워할 수 밖에 없는 존재로 보였던 것이다. 반대로 일반 민중들은 신이 주신 생명을
보존하는 것을 지상의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 이런 이유로 오컴은 생존의 위협을 느낀다면
당신의 법률적 소유권을 어겨도 된다고 주장하게 된 것이다. 오컴이 그 당시 정치권력으로
부터 심각한 살해위협에 시달리게 되었던 것도 결국을 이 이유었던 셈이다.
동서양 철학의 모든것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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