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話 이야기.

메소포타미아신화. 신들의 전쟁

별관신사 2015. 3. 25. 06:47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아직 하늘과 땅도 없을 때, 세상에는 다만
물과 그 물을 지배하고 있는 두 존재만이 있었다. 신선한 물은 아푸
스의 소유 였고, 소금물은 그의 아내 티아마트의 소유였다. 그러나

그 무렵 이 두가지는 함께 섞여 있었으므로, 아직 강이라든가 바다
같은 것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마침내 결혼하여 큰 두 아이를 낳았으니, 남자 아이는 라무

이고 여자 아이는 라하무 였다. 다시 이들이 결합하여 안샤와 키샤
를 낳았다. 안샤는 하늘 위의 영이었고, 키샤는 땅에 사는 영이었는
데, 이들한테서 아누 혹은 하늘이 태어났다.

아누의 아들 에아는 막강한 만큼 예지도 넘쳐, 그의 부모는 물론 그
이전의 누구보다도 빼어났다.

에아가 태어난 후 신들의 가족은 급작스럽게 불어나서 시끄럽기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펄쩍펄쩍 뛰고, 달리고, 호들갑스럽고, 젖먹
던 힘까지 다해 소리지르는 바람에, 불쌍한 증조할머니 티아마트는

마침내 신경 쇠약증에 걸리고 말았다. 그렇지만 할머니는 불평 한마
디 하지 않고 속으로만 삭일 뿐이었다. '애들은 역시 애들이야'하면
서 '고칠 수 없을 때는 참는 도리밖에 없지'라고 생각하였다. 그러

나 증조할아버지 아푸스는 성미가 달랐다. 어느 날 그는 더 이상 그
소란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아푸스는 그가 상담이나 기분풀
이하기 위해 집에 데리고 있는 난쟁이 뭄무를 불러 왔다.

"자, 나하고 같이 티아마트에게 가서 이걸 말해 봐야겠다."

하며 둘이서 티아카트한테로 가 아이들 문제를 어떻게 했으면 좋겠
는지 의논하였다.
그러나 아푸스는 조용하게 의논할 기분이 아니었으므로 큰 소리를
쳤다.

"들어보구려, 할멈. 나는 이제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소! 낮에는
낮대로 잠시도 편할 날이 없고, 밤에는 한숨도 잘 수가 없단 말이
오. 어떻게 해야 편안히 지낼 수 있겠소? 그래, 내 저놈들을 당장
없어 버려야겠소."

이런 말을 듣자, 티아마트는 새파랗게 질려 화를 버럭 내며 아푸스
에게 이렇게 말했다.

"무슨 말씀을 하는 거예요? 그래, 우리 손으로 만든 것을 우리 손
으로 없애버리자는 말씀이세요? 물론, 저 아이들이 우리의 신경을
거슬리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본래, 아이들이란 모두 어른들을
귀찮게 구는 법이에요. 그러니 그 정도는 참아야지 별 수 없지 않겠
어요!"

그러나 그녀의 이와 같은 말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녀가 이렇
게 말하자, 뭄무는 주인 곁에 바싹 다가가 귀에 속삭였다.

"주인님! 못 들은 체하십시오. 조용하기를 바라신다면 주저치 마
시고 저것들을 그냥 없애 버리십시오!"

뭄무의 조언을 듣고 아푸스는 흡족한 생각이 들었는지 난쟁이를 덥
석 안아 자기 무릎 위에 앉혀 놓고 목을 껴안고 입을 맞추어 주었다.
그리고나서 그들은 신들에게 나아가 자기들이 결심한 바를 말해 주
었다.

이 결정을 들은 신들의 놀라움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들은 그
저 하늘 이쪽 저쪽을 몰려 다니며 손을 비비고 어쩔 줄을 모르다가
급기야 슬픔에 빠진 듯 주저앉아 자기들 머리에 떨어질 재난을 탄식
할 뿐이었다.

단지 에아만은 그렇지 않았다. 하늘의 무리들 중 총명하게 뛰어나고
민첩하기 이를 데 없고 지략에도 능한 에아는 이미 앞날을 예측하고
선수를 쳐서 대책을 꾸며 놓은 지 오래였다. 그의 모든 형제 자매들

이 모여서 대책도 없이 탄식만 하고 있을 때, 에아는 작전을 세우느
라 분주하였다. 그는 한마디 말도 없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물
통을 가져다 물을 가득히 채웠다. 그리곤 거기에 영험 있는 주문을

외우더니 아푸스와 뭄무 쪽으로 그 물통을 가지고 가서 그들에게 마
시라잠시 후, 아푸스는 잠에 곯아떨어졌고, 뭄무는 졸음을 견디지 못해
이리 꾸벅 저리 꾸벅하면서도 잠을 쫓으려 했지만, 잘 안 되는 모

양이었다. 에아는 때를 놓칠세라 번개처럼 날쌘 동작으로 아푸스의
옷과 왕관을 벗기고, 후광도 떼어낸 다음 그가 살던 집을 점령하였
다. 천하에 고약한 자문위원 뭄무에 대해서는 꽁꽁 묶고 코를 꿰어

방울을 달아 지하 감방으로 끌고 가 쳐넣었다.
이처럼 자기 적을 정벌하고 자기의 승리를 기록한 기념탐을 세운후,
그는 아늑하고 아름다운 방을 꾸며 담키나를 신부로 맞이하였다.

