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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있는 그대로 보기 -식물과 이야기 하기

별관신사 2015. 8. 11. 05:11

있는 그대로 보기 -식물과 이야기 하기.
돌아오는 길 http://cafe.daum.net/bangseng/Lz2v/2 

어릴 적에 내가 세네살 먹었을 때

사촌형제들과 함께 모여 살았었는데 그중에 제일 큰 오빠는 중학교에 다녔다. 까만 교복과 모자를 쓰고 다녔다.

큰 오빠는 제일 어린 나에게 재미있게 놀아주면서 골려주기도 했다.

꿀벌의 꿀을 먹으면 진짜 맛있다고 하면서 꿀벌을 잡아서 날개를 떼고는

침이 달린 궁뎅이를 내 입술쪽으로 내밀면서 빨아보라고 맛있다고 꿀이 얼마나 달다고 하면서

어서 빨으라고 해서 내 입술이  한접시 되게 만든 적도 있었다.

 

오늘도 재미있게 인형과 놀아주었다. 그런데 오늘은 풀도 나무도 말을 한다고 하였다.

 

정말? 했더니 그러엄...하면서

너 풀들이 이야기 하는거 한 번도 못들어 봤어? 한다.

나는 못들어봤는데... 풀도 이야기를 해? 입이 없잖아. 그런데 어떻게 말해?하니

풀도 살아있잖아. 그러니까 풀도 당연히 이야기를 하지.죽은 풀은 말 못해. 오빠는 풀이랑 맨날 이야기를 해.

너도 살아있으니까 오빠랑 이야기 하잖아. 걔네들이라고 말못하겠냐?

정말?      그렇다니까. 

 

 오빠는 한사코 자기는 맨날 풀들하고 밥먹었니 잘잤니 하면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풀도 재미있게 오빠랑 서로 말을 주고 받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자기들끼리 킥킥거리며 웃었다.

정말 풀도 살아있으니까 이야기를 한다는 오빠의 말은 맞는 말 같았다.

 

 그러니까 오늘부터 풀들과 이야기할 때까지 말을 붙여보라고 오빠는 말했다.

근데 오빠 . 풀들은 나하고 아무 말도 안해.한 번도 못 들어봤어.

 

. 그러니까 풀한테 가서 나한테 말해봐 말해봐 하면서 말을 시키는거야.

그럼 걔네들이 결국 너한테 말을 할거야. 알았지? 꼭해 응?

 

나는 알았다고 하면서 오빠가 데려다준 화분앞에 서서 풀에게 말을 시켰다. 그것은 시장에서 사온 파 한 뿌리였다.

오빠는 더해봐 하면서 웃으며 다른데로 갔다. 

나는 그 화분과 이야기하다가 내가 정말 좋아하는 풀인 담쟁이덩쿨로 갔다.

기왕에 말을 붙일거면 내가 좋아하는 풀하고 말하고 싶었다.

 

 

그 담쟁이 덩쿨은 매우 큰 것으로 집 전체를 둘러싸고 있고 동네 담벼락 전체를 둘러싼 아주 큰 것이었다.

봄에 나오는 그들의 작은 새싹은 어찌나 이쁜지  나는 그 담쟁이 덩쿨의 잎과 손가락같이 생긴 작은 덩굴손과 꽃이 떨어지는 초록색 점점을 보면 너무 이쁘고 황홀해서 숨이 막힐 정도였다. 세상에 이렇게 이쁜 것도 있구나..이러면서 황홀해 했다.

 

나는 풀과 대화한다는 오빠의 말을 믿고, 단한 번이라도  담쟁이가 나에게 말을 걸 때까지  담쟁이에게 말을 걸기로 했다.

 

담쟁아 담쟁아. 너가 말을 한다는데 나는 그동안 니 말을 못들었어. 그러니까 오빠한테 말고 나한테도 말을 걸어줘.

나는 그렇게 담쟁이에게 말하고 거기 서서 담쟁이가 나에게 대답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담쟁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 삼십분정도동안 나는 아무 말 없이 담쟁이 옆에서 서서 그가 말하길 기다렸지만 아무 말도 없었다.

나는 다시 말을 걸었다.

담쟁아 담쟁아. 너가 말을 한다는데 나는 그동안 니 말을 못들었어. 그러니까 오빠한테 말고 나한테도 말을 걸어줘.

 

그리고는 다시 조용히 그애가 말하길 기다렸다.

하지만 역시 아무 말도 없었다.

담쟁이의 목소리가 사람처럼 입이 없으니까 아주 작게 말할 수도 있기 때문에 못들을까봐 아주 주의를 하면서

나는 바짝 깨어있으면서 담쟁이의 말을 들으려고 온 촉각을 곤두세우며 들었다.

하지만 역시 아무 말도 없었다.

그렇게 몇 시간이 갔다.

놀러갔던 오빠가. 와서는 내꼴을 보더니  너 아직도 풀하고 이야기 못했니? 한다.

그래서 응. 했더니. 더해봐. 하였다. 그러면서 웃고 지나갔다.

 

나는 뭔가 기분이 나빴다. 하지만 풀하고 이야기 하고 싶어서 계속 서서 풀에게 말을 한마디 붙이고는 몇시간을 그냥 잠잠히 듣고만 있었다.

내가 풀에게 말을 걸려는 아주 짧은 순간에 하필 풀이 나한테 말을 걸 수가 있었다.

둘이 서로 떠들면 안된다. 풀은 말이 별로 없으니까 나는 고만 말을 걸고 풀의 말을 듣기만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담쟁아. 내가 너한테 말을 걸때 하필 그 때 니가 말하면 내가 못들으니까

내가 너한테 말을 안걸께. 그러니까 나한테 꼭 말을 해줘. 하면서 계속 아무 말 없이 듣기만 했다.

 

하지만 풀은 아무 말도 안했다. 엄마가 저녁밥 먹으라고 부르셨다.

나는 풀에게 내일 다시 오겠다고 하고 집에와서 잤다.

그 다음날 나는 다시 그 자리로 갔다. 똑같이 말했다.

담쟁아 . 오늘은 나에게 꼭 말을 해줘. 나는 니 말을 듣고 싶어.

오빠한테만 말하지 말고 나한테도 꼭 말해줘. 내가 말할때 동시에 네가 말하면 내가 네 말을 못들을 수도 있으니까

나는 듣기만 할께. 그러니까 하루중 아무때라도 나한테 꼭 말을 해 알았지?"

