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테실라오스가 죽자 그리스인들은 두려운 심정에서 벗어나 한꺼번에 해안
으로 내려섰다. 그들 중에서도 신성한 아킬레우스는 어서 빨리 전투를 하고 싶
어 안달을 했다. 전쟁 첫날부터 높은 계급의 트로이 장군을 무찌르는 영광을 누
리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공격권 안에 있었던 잔챙이 졸개들을 무시
한 채 해안 경비를 맡고 있던 분대장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는 쉽게 그를 발견
해냈다. 그는 킥노스라는 이름을 가진 왕자로 포세이돈의 아들이었는데, 트로이
사람은 아니지만 트로이 동맹군 중의 하나였다. 그와 대적하게 된 것이 아킬레
우스로서는 행운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킥노스는 트로이 군의 모든 전사들 가
운데 가장 물리치기 힘든 상대였기 때문이다. 그가 태어났을 때, 부친인 포세이
돈은 테티스가 아킬레우스에게 했던 것과 같은 조치를 취했다. 킥노스 역시
스틱스 강물에 잠기게 하여 몸에 어떤 상처도 침투하지 못하게끔 했던 것이
다. 게다가 테티스와는 달리 포세이돈은 발목까지도 잊지 않고 잠기게 하여 온
몸에 완벽한 방어벽을 만들어주었다. 장교임이 한눈에 드러나는 킥노스의 화려
한 깃털 장식과 무기들을 알아보자마자 아킬레우스는 그를 불러 세 결투를 신
청했다.
"나는 신성한 아킬레우스다. 용기가 있거든 나에게 덤벼라." 놀랍게도 상대가
조금도 반응하지 않자. 아킬레우스는 그에게 다가가 전투 태세를 취했다. 아킬레
우스는 힘센 팔로 킥노스의 가슴을 향해 투창을 내꽂았지만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보였다.
'이런! 내 투창 촉이 날카로움을 잃어 무뎌졌는가 보군.' 하고 아킬레우스는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투창의 청동 촉을 조심스레 확인하고는 더 힘을 주어
두번째 투창을 킥노스에게 던졌다. 투창은 킥노스의 갑옷과 방패를 꿰뚫기는
했지만 그의 피부에는 생채기조차 내지 못했다. 그러자 아킬레우스는 초조해
졌고 손에 힘이 빠졌나하며 의아해했다. 이번에는 시험 삼아 킥노스가 아니라
그들의 싸움을 태연하게 지켜보고 있던 불운한 트로이 군사 하나를 향해 세번째
투창을 던져보았다 아킬레우스의 투창은 그 군인을 관통했을 뿐만 아니라 계속
날아가 뒤에 있던 두번째 트로이 군사의 등까지 내리쳐 그 역시 쓰러지게 했
다. 자신의 힘을 다시 확인한 아킬레우스는 세번째 투창을 주워 들어 그것을
킥노스에게 던졌다.
처음부터 킥노스는 비웃어가며 그저 상대방이 하는 양을 쳐다볼 뿐이었는데,
이번에는 아예 방패로 막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아킬레우스의 투창은 킥노
스의 어깨에 닿더니만 마치 돌담에 부딪힌 듯 다시 튕겨 나왔다.
하지만 킥노스 어깨 위의 핏자국을 보고 아킬레우스는 쾌재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은 좀전에 죽인 트로이 군사들의 피가 투창끝에 남아 있던 것임을
곧 알게 되었다. 그러자 아킬레우스는 자신이 늘 사용하던 무기가 이 괴이한 상
대에게는 아무 쓸모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킥노스에게 달려들어 머리가
핑 돌만큼 주먹질을 해대고는 땅바닥에 내던져 그의 등을 타고 올라가 킥노스의
투구 끈을 이용해 목을 졸라버렸다. 이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네스토르는 격언
조로 한마디했다.
"킥노스의 죽음은 세상에 천하 무적은 없다는 걸 보여주지." 승리한 아킬레우
스는 그러한 예언적인 관전평에 조금도 개의치 않고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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