이 성스럽고 행복한 곳에서, 신들 가운데서 가장 강한 왕자 중의
왕자, 왕 중의 왕인 말둑신이 태어난 것이다. 그는 여신들의 품에
안겨 자라면서 여신들의 젖과 함께 그들이 지닌 위엄과 권력을 빨

아먹었다. 그의 모습은 부드럽고 유연했으며, 눈은 현란하게 빛났
고, 걸음걸이는 당당하였다. 그는 그가 탄생하던 날 벌써 다 자랐
다. 아버지 에아는 그를 보자 너무나 기뻐서 파안대소하였다. 그리

고 그를 승인하는 표시를 부여함과 동시에 그에게 신성을 두 배로
주기로 결정하였다. 그리하여에아는 말둑에게, 인간의 마음으론 상
상할 수도 없고 인간의 말로는 표현할 수조차 없는 당당한 형상을

부여하였다. 말둑은 눈과 귀를 각기 4개씩 갖고 있었으며, 그가 입
술을 움직이면 거기선 불이 쏟아져 나왔다. 키는 굉장히 컸고, 사
지도 그에 따라 클 수밖에 없었는데, 열 명의 신들이 발하는 휘황
찬란한 후광을 의상으로 차려 입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매우 모험적인 기질을 타고난지라, 자라면서 엉뚱한
장난을 치기 시작하였는데, 갈수록 난폭해졌다. 한때는 장난삼아
바람을 가죽끈으로 매어 버렸기 때문에, 바람을 말뚝이 택하는 곳

으로 바람을 불 수밖에 없었다. 또 어떤 때는, 천상의 거처를 지
키는 용의 입에 망태기를 씌워 틀어 막았다. 이제 신들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는지 티아마트에게 가서 불평을 늘어 놓았다.

"말둑이 일을 얼마나 뒤죽박죽으로 만들고 있는지 알고나 계십니
까? 그애의 장난에는 넌더리가 난답니다. 그런데도 가만히 앉아서
보고만 계실겁니까? 허구헌 날 못된 짓만 골라 하고 다닌답니다.

지난날 아푸스와 뭄무가 뭐라고 했을 때에도 당신은 그저 가만히
있었지요? 당신은 아푸스가 만든 큰 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
푸스가 위태롭게 되었을 때, 그것을 써볼 생각은 하지도 않았지요!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습니까? 당신은 과부신세가 되고 말았지 않
습니까? 남편을 위해 일을 다하지 못했을지라도, 아이들을 위해선
무언가 해주셔야 합니다! 이제 말둑을 호되게 혼내 주십시오!"

이렇게 추궁을 당하자 티아마트도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좋다! 그럼, 우리 모두 함께 가 그 아이와 싸우자! 그러나 경고
해두지만 우리 모두가 덤비더라도 그 아이를 당하지 못할 것이다.
원군이 없으면 승산이 없다! 그러니 우선 그것들을 조금 만들어 두
어야 할 것이야."

이리하여 티아마트를 중심으로 신들이 모여 작전 회의를 열었다.
저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작전 계획을 세웠다. 그러는 동안 티
아마트는 무시무시한 짐승들을 만들었다. 그놈들은 날카로운 이빨

과 뻐드러진 어금니를 갖고 있었고 혈관에는 피 대신 독액이 주입
되었다. 광란하는 괴물들도 만들었는데 활활 타오르는 불꽃에 둘
러싸인 저들에게서 섬광이 번뜩이는 것을 보게 되면 어느 누구라

도 꼬리를 감추고 도망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살무사, 용, 맘
모스, 큰 사자, 미친 개, 전갈, 광폭한 폭풍의 악귀들, 나는 용,
켄타우로스 등 11종에 이르는 소름이 끼치는 존재들은 싸움에 나

서면 무서움을 모르는 전사들이었기에 이들의 공격을 막아낼 자는
아무도 없었다.
다음에 티아마트는 킹구라 불리는 신을 총사령관으로 임명하였다.

"킹구, 그대는 군기를 높이 들고 전군을 지휘하며, 사기가 떨어
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대의 명령은 아무도 거역 못 할 것이니.
보라, 이는 내가 그대를 높은 자리에 앉혔음이며, 따라서 그대는
나의 반려자가 될 것이니라!"

이렇게 말하며 티아마트는 그에게 권력의 상징을 부여하고, 그의
가슴엔 운명을 결정하는 커다란 결정의 패찰(tablets of decision)
을 달아주었다. 취임식을 마치고 나서 티아마트와 킹구는 신들을
향하여 큰 소리로 외쳤다.

불이 타오르고, 불길이 치솟아도,
그대들은 그것을 불어 끌지어다!
강한 자가 힘을 잃고,
오만한 자가 패주할 것이로다!

이러한 말이 귓가에 울리는 소리를 들으며 군사들은 출발을 하였다.
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