 

그렇게 하고는 하루 종일 조용히 앉아서 담쟁이 말을 듣기만 했다. 참 무료했다.

힘들었다. 하지만 나는 꼭 풀하고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딴 생각을 하면 안된다. 다른 것을 봐도 안된다

그때 담쟁이가 말을 아주 작게 하는데 못들으면 어쩔것인가.

 

오빠가 오후에 날 보더니 쟤 정말 미련해. 하면서

너 오늘은 꼭 풀하고 이야기 해야 한다. 알았지? 한다.

나는 오빠보고 시끄럽다고 하였다. 담쟁이말 안들리니까 조용히 하라고 부탁을 했다.오빠는 곧 갔다.

 

하루 종일 뙤약볕에서 담쟁이를 보면서 담쟁이가 언제 말걸지도 모르는데 듣기만 하는 것은 힘들었다.

그날도 허탕을 쳤다.

나는 그 다음날도 갔다.

그렇게 날마다 가서 서있었다.

일주일쯤 되었을때

오빠는 너 아직도 풀하고 이야기하려고 애쓰냐? 너 바보니? 한다.

자기가 시켜놓고 시키는 대로 하는 나 보고 바보라고 하다니...

 

나는 오빠랑 말하는 시간도 아까왔다. 그 때 담쟁이가 말을 걸 수도 있으니까.

떠드느라고 못들으면 그동안 고생한 게 허탕되지 않는가.

 

나는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계속 담쟁이에게 갔다.

하루 종일 아무 것도 안하고 아침밥 먹으면 담쟁이에게 가서

담쟁이가 말을 나에게 걸 때까지 아침에 가서 인사하고 나한테 말걸라고 말한 다음에

하루 종일 옆에서 담쟁이가 말거는 걸 기다리며 듣기만 하는 것이다.

 

엄마가 불러서 점심밥 먹으러 갈 때도 시간이 아까왔다

그 때 담쟁이가 말을 걸면 어쩌는가. 그동안 노력한 시간이 아깝게 되는 것 아닌가.

 

얼른 먹고와서 나 왔다고 말하고는 다시 담쟁이를 보면서 담쟁이의 말을 들으려고 조용히 있었다.

 

한번 마음 먹었으니 꼭 해내고 싶은게 내 마음이었다.

나는 그게 언제든 담쟁이가 말을 나에게 걸 때까지 해볼 참이었다.

 

갑자기 나에게 옥수수가 왔다.

마을 사람들이 옥수수를 잔뜩 쪄서 골목에서 잔치를 벌이고 있었나보다.

옥수수를 먹으며 담쟁이를 보고 있는데 옥수수 씹는 소리 때문에 담쟁이의 말이 들리지 않을지 모르겠다는 걱정이 들었다.

나는 옥수수를 먹다 말았다. 입안에 들어있던 옥수수낱알도 다 뱉어 내었다.

침삼키는 소리 때문에 혹시라도 있을 담쟁이의 작은 말이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목에 걸린 낱알 때문에 기침이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기침을 하는 사이에 동시에

담쟁이가  아주 작은 소리로 "아" 라는 말을 할지도 모르지 않는가?

기침도 할 수가 없었다. 꾹 참고 하루 종일 집중해서 들었다.

 하루는 참 길고도 짧았다.

 

 

둔순아. 너 또 담쟁이한테 가니? 맞지? 맞지? 오빠들이 놀렸다.

 

(자기가 시켜놓고 그대로 한다고 놀리기까지..이게 뭐지?)

아니야 나 담쟁이랑 말걸려고 가는거 아니야. 그냥 담쟁이가 좋아서 가.

그러니까 오빠는 신경쓰지 마.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나는 계속해서 갔다.

나는 아팠다. 지독한 열병을 앓아서 며칠을 앓았다.

그리곤 며칠만에 일어나서 담쟁이에게 다시 갔다.

나 며칠동안 못왔어. 오늘은 왔으니까 나한테 말걸어줘.

하면서 하루 종일 담쟁이를 쳐다보고 담쟁이가 곧 나에게 말을 걸 수도 있다고 생각되어 하루 종일 집중해서 조용히 들었다.

 

  

오빠는 이제 날 걱정하였다.

날 보고 사실을 이야기 해주었다.

 

오빠가 너 골려주려고 그런거라고. 사실은 풀들이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오빠도 못듣는다고 . 풀은 입이 없어서 말 못한다고.

그러니까 너 이제 다 잊고 편안히 놀라고 거기가서 서있지 말라고 하였다.

너 밤에 아프다고 너네 엄마한테 혼났다고 하면서.

오빠보고 알았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하고는 나는 담쟁이앞에  다시 가서 있었다.

 

 

나는 담쟁이를 하루 종일 쳐다보고 고요히 들으면서 내 파장을 담쟁이의 파장과 점점 맞추게 된 것이었다.

나는 어떤 확신이 들었다. 내가 떠들지 않고 고요히 있으면 언젠가 담쟁이는 나한테 말을 걸 것이다.라고.

하지만 담쟁이는 여태 단 한마디도 ,기침도 ",아" 나 "억"소리조차 한 적이 없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걸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날짜를 세진 않았지만

삼주일은 족히 넘었다.

 

나는 기한이 없이 담쟁이가 나한테 말을 걸때까지 듣기로 결심했던 참이었다.

나는 어려서 아무 할 일도 없으니까 궁금한 것을 해결하려고 한 것이다.

그것이 나에게는  제일 재미있는 일이다.

 

너 지금도 풀이랑 이야기 하니 ? 하고 물으면

아니에요. 나는 그냥 혼자 놀아요 하였다.

뙤약볕에서 너무 힘들면 버려진 판떼기를 머리에 뒤집어 쓰고

담쟁이가 말을 걸기를 기다리며 가끔씩 (하루에 한번 혹은 두세번) 담쟁이에게 말을 걸면서 계속 듣기만 했다. 참 힘들었다.

 

어느날 엄마가 오셨다. 나를 보고 야단을 하신다. 왜 이렇게 더운날 이렇게 두꺼운 옷을 입었느냐고

이 옷이 푹 다 젖었는데도 가만히 있느냐고 목욕하자고 하신다.

나는 하나도 안덥다고 엄마보고 빨랑 가라고 하였다. 

정말 안더웠다. 옷이 완전히 젖은 것도  몰랐다. 나는 나를 잊었다.

