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話 이야기.

신화 속의 전설

별관신사 2012. 12. 4. 08:15

벨레로폰의 이야기에 뒤이어 계속된 네스토르의 '환상적인 전설' 들에는 다음
과 같은 것이 있었다. 전쟁의 신 아레스를 13개월 동안 항아리 속에 가둔 두
거인 오토스와 에피알테스, 테베를 건설한 카드모스, 농업을 전파한 아리스타이

오스, 큰곰 별자리가 된 칼리스토, 여행길에 강도에게 죽음을 당한 그리스의 서
정시인 이비코스와 그의 죽음을 복수해준 두루미떼, 오리온 별 자리의 전설, 신
을 경외하지 않아 지옥에 떨어진 살모네우스 이야기 이 이야기들을 모두 독자들

에게 다시 들려준다는 것은 좀 지루한 감이 있다. 게다가 그리스 왕들도 그렇
게 느꼈던 것처럼 결국에는 단조롭고 반복된다는 느낌마저 자아낼 우려가 있
다. 네스토르는 살모네우스의 전설을 이야기하던 중 청취자들의 관심이 다소 느

슨해지고 있으며, 헬레네가 도망친 이후 불면증에 걸린 메넬라오스를 제외한 모
든 이들이 턱을 괴고 졸고 있는 걸 발견하고는 레파토리를 바꾸기로 결심했고
다음날부터는 '실제 모험' 시리즈, 즉 자신이 젊었을 때 진짜로 체험했던 이야

기들을 시작하기로 했다. 이 새 시리즈의 첫번째 이야기는 '황금 양가죽의 정복'
인데, 때로는 '이아손과 아르고의 선원들' 이라고도 통칭된다. 껑 양가죽의
정복 이아손이 태어났을 때, 그의 부친인 아이손은 펠로폰네소스 반도의 작은

나라 왕이었다. 이아손이 태어난 얼마 후 아이손은 동생 펠리아스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추방당했다. 아들의 생명을 걱정한 이아손의 모친은 아들과 함께 도망
쳐 이웃 나라로 숨었다. 그로부터 16년이 흐르도록 아무도 펠리아스의 세력을

넘보지 못했다. 하지만 펠리아스는 신발을 한 짝만 신고서 그를 찾아오는 남자
를 경계하라는 신탁의 권고 이후 늘 불안에 사로잡혀 살고 있었다. 그래서 펠
리아스는 방문객을 맞을 때면 사람의 눈을 보는 대신 우선 발부터 바라보곤 했

다. 이아손이 열여섯 살이 되자 그의 어머니는 그가 합법적인 왕위 계승자임을
말해주고 찬탈자에게 가서 왕위를 요구하라고 충고했다. 이아손은 걸어서 펠리
아스의 수도를 향해 떠났는데, 가는 도중 신발 한 짝이 찢어졌다. 그는 찢어진

신발 한 짝을 길가에 버렸고 다리를 약간 절름거리며 목적지에 다다랐다. 이아
손이 펠리아스의 왕궁에 도착하자마자 신발을 한 짝만 신은 이방인을 알아본
펠리아스가 경비를 시켜 그를 멈춰 서게 하여 자기 앞 에 불러들였다.

"넌 누구며 여기에 뭐 하러 왔느냐?"
고 묻는 펠리아스에게 이아손이 대답했다.
"나는 당신 조카 이아손이며 당신이 아버지로부터 빼앗은 왕위를 되찾으러 왔
다."
펠리아스는 이아손을 그대로 감옥에 집어넣거나 사형시켜버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좀더 교활하고 품위 있는 방식으로 이아손을 제거하기로 했다.
"나도 나이가 있으니, 이제는 모든 권력을 포기하고 네게 물려줄 준비가 되어

있다. 하지만 먼저 네게 그만한 자질이 있는가를 입증해야 하느니라.
그걸 보여주려면 황금 양가죽을 찾아오기만 하면 된다."황금 양가죽은 전설적인
양의 모피를 말하는데, 예전에 이아손의 왕국에 있었던 그 양이 죽음을 맞이

