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세우스가 메두사의 머리를 베어냈을 때 고르곤의 키 몇 방울이 땅에 떨어
졌고, 이 피로부터 날개 달린 말 페가소스가 탄생했다. 평소 딸을 몹시 좋아하던
포세이돈은 살아남은 고르곤의 두 자매들에게 요청하여 말을 얻어냈고, 그 말
을 자기 땅의 초원에 풀어놓았다 몇 년 뒤, 바로 그 초원에서 말을 발견하게 되
는 사람이 벨레로폰이다. 벨레로폰의 생애는, 적어도 그 초반부는 헤라클레스
와 유사한 점이 없지 않다. 테베의 영웅 헤라클레스처럼 벨레로폰도 신과 인간
사이의 불법적 인 사랑 가운데서 태어났으며 그의 아버지가 바로 포세이돈이었
다. 헤라클레스처럼 그도 젊은 시절 본의 아닌 죄를 저질렀고, 그 죄를 씻어
내기 위해 프로이토스 왕이 내리는 일을 시행하라는 임무를 받게 되었다. 그러
나 헤라를레스와는 반대로 벨레로폰은 힘도 용기도 뛰어나지 못했다. 그가 자
신의 과업을 수행해내기 위해서는 아버지인 신의 보호 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프로이토스가 맡긴 가장 어려운 일은 키마이라를 죽이는 일이었다. 키마이라는
정면은 사자, 후면은 뱀, 그 사이는 염소 모양을 한 이상한 괴물이었다. 이 괴물
은 그 중심 토막만이 약한 부위였는데, 그것도 위에서 아래로, ㅐ걍 사람들이
말하는 등심 부위를 내리쳐야만 했다. 키마이라를 정면 대응하기를 꺼려한 벨레
로폰은 포세이돈의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포세이돈은 날개 달린 말 페가소스
와 그 말을 다스릴 수 있는 황금 재갈을 함께 아들에게 선물하면서 말했다.
"이 말을 타면 키마이라를 공중에서 공격할 수 있다."그리하여 벨레로폰은 괴
물 바로 위를 빙빙 돌면서 괴물의 취약 부위를 맞출 때까지 아무런 위험도 없
이 화살을 퍼부어댈 수 있었다. 이 싸움을 귀감 삼아 그는 이후에 계속되는 프
로이토스 왕의 일을 처리했고, 수많은 적들을 물리칠 수 있었다. 일례로 그는 아
마존족 전체를 화 살 하나 쏘지 않고 혼자 힘으로 퇴각시킬 수 있었다. 머리 위
를 날고 있는 경기병을 본 아마존족은 비행기나 헬리콥터가 나타난 줄 알고 기
겁을 하고 혼비백산 도망을 쳐버린 것이다.
이같은 손쉬운 승리에 도취된 벨레로폰은 야심을 끝없이 펼쳐갔다. 그리하여
올림포스까지 올라가 신들이 모인 앞에서 말을 이리저리 날 뛰게 하려는 그야
말로 '정신나간' 계획을 품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제우스는 그의 공적에 종지부
를 찍게 하기로 했다. 벨레로폰이 올림포스에 다다른 순간 제우스가 보낸 등
에가 페가소스의 엉덩이를 물었다. 준마는 갑자기 뒷발질을 했고 말에서 떨어
진 벨레로폰은 2백 미터 상공에서 땅바닥으로 추락해버렸다. 괴물과 거인을 물
리친 벨레로폰은 조그만 등에 한 마리한테 패하고 만 것이다.
"이번만큼은 얘기가 길지 않군요."
라고 아이아스가 네스토르에게 한마디했다.
"그래, 하지만 교훈적이잖아."
라고 조금 기분이 상한 네스토르가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