젖은 옷을 보는 틈도 낭비할 수가 없어 한 순간도 눈을 담쟁이로부터 뗄 수가 없었다.

강제로 데려가려 해서 발버둥을 치자 그냥 놓고 가셨다.

조금있다 엄마가 또왔다. 내 옷을 다 벗기는데 옷이 젖어서 잘 벗겨지지가 않았다.

 아주 얇은 난닝구 (런닝)같은 옷을 입히셨다.

갑자기 바람이 통하면서 몸이 시원해졌다.

 

 

그 날 하루 종일 무덥더니 오후 늦게 저녁무렵에 갑자기 비가 왔다. 바람이 불었다.

그 순간이었다. 

나와 담쟁이 사이의 마음의 벽이 물밀듯 한 순간에 허물어졌다.

내 마음과 담쟁이 마음은 하나가 되었다.

비가 후두둑 후두둑 내리는데 담쟁이가 춤을 추는 것이 보였다.

바람이 불어서 담쟁이 잎이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담쟁이가 분명히 춤을 추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서 흔들리는 것과 담쟁이가 스스로 춤을 추는 것은 완전히 달랐다.

 

그 때 담쟁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너무 좋아..."

 

나는 담쟁이의 행복을 똑같이 느꼈다.

그것은 사람이 느끼는 어떤 행복보다도 컸다.

참으로 감당하기 힘든 쏟아지는 폭포같은 행복이었다.

나는 여태 태어나서 그렇게 강한 행복이있는줄 몰랐다. 담쟁이로부터 그 엄청난 행복을 배웠다.

 

나는 담쟁이와 똑같은 행복을 같이 공유하면서 그 엄청난 행복을 누렸다.

...

담쟁아 한마디만 나한테 해줘.

그것은 입이 필요없는 말이었다.

서로 느낌을 똑같이 공유하는 말.

 

담쟁이는 나에게 말을 했다.

너 그동안 시끄럽고 귀찮아서 혼났다.

왜그렇게 인간은 말이 많어.

그냥 있어. 얼마나 좋니? 아...너무 좋아...

그러면서 담쟁이는 온 몸과 줄기와 잎으로 바람과 비를 즐겼다.

 

춤을 추면서 환희하는 그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다.

 

담쟁이는 가로로 부는 바람 세로로 부는 바람 위에서 부는 바람

빙돌아 몰아치는 바람들을 하나 하나 모두 생생하게 몸으로 느끼면서 완전히 몰입해서 즐기고 있었다.

쏟아지는 빗방울을 온 몸으로 받으면서 너무나 행복해 했다.

 

나는 그런데 비를 맞으니까 추웠다. 벌벌떨렸다.

바람까지 맞으니까 참기 힘들만큼 추웠다.

하지만 지금 드디어 담쟁이랑 대화가 되었기 때문에 집에 갈 수는 없었다.

 

벌벌 떨면서 담쟁이에게 넌 춥지 않느냐고 물어보았다.

담쟁이는 춥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점점 더 세게 쏟아지는 빗줄기를 즐기면서 환희속에 빠졌다.

내가 묻는 말에는 아예 대답할 마음이 없이 비와 바람을 즐기면서 행복속에 머물렀다.

 

나는 담쟁이가 비와 바람속에서 마음껏 행복을 누리는 모습을 보고서

사람들은 무심히 지나쳐가는 것을 저들이 저렇게 행복해 하고 즐긴다는데 놀랐다.

 

비는 더오고  바람이 불어 추워서 더는 있을 수가 없었다.

나는 혼자서 행복하게 잘 노는 담쟁이를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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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와 헤어져 집으로 오는 길은 참 추웠다.

 

덜덜 떨며 방안으로 들어가는데 아버지가 일찍 오셔서  밥상을 받고 계셨다.

참으로 초라한 사람의 삶이여...

 

우리 집 아니라 이 동네 사람들의 기쁨을 동네 잔치날 이라고 하더라도 모두 합쳐봤자.

오늘 담쟁이 하나가 느끼고 누린 잠시의 행복에 비교할 수는 없었다.

 

여태 담쟁이는 담벼락에 붙어사는  별볼일 없는 그저그런  심심한 존재라고 생각해왔는데

그건 내 착각이었다.

 

나는 ,담쟁이는 하늘을 지붕 삼고 땅을 방 삼아 사는 대 자유를 만끽하면서

과거도 미래도 없이 오직 지금 이 순간에서

행복을 온 몸으로 누리는 삶을 사는데 비해

 

사람은 작은 지붕아래로 들어가 살면서 별다른 기쁨도 행복도 없이

그날 그날 하루를 보내며  내일 일 오늘일 걱정을 많이 하며 참으로 옹색하게 산다는 것을 느꼈다.

 

비유하자면 담쟁이는 대왕의 삶을

사람은 초라한 거지의 삶을 산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그러면서도 담쟁이의 삶과 마음과 행복도 모르면서 담쟁이를 무시하지 않는가..

마구 꺾고 마구 잡아당기면서 담쟁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지도 않는다.

담쟁이를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나는 다음날 담쟁이를 찾아갔다.

나는 담쟁이에게 너는 어떻게 그렇게 많이 행복할 수가 있느냐고 물었다. 정말 궁금하다고 가르쳐달라고 애원했다.

내가 그걸 배워서 사람들에게 알려주면 사람들이 지금보다는  많이 행복해지고  그러면 너를 뜯는 사람도 애들도 많이 줄 것이라고...

 

담쟁이는 아무 말도 안했다.

 

너는 고통이 없느냐고 물었다.

 

역시 담쟁이는 아무 말도 안했다.

 

내가 전에 너의 이파리를 뜯었을 때 어땠어? 다른 사람들은 더 많이 뜯는데...

 아프거나 힘들지 않았어? 원망하는 마음 없었어?

 

담쟁이는 역시 아무 말도 안했다.

 

기다리다 지쳐간다.

나는 사람이다. 그래서 움직일 수가 있어.

내가 너의 어린 이파리들을 죄 다 뜯어놓을 수가 있어.

나는 나쁘지만 너를 해롭게 하는거지만. 어제는 말해놓고

지금처럼 시침 뚝떼고서 암 말도 안하면 말이야 내가 뜯어놓을테야.

 

참으로 교만한 나. 담쟁이를 협박하고 있다. 담쟁이의 입을 열려고 비열한 짓을 했다.

 

 심장이 어찌나 뛰는지...