하러 흑해 근처에 있는 먼 나라로 떠나버렸던 것이다. 그 나라의 왕은 이 귀
중한 유물을 소유해버렸고, 아이손과 펠리아스의 계속적인 반환 요구에 응하
지 않고 있었다. 펠리아스는 그것을 되찾아오라는 멀고도 험한 임무를 이아손

에게 부과함으로써 다시는 그가 돌아오지 못할 거라고 확신했다. 이아손은 젊
은이다운 패기로 협상을 받아들였다. 그토록 먼길의 여행을 위해서는 선박과
선원이 필요했다. 그래서 유명한 건축 기사를 불러 선박을 축조하게 했고, 그리

스의 주요 도시들에 원정 계획을 알리는 벽보를 내걸어 선원을 모집했다. 역사
적인 위업에 참가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에 고무된 당대의 위대한 영웅들은
기꺼이 자원 신청을 했다.

헤라클레스를 필두로 테세우스와 피리토오스, 그리고 헬레네의 쌍둥이 형제인
카스토르와 폴리데우케스가 연이어 참가를 원했다. 당시 그리스에서 가장 이름
난 음악가였던 오르페우스도 참가 신청을 했다. 여기까지 얘기하던 네스토르

가 아킬레우스를 돌아보며, "자네 부친 펠레우스도 이 원정대에 참가했다네. 그
때는 아직 결혼 전이지."
그리고 아이아스에게 겸손하게 덧붙였다.

"자네 부친 텔라몬도 참가했지. 그리고 나도 거기 끼였다네."선박의 이름은 건
축가의 이름을 따서 아르고라고 했고, 선원들도 그 이름을 따서 아르고나우타
이, 즉 '아르고의 선원들' 이 라고 불렀다. 흑해 어귀에 이르기까지 계속된 여

행은 몇 달이나 계속되었고 그간 많은 사고들이 일어나 중요한 선원 3명을
잃었다. 맨 처음 참가 신청을 했던 헤라클레스는 최초의 탈락자가 되었다. 배가
어떤 섬에 잠시 머물렀을 때, 그의 시종 하나가 사냥을 하다가 길 을 잃었고

그를 찾아나선 헤라클레스가 다시 돌아오지 않았던 것이다. 며칠간 그를 기
다리던 아르고의 선원들은 하는 수 없이 닻을 올려야 했다. 다음 번 기항지에
서는 카스토르와 폴리데우케스가 사라졌는데, 이 번에는 좀 심각한 이유 때문

이었다. 기억하겠지만, 이 둘은 레다가 낳은 쌍둥이 형제이긴 한데 아버지가 서
로 달랐다. 카스토르는 레다의 정식 남편인 틴다레오스의 자식이 지만, 폴리데우
케스는 백조로 변신한 제우스에 의해 수태된 자식이었다. 그래서 카스토르는 인

간처럼 유한한 생명을 가졌지만 폴리데우케 스는 불사신이었다. 하지만 두 형
제는 서로에 대해 모범적인 형제애를 느끼고 있었다. 아르고의 굻便湧 야만족
과 싸움을 벌이던 중 카스토르가 죽음을 당했다. 낙담한 폴리데우케스는 원정

을 포기하고, 아버지 제우스를 찾아가 카스토르의 생명을 되돌려달라고 부탁했
다. 하지만 제우스는 그 청을 들어줄 수 없었다. 그러자 폴리데우케스는 자신의
불멸권을 카스토르와 나눠 가져 번갈아가며 쓰겠노라고 했고, 그리하여 각자 6

개월 은 황천에서 나머지 6개월은 올림포스에서 보내기로 했다. 그렇지만 더
이상 둘이 함께 있을 수는 없게 되었다. 훨씬 뒤에서야 그 둘은 하늘에서 다시
결합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 것이 바로 쌍둥이좌라는 별자리이다. 음악가인 오

르페우스는 이 여행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아르고의 선원들이 노 젓
는 일에 지루해질 때마다 그의 아름다운 선율이 그들에게 힘과 용기를 북돋워주
었던 것이다. 선원들 사이에 불화가 생겨 서로 치고 받고 싸우려고 할 때면 마