니가 감히 내 말을 무시해..이런 심정이었다...차마 뜯을 수가 없어서..손이 왔다갔다..

결국 5센티 정도의 길이로 나는 오래 기다리다가 담쟁이의 줄기와 이파리를 뜯어버렷다.

담쟁이는  아주 짧은 순간 악- 하고는 짧은 체념. 그리곤 고만이었다. 다시 평화.

 

나는 다시 뜯었다. 이번엔 큰 맘먹고 좀 더 길게 10센티정도 뜯었다. 반응은 똑같았다.

 

어떻게 그렇게 무심할 수가 있지? 이해할 수가 없어.

(아이들은 한대만 친구에게 맞아도 울고 불며 엄마한테 가서 이르고

아픔과 상처는 이미 다 나았는데도 대판 싸우고 그 싸움이 더 커져서 일주일동안 말 안하기도 한다.

심지어 애들때문에 어른들도 싸운다. 그것에 비해 너는 완전 바보같애.)

 

담쟁이는 말했다.

"할 수 없지."

" 그건 내가 어찌 해 볼 수 없는 일."

"원망해서 무엇하는가.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이다."

 

 

"또 나는 뿌리가 튼튼해서 괜찮아."

"뿌리가 뭔데?"

"너는 지금 키가 작아서 안보이는데

이파리속에 파묻힌 줄기 밑으로

땅 속에 깊숙히 들어있어. 그게 튼튼하면 새싹은 금방 만들어.

또 나는 나이가 많아. 뿌리가 이땅 전반에 퍼져있어.

 

슬퍼하면 오히려 점점 더 슬퍼져.

일어난 일은 이미 지나가버렸다. 지금 이 상태로  행복을 누리는 것이

이미 일어난 일로 비탄에 빠져 슬퍼하는 것보다 낫다.

 

어차피 이미 일어난 일을 바꾸지도 못하지 않는가.

그 시간에 햇빛을 즐기고 바람을 즐기는게 낫지 않니?

 

작은 행복은 금방 큰 행복이 되고 되새기지 않는  비탄(깊은 슬픔)은 사라진다.

 

온 몸이 거의다  파이고 잘리고 뽑히는  매우 심각한 고통을 겪었을 때....

아무리 작더라도 행복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가꾸고 키울 뿐이야. 그게 바람 한 점이라 할지라도 ..."

 

이 마지막 말을 들었을 때...나는 눈물을 흘렸다.

가슴이 먹먹해서 ......

그동안 살면서 얼마나 힘들고 힘겹고 죽을 고생을 다 넘기면서 얻은 지혜인가..

 

 

나는 담쟁이의 말을 듣고 내가 태어나서 들은 어떤 사람의 말보다 현명하다고 생각했다.

 

담쟁이보고 넌 나이가 많냐고 물었다.

응 많아 너보다 훨씬.

 

그래 그럼 오빠라고 불러줄까. 언니라고 불러줄까.

 

담쟁이는 할아버지할머니 혹은 할머니할아버지라고 부르라고 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복잡하니까 그냥 할아버지라고만 할께.

담쟁아 너는 할아버지지만 내 친구야.

담번에 말걸면 대답해줘. 고마워. 잘 가르쳐줘서.

내가 니 팔 뜯은거 미안해.  하지만 너는 정말 이뻐. 너를 보면 정말 행복해.

 

"그래."

 

담쟁이는 다시 고요속에 빠져들었다.

 

나는 담쟁이의 행복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뿌리?  담쟁이가 벽에 붙어사는건데 땅 속에도 있다고 한다. 그게 무슨 말인지는 알 수 없지만

땅 속에 전부 다 퍼져있다고 하니...믿기가 어려웠다.

어쨋든 담쟁이는 참 크기도 하다. 땅속도 땅 위 담벼락도 모두 담쟁이가 퍼져있으니...

 

담쟁이는 이렇게 나의 친구이자 스승님이 되었다.

 

동네 아이들이 나보다 나이가 많건 적건.

담쟁이를 뜯으면 나는 가서 막으며 말리고는 했다.

 

담쟁이가 아프고 싫어하니까 그렇게 하지 말라고.

 

그러면 안하는 애들도 있지만.

그런 애는 소수고

오히려 더 많이 뜯고 완전히 한쪽 면을 박살내는 애도 있었다.

이까짓게 뭔데...그러면서..

 

나는 담쟁이에게 정말 미안햇다.

너를 위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되서 정말 미안해....

 

"괜찮아. "

 

많이 아팠지...다 뜯어져서 어떡하냐....

 

"괜찮아.

 

내 일에 참견하지 말고 그냥 둬."

 

알았어.

 

나는 무력했다.

북북 뜯기는 고통속에서 담쟁이는 담담하게 고통에 직면하면서 그 고통을 감내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알아듣기 쉬운 말로 하면 사띠를 하면서 위빠사나를 하는 사람의 모습과 같았다.

북북뜯기는 담쟁이를 보면서 뜯는 이를 어떻게도 말리지 못하고 친구의 고통을 보는 것은 사무치는 고통이었다.

 

 

다음 번에 가서는 뜯는 애를 보고...

이거 보다 더 좋은 놀이감이 있다고 저쪽에서 애들이 공놀이 한다고

그런 꾀를 썼다.

 

아이들은 담쟁이를 뜯다가 다른 곳으로 갔다.

 

담쟁이는 미소를 지었다.

 

담쟁아. 내가 처음으로 널 도운 것 같애.

이상하게 도와야지만 널 도울 수가 있구나.

그냥 도우면 오히려 어긋나기만 하니..

돕는게 간단해보이는데도 쉬운게 아냐.

 

맞아.

 

담쟁이는 나보고 너도 나이를 먹어간다고 하였다.

 

 담쟁이는  그 후론 내가 놀고 있을 때 가끔  구조신호를 보냈다.

그럴 때 가보면 아이들이 담쟁이를 쥐어뜯고 있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내가 그린 인형이나 공주 혹은 딱지 같은거 모은 껌종이같은거를 보여주면서

신경을 다른 데로 팔게 해서 담쟁이를 구했다. 아이들은 쉽게 담쟁이로부터 관심을 돌렸다.

 

 

 

담쟁이와 나는 내가 그곳에서 이사하는 날까지 친구가 되었고

많은 것을 배웠다. 또 담쟁이가 주는 아름다움과 풍요로움 때문에 나는 어린 시절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다.

 

나는 여섯살 여름에 그곳에서 떠나 이사를 갔다.

 

할어버지담쟁아.  나 이제 가. 너 보고 싶을거야.

 

그러니? 잘가. 난 널 바로 잊을거야. 너도 날 잊어.

 

싫어.

 

넌 아직 어리구나. 너 좋을 대로 해.

기억때문에 지금을 놓치면 너만 힘들 뿐이야.

 

할아버지 담쟁아. 나 간다.

 참 무정도 하다고 생각했다.너에겐 오직 지금 여기만이 있구나. 그래 역시 넌 현명해.

 

담쟁이는 대답대신 다시 평화로움을 만들면서 나를 잊고

행복속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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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와 대화한 것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평생 나혼자만 알고 지냈다.

지금은 처음으로 그냥 공개를 했다. 미친 사람이라고 나를 욕한다 해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저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소설을 쓰고 자빠졌다고 해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그동안 미친사람이라고 욕먹을까봐 참 걱정 무진 하면서 앞뒤로 가리면서 힘겹게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오픈하고 욕할 사람 욕하세요. 도움이 되셨다면 가지고  간직하고 누리세요. 필요없으시면 버리세요.

이런 마음이 되었다.

 

나는 사실을 이야기 한다. 그게 다다. 그럼 되었지 않은가?

그리고 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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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생을 기억하고 있다.

당연히 윤회를 믿는다. 믿는 다는 말은 틀리다.  윤회가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해가 동쪽에서 뜨는 것을 믿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이다.

해가 동쪽에 뜨는 것을 직접 본다면 믿지 않고 그저 알 것이다.

 

 

뱃속의 일도 기억하고 있다.

 

뱃속에서 참 힘들었다.

얼마나 괴로웠던지...맨정신으로는 있을 수가 없었다.

 

제발 다리 단 한번만 쭉 펴봤으면....

왜 안펴지지..

다리를 쭉 펴려고 하면 사방에서 조여온다.

그리고 몸이 뒤집어진다.

그러면 훨씬 더 힘들어지고 복잡해진다.

그래도 좋으니 잠시라도 1초라도 다리 딱 한번만 쭉 펴봤으면...

그 다음엔 계속 꼬부리고 있더라도..

 

그러나 다리는 펼 수가 없었다.

깜깜한 어둠속에서 밖으로 나갈 수도 없다.

왜 나는 여기 갇혀있는 걸까...

 

언제 나가게 될까....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시끄러운 소리들.....좁은 공간. 어둡고.. 홀로 갇혀서

나갈 수도 없고 다리를 펴지도 못하는 고통은

나를 이 몸에서 머물수 없게 했다.

끔찍한 고통이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 오직 마음밖에는...

 

나는 마음안으로 들어가서 몸의 의식에서 벗어나야만 했다.

그러면 좀 견딜만 했다. 그러나 역시 고통스럽다.

다시 한번 더 마음안으로 들어가면...그렇게 몇 번 들어가면 거기는 아무 일도 없다.

 

그곳에서 오랫동안 시간을 보낸 후에

다시 몸으로 돌아오면 역시나 좁고 몸을 비틀 수도 없고..

 

어느 날 몸으로 돌아왔는데 어슴프레하지만 비교적 환한 빛이 보였다. 아...보인다. 그 안도감과 환희는 비교할 수 없다.

 

여름인가보다 .

엄마가 얇은 옷을 입고 바깥에 나가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는지..

엄마 배를 통해서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내 몸의 모습을 보았다.

손은 권투선수같은 상태이고  사방이 물이다.

암적색의 불그죽죽한 방에서 군데군데 희끗희끗하고 물소리가 뽀그르르..들리고 꾸루룩 소리들리고 꿍짝꿍짝 소리

기다란 관같은데서 뭔가가 뻘겋고 꺼먼것이  내 머리 위로 휙 휙 지나가는 것도 보인다.

엄마 배를 통해서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린다. 엄마가 뭘하는지 내 몸은 자꾸 위 아래로 출렁거린다.

아....여기를 나가야 되는데...언제나 나가지?  한심하기 그지 없다.

 

나는 그 다음해 봄 3월에나 태어났으니 날짜별로 따져보면 임신한지 겨우 얼마 안되었을 때 일이다.

그 뒤로는 쭉 깜깜하기만 했다.

 

그래서 나는 임산부들보고 얇은 옷을 입고 일광욕을 하라고 바깥에 살살 돌아다니라고 말해준다.

이불속에서만 있지 말라고... 좋은 음악을 들으라고 말해준다. 뱃속의 아이도 다 들을 수 있다. 다 듣는다.

 

너무나 힘든 뱃속은

내의식을 돌려 몸으로 돌아올 때마다 극심한 고통과 답답함 어둠속에서 힘이 들었다.

끝이 안 날 것 같은 깜깜함...답답함..어둠. 미칠 것 같았다 .정말 멀쩡한 의식을 가지고는 그 안에서  견디기 힘들었다.

무의식에 빠지거나 졸도할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침착해야 했다. 날뛰려는 마음을 보면서

나는 이 고통에 져서 의식을 잃지 않기 위해서 다시 마음안으로 들어가는 방법 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었다.

선정에서 방금 나와서 몸과 연결했지만 견디기 힘드니 다시 마음안으로 들어가고 또 들어가고..

한참 만에 몸으로 돌아와보면 더 좁아진 곳..

무의식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의식을 명료히 가지기 위해서는 선정에 드는 것 뿐이다.

 

어느 날이었다.

어둠속에서 있는데 뭔가가 달라져서 몸으로 의식을 연결해서 돌아왔다.

아래에서 구멍이 열리며 빛이.. 찬란한 빛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오... 빛이다.

 

드디어 나가는 건가.

구멍은 이내 닫혔다. 조금 있으니 아까보다 구멍이 더 커지고 빛이 더 많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리고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벽이 마구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를 밀어서 그 구멍쪽으로 밀어붙이고 있었다.

 

나는 뭣도 모르고 여기서 나가야겠다는 생각에

그 벽의 흐름을 타고  그대로 내 머리를 그쪽으로 내맡겼다.

 

그 순간....안돼!!!!!!!!!!!!!

죽을 것 같은 고통과 공포가 엄습했다.

 

머리통이 깨어지는 ,얼굴이 뭉그러지고 눈코입이 묵사발이 되면서

누가 내 온 얼굴을 꽉 움켜쥐어 박살을 내는 것같은 고통이 왔다.

 

나는 마구 두 손을 휘저으면서 빛이 새어나오는 입구의 반대쪽으로 내 몸을 밀착시켰다.

참으로 힘이 많이 들었다. 엄청난 고생끝에 간신히 그 흡입력에서 빠져나와서 간신히 반대쪽 벽에 붙어있었다.

헥헥거리면서...

 

또 벽이 움직인다. ..

누가 내 목과 얼굴위로 몇 십명이 올라서있는 것 같다. 그 조여오는 고통은 바로 ..

죽음 그것이었다.

거꾸로 쏠려서 목이 꽉 졸리고 얼굴이 땅속에 심하게 파묻히면서 꽉 눌리는 숨막히는 고통은 상상이상이었다.

 

 

나는 죽을 것 같은 고통속에서 ...다시 아까의 허우적 거림을 다시 했다.

그렇게 네 번을 했을 때...나는 알았다.

결국에 나는 이 고통을 겪고 이 죽을 고통을 겪지 않으면 바깥을 못나간다는 것을....

 

빛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어서 여길 나가고픈 마음뿐이었지만

지금 죽음보다 무서운 고통을 눈앞에 두고는 차라리 아까가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시 사방의 벽이 조여오고 있었다.

나는 결국 힘이 빠져서 저 머리통을 박살내는 고통속에 몸을 내맡기지 않으면 안된다.

 

나는 결단을 내렸다.

끝까지 저항하다가  가지가지 고통을 다 겪은 후 의식을 잃고 혼수상태에 빠져서 시체처럼 나갈 수도 있다.

그렇게 되어서는 안된다. 나는 의식을 잃어서는 안된다.

무엇보다도 마음을 챙겨야 한다.

다시 마음 안으로 들어가 선정에 들어 몸의 의식을 끊자.

나중에 의식이 돌아오면 된다.

의식이 떠난  몸은 시체처럼 저항하지 않을 것이고 그럼  밖으로 쉽게 나갈 것이다.

 

나는 순간적으로 집중하여 의식을 마음 안으로 돌렸다.

그리고 한 참 후에야 몸으로  돌아왔다.

 

내가 몸으로 돌아와 눈을 떴을 때...밖이었다.

 아 다행이다. 나왔구나....

푸르스름한 형광등. 환한 빛. 사람들의 말 소리..

천장밖에는 볼 수 없었지만

나는 급박한 때에 마음을 많이 쓰느라 몸과 마음이 다 지쳤다.

쉬고 싶었고 푹 잤다.

 

엄마 말을 들어보면..나는 아주 쉽게 낳았다고 하셨다.

쑥 -하고 나왔다고 고생을 하나도 안했다고 하셨다.

 

반면 우리 언니는 진통을 20시간을 넘게 하셨다는데 죽을 뻔했다 하신다.

나는 그 진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안다.

어린 아기가 뱃속에서 밖으로 나가기가 너무 무섭고 힘들어서 끝까지 저항하면서

 뱃속에 남아있으려 하는 몸부림이 바로 진통이다.

 

 

아기는 뱃속에서 목숨을 걸어야 몸 밖으로 나온다.

그러니 산모는 몸과 특히 마음을 편안히 갖는게 좋다.

엄마 마음이 편안하면 아이 마음도 편안해진다.

긴장을 풀고 편안히 진통에 몸을 맡기면서 몸을 이완하는게 좋다.

긴장하면 더욱더 진통은 오래 간다.

아이를 조이는 그 힘은 무섭고도 끔찍하다.

 

나는 태어나서 아이들이 벳속의 일이나 전생을 다 까먹는 것이

너무나 혹독한 환경이라서  까먹었을거라 생각도 해봤다.

혹은 고통에 맞붙어 의식을 온전히 갖기 힘드니까

무의식이나 혼수상태에 빠져있었을 수도 있다.

 

특히 태어나는 순간은 정말로 죽음을 담보해야만 나온다.

그것은 그냥 죽을 것 같은 고통이 아니라

죽는 고통이다.

도저히 살아서는 통과할 수 없는 고통이다.

그 고통을 선정의 힘이 없이 맨 정신으로 통과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무의식이나 기절이나 혼절이나 혼돈으로 떨어져버릴 것이었다.

 

내가 어떻게 선정의 힘을 가졌는지는 모르지만

뱃속에서 계속 있었던 시간.. 또 태어났을 때 ...의식을 온전히 가지고 깨어있게 한 힘은 오직 그것 뿐이었다.

또 1초의 짧은 순간에도 바로 의식을 돌려 마음 안으로 들어가는 힘도 꼭 필요했었다.

 

그렇게 선정에 들지 못한다면 자재할 수가 없다.

부지런히 선정에 들어 자재를 익혀야 한다.

 

윤회를 벗어나야 한다.

저 끔찍한 자궁속으로 다시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부처님과 정법에 의존하여

사마타와 비파사나를 닦고 자기 마음을 잘 관찰하고 자기 마음을 알고 자재하게 쓸 줄 알아야 한다.

 

이 몸은 인연에 따라 생긴 것. 인연에 따라 없어질 것이다.

이 몸은 내가 아니다.

 

인연에 따라 몸을 만드는 것도 이렇게나 복잡하고 힘이 든다.

이 몸을 바라보는 자...

이 마음을 잘 알고 잘 관찰해야 한다.

 

생과 사를 뚫어 자유를 얻는 길은  오직 외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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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 보기 - 다른 풀들 이야기
돌아오는 길  http://cafe.daum.net/bangseng/Lz2v/5 

 

담쟁이는 나의 좋은 친구였고

훌륭한 미덕을 가졌다.

나는 담쟁이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다른 풀과 나무들도 평화롭게 잘 사는데 모두들 담쟁이처럼 현명할까?

 

내 경험으로는...아니다.

 

나는 첫번째에 왕건이를 만난 것이었다.

 

담쟁이한테 너는 힘든 적이 한 번도 없냐고 ..어떻게 그렇게 늘 행복할 수가 있느냐고 따지듯 물었을때

담쟁이는 자기가 어렸을 때. 즉 자기 손자의 손자들만할 때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었다.

 

자기가  지금 제일 끝가지 만큼의 크기보다 약간 굵었을 때

7-8개의 담쟁이가 함께 자라고 있었다고 했다.

그들은 크기도 굵기도 모두 비슷했었다고 ...

 

그러던 어느 날 어느 미친 남자가 들어와서

술을 퍼먹고 화가 나서 땅을 파헤치고는 주변을 다 쓰러뜨리고 던지고 그런 난리를 피웠는데

그 와중에 뽑힌 담쟁이도 있고 잘리거나 뿌리채 뽑히거나 해서 모두 다쳤다고 했다.

 

그 난리 후에 점잖은 주인 아저씨가 마당을 치우다가 뽑히다 잘린 것은 버리고

부러진 것 중에서 뿌리가 붙어 있거나 덜렁덜렁 한 것은 심난한 마음에 대충 심었다고 했다.

그리고는 물도 주지 않았다고...

한동안 뿌리가 노출되고 가지가 부러지고 뽑혀서 모두들 무섭고 힘들었다고..

 

자기도 부러져서 간당간당하게 살아남았다고 했다.

 

그 때 목마름을 참고 견디면서 너무 슬펐다고 했다. 원망하는 마음이 모두들 가득했다고..

그  때 가장 원망하는 마음이 심하던 담쟁이가 제일 먼저 죽었다고 했다.

자기는 너무 쓰라리고 목마르고 어지럽고 힘들었지만 거기서 작은 희망을 간직하려고 애썼다고 했다.

그런데 아무런 희망이 없었다고 했다.

모두들 누렇게 다 죽어가고 있었단다.

 

자기는 담쟁이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 배웠다고 했다.

원망하는 마음을 가진 담쟁이는 덜 다쳤는데도 젤 먼저 죽어버리고

더 심하게 다친  자기는 오히려 죽지 않았다고..

 

그 절망상태에서 어떻게 해서 죽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자기 보다 덜 심하게 다친 담쟁이가 죽어버렸을 때 자기도 죽게 되리라고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죽기가 싫어서 또 하루 종일 너무 비참해서 다른 생각을 하려고 애썼다고 했다.

 

나비가 날라가면.. 나비가 날라가네..이쁜 나비 이쁜 나비..나비가 날라가니 난 좋아..

이렇게 자꾸 생각을 하다 보니 점점 기분이 나아졌고

기분이 점점 편해지면서 유쾌한 기분이 들었고

바람이 부는 것과 해가 지고 뜨는 것에도 감사함과 기쁨이 일었다는 것이다.

 

그 일을 교훈삼아 아무 일이 없을 때도

바람이 불어서 난 좋아 너무 행복해..이렇게 자꾸 생각하면 정말 그렇게 생각이 되고

바람이 불어서 행복하다는 점이 사실이 된다는 것이다. 그 행복은 점점 더 커지고..

이 훈련을 계속 하면서 지금의 기쁨과 행복을 가지게 되었다고 했다.

 

담쟁이는 그래서 언제나 늘 행복한 고요와 평화속에서 살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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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국민학교 4-5학년 때는 산으로 들로 신나게 돌아다니던 때이다.

여름방학이면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지만 않으면 아침밥을 먹고 나서는 무조건 산으로 가는 것이다.

점심 굶고 해가 지기 시작하면 산을 내려와서 집에 와서 저녁밥을 먹었었다.

 

 

오늘은 이 산  내일은 저 산.

이렇게 열심히 다니면서 일정한 코스가 생겼다.

 

우리집에서 보이는 앞 산은 지금은 몽땅 집터가 되어버렸지만

내가 초등학교 다닐 시절엔 산이었다.

그 산의 중턱에는 전망이 탁 트이고 산향기가 짙게 나면서 포근하고 아늑한 터가 있었다.

 

산을 올라가다가 그 곳에 있으면 저절로 발길이 멈춰져서 쉬었다 올라가곤 했다.

어떨 때는 그 향긋한 숲냄새가 물씬 나는 그 곳에서 쉬다가 선정에 들어 깨어보면 해가 져서 깜짝 놀라서 내려온 적도 몇 번 있었다.

 

나는 그 곳이 지리적으로 어떤 명당같은 땅의 기운이 센 곳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 곳을 지나가면 더이상

그런 진향 향기도 숲의 기운도 못느끼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나 홀로 산을 다닌지도 4-5년이 되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산에 다녔으니까..

사람들은 나보고 무섭지 않느냐고 묻는데 나는 전혀 무섭지 않았다. 산에 가는 일은 가장 행복한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역시 그 중턱에서 쉬고 있었다.

 

쉬다가 보니 자동으로 선정에 들어갔다. 서너 시간쯤 지났을까. 그 때였다.

 

"쟤, 쟤 또 안가고 저러고 있다. "

" 쉿, 조용히 해."

"말하지 말랬지."

" 이그...쟤는 괜찮아. 그래서  아까 어디까지 말했었지? 있잖아......"

 

우리 반애들이 떠드는 것과 완전 같은 모드의 떠듬이었다.

 

나는 눈을 뜨고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았다.

그 주인공은 바로 내 주변의 풀들이었다.

 

와....담쟁이가 할아버지면 이 풀들은 아줌마의 수다모드다.

우리 엄마가 동네아줌마랑 떠드는 것같은데 떠드는 강도는 우리 반 애들 점심시간 수준이었다.

 

깔깔거리며 웃고..떠들고 동시다발로 무지막지하게 떠들었는데

무지 무지 행복한 상태들이었다.

나는 담쟁이 이후로는 사귄 풀이 없었다.

 

이사가서 새로 지은 우리집의 작은 정원에 있는 풀 빼고는...

 

나는 이 수많은 풀들이 무슨 이야기를 이다지도 즐겁게 하면서 지내는지 궁금해졌다.

 

그들 옆에서 무려 3-4시간을 투자해서 열심히 들었다.

해가 질 때까지.

그들은 역시 바람과 햇빛을 즐기고 비가 왔을 때 빗물이 자기 뿌리를 어떻게 감고 어떤 느낌이고..

그런 아주 세세한 이야기를 서로 주고 받고 있었다.

나는 식물이 아니라서 그들의 무슨 느낌을 공감할 수 없는게 있었다. 아무리 열심히 들어도 못알아듣는 부분이었다.

또 뿌리에 무슨 감각기관이 있는 모양인데 아주 세밀하게 느끼는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 주고받고 있었다.

 

사람들이 학교나 시장에 모여 이야기 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이 풀들은 하루 종일 이 들판에서 살면서 조금도 못 움직여서 답답할 것 같은데

이렇게 잘 살고 있지 않은가. 서로 행복하게..

 

내가 이들과 4-5년을 알고 지낸 끝에 저들이 내 앞에서 내가 청하지도 않았는데 먼저 입을 열은 것이었다.

물론 내가 불청객처럼 저들 사이에 불쑥 끼어들어서 저들의 행복한 대화를 방해놓은 탓이지만..

 

무지무지 시끄러웠다. 귀가 멍---할 정도로...

와하하하하 깔깔깔깔...그래서 어쩌구 저쩌구..

 

애고. 학교 애들이 떠드는 소리는 선정에 들어가면 하나도 안들리는데

저들이 떠드는 소리는 선정에 들어가도 들렸다.

여기서 더 깊이 선정에 드느니.

걍 딴데로 옮기자.

난 집으로 돌아왔다.

 

그 뒤로는 그곳을 지날 때면 ,내가 도착하기 50미터 전부터 저들이 떠드는 시끄러운 소리를 들을 수가 있었다.

그곳에 도착해서 잠시 쉬다가 또 한가지를 알게 되었다.

이곳은  산이라 지나가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아주 가끔 사람이 지나간다.

 

웃기게도 갑자기 떠들던 애들이 조용해졌다.

저 밑에 사람 지나간다. 하고 누군가 일러주면 떠들던 애들은 일순간 조용해졌다.

아주 조용하다. 그러다 그 사람이 지나가고 한참 있으면 이제 떠들어도 돼.

하면 마구 떠드는 것이다. 그 새를 못참고 떠드는 애가 있지만 사람이 지나갈 때는 적어도 아무도 안떠들었다.

솔직히 지네들이 암만 떠들어도 일반 사람의 귀에는 들리지도 않는구만....

 

웃긴다. 풀들도 사람을 두려워해서 떠들지 않는거였구나.

지나간 다음에는 떠들고.....그러니까 저들은 내 얼굴을 다 기억하고

나를 알아서 내가 지나갈 때는 그냥 떠들고 다른 사람이 지나갈 때는 안떠들었다.

 

나는 그들이 떠드는 대화를 더 들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그 뒤로는 그곳을 그냥 스쳐 지나가게 되었다.

 

그래서 그 뒤로는 그 산을 떠벌이산이라고 나는 불렀다. 

 

어느 날이었다. 내가 떠벌이 산을 향해서 가기로 결정을 하고 떠벌이 애들이 떠드는 곳까지 왔는데

이상하게도 아주 조용했다. 엥 ??뭔일이지? 갑자기 왜 안떠들까?
쟤네들이 갑자기 나한테도 조용히 하나? 얘들아 나왔어...

아무 대답도 없다. 도착해서 보니.....

 

그 곳은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누군가가 그 곳을 다 뭉개놓고 뿌리 뽑고 몽둥이를 휘둘러서 다 꺾어놓아서

그 곳은 아주 심하게 훼손이 되어 있었다.

 

애들은 아주 행복하게 살다가...비참함에 할 말을 잊고 깊은 슬픔에 빠져있었다.

워낙 행복했던 애들이라 충격도 컸었나보다.

 

내가 어떻게 해줄 수가 없었다.

풀은 이미 다 뿌리뽑혀서 밟혀서 죽은 애들은 죽고 파헤쳐진 애들은 파헤쳐지고...

군데 군데 망쳐놓은 모습이..

 

그 깊은 좌절과 원망, 절망에 쓰라려 하는 파장은 상상 이상이었다.

나는 저들을 위로했지만 별로 소용이 없었다.

 

저들은 계속 슬퍼하고 쓰라려했다.

 

그 다음 번에 떠벌이 산에 갔다. 비도 많이 오고 했으니까 많이 회복이 되었겠지..

그러나 전번과 거의 다르지 않았다.

애들이 다친 후 석달이 넘어

9월말이 되어 가을 꽃이 피었을 때 나는 다시 떠벌이 산으로 갔다.

이제는 그 풀들도 다시 행복해졌겠지 하면서..

 

아니었다.

고통과 슬픔에 타성이 젖어...그 풀들은 그때까지도 무척 슬퍼하고 있었다.

그래서 거의 자라지도 않았다.

그 곳에서 새싹이 돋은 것은 내 키만큼 컸는데도

저들보다 훨씬 크던 저들은 비실거리고 있었다.

 

크기도 훨씬 작고 거의 크지 않았다.

 

그리고 그 곳은 더이상 이전의 아늑하고 향기롭고 행복한 곳이 아니었다.

쓸쓸하고 을씨년스럽고 얼른 지나가버려야 할 그런 요상한 곳이 되었다.

나는 땅기운이 좋아서 향기가 나고 숲기운이 상큼했던 것이 아니라

그곳이 행복하고 평화롭고 향기가 진했던 이유가 모두

식물들이 행복했던 기운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풀들이 불행하고 슬퍼지자 그 곳은 잠시 앉고 싶지도 않게 된 것이다.

 

풀들은 예전의 행복했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현재를 인정할 수 없어서 괴로워하고

자기들을 망가뜨린 사람을 잊지 못하고 원망하면서 그 때 안그랬다면 좋았을텐데 하며 아쉬워하며

끝내는 거의 자라지 못하고 겨울을 맞고 말았다.

 

나는 담쟁이가 얼마나 위대한 풀인지 알게 되었다.

지금 여기서 온 존재를 바쳐서 있을 수 있는 것.

 

아주 작은 것에 감사하는 힘. 그 작은 희망을 키워서 큰 행복으로 만드는 것.

깊은 슬픔속에서도  바람 한점이 불어서 좋아 좋아하다가  

그것을 행복한 사실로 만들고 행복으로 바꾸는 것.

 

풀들도 성격이 다 다르고 배움도 다르고 현명함도 달랐다.

이 많은 풀들중에 담쟁이 같은 애가 단 한명만 있었다면 저들이 다시 자라고 진한 향기를 피웠을텐데...

 

현재에 남아,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고 사는 것과

과거의 지나간 죽은 기억에 매달려 현재를 죄 놓치는 것의 차이는 상상이상으로 컸다.

 

나는 떠벌이 산을 올라갈 때마다 슬퍼져서 떠벌이 산쪽으로는 가지 않게 되었다.

 

 

글 / 돌아오는 길

 

출처 / http://cafe357.daum.net/_c21_/bbs_list?grpid=1DPFG&mgrpid=&fldid=Lz2v

출처 : 나무아미타불
글쓴이 : 靜尙 원글보기
메모 : 있는 그대로 보기 -식물과 이야기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