음을 가라앉혀주는 칠현금의 운율이 화해를 되찾아주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
다도 아르고의 선원들이 세이렌의 치명적인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바
로 오르페우스의 음악적 재능 덕분이었다. 세이렌은 3명의 바다 여신이었다. 상

어 몸뚱이에 여자의 상반신을 하고 있는 그들은 오직 인간의 살덩이만을 양
식으로 섭취했다.
목소리 가 너무도 고혹적이었고 노래 또한 아름다워서, 그들의 노래를 들은 전

원은 누구나 미치광이가 되어 바닷속으로 뛰어들곤 했다. 그러면 곧 세이렌들
이 그들을 삼켜버렸고 해변가에는 앙상한 흰 뼈만이 밀려오 곤 했다. 하지만 아
르고의 선원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일이 진행되었다. 멀리서부터 세이렌의

노래 첫 곡조가 들려오자마자 오르페우스도 칠현금을 꺼내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이번만큼은 세이렌들 이 한 수 아래였다.
오르페우스의 음악에 사로잡힌 세이렌들은 여느 평범한 돌고래들처럼 선박 주위

를 맴돌기 시작하더니 음악의 박자에 맞추어 우아하게 튀어오르기도 하고 선
원들이 던져주는 물고기를 공중에서 낚아채기도 하면서 쇼를 벌였다. 이러한
장면을 몇 시간 연출하고 나서 오르페우스는 음악을 멈추었고 세이렌들은 불쌍

하게 자기 섬으로 되돌아갔다. 여러 가지 시련을 더 겪은 후에 마침내 아르고
의 선원들은 아이에테스 왕이 지배하는 코르키스 섬에 도착했다. 아이에테스는
이아손을 정중하게 맞이하며 무슨 일로 찾아왔는가를 물었다. 황금 양가죽을

찾으러 왔다는 이아손의 대답을 들은 아이에테스는 양가죽을 되돌려줄 마음은
없었지만 싸움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돌려주지, 단 그에 앞서 어려운 일 하나를 완수해야 한다. 청동 발굽을 달고

화염을 내뿜는 야생 황소 2마리를 쟁기에 매달아 한 이랑의 밭을 갈고 나서 거
기에 용의 이빨을 심어라. 그리고 씨 뿌린 자리에 불 쑥 솟아나는 거인들을 죄
다 없애라."

영웅의 기질을 갖지 못한 이아손은 깊은 절망에 빠진 채 선원들이 기다리는 곳
으로 되돌아왔다. 이번에는 테세우스가 그를 돕기로 했다. 자신이 옛날 크레타
섬의 미노타우로스를 대면해야 했을 때와 동일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아손에게 자기의 경험을 이용하게 했다.
"그 일에서 빠져 나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이에테스의 딸을 유혹해서 그
녀의 도움을 얻어내는 거야."

실제로 아이에테스에게는 메데이아라는 신통력을 가진 아름다운 딸 이 하나 있
었다. 그날 저녁 아이에테스가 이아손과 아르고의 선원들을 위해 베푼 만찬에
서 이아손은 메데이아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테세우스의 충고대로 온갖 매

력을 발산하며 처녀를 유혹했다. 식사가 끝나자 이아논은 그녀에게 작별을 고
하며 슬프게 말했다.
"다시는 당신을 볼 수 없을 거요. 내일 마주해야 할 시련에서 죽어 버릴 게 분

명하니까요."
몇 시간 후, 메데이아는 해가 뜨기 전에 궁전을 몰래 빠져 나와 선 박 주변에
있는 이아손의 숙소를 찾아갔다.

"당신을 사랑하기에 아버지를 배신하기로 했어요. 여기 연고 하나 와 마술의
돌을 가져왔어요. 이 연고를 황소의 몸에 바르면 황소가 아 주 순해져서 아무
해도 끼치지 않고 명령에 따를 거예요. 그런 다음 이 마술의 돌을 거인들 사이

에 던지면 그들은 무기를 서로에게 겨누며 자 기들끼리 싸워 자멸해버릴 겁니
다. 이렇게 도와주는 대신 저를 데려가 결혼해주세요."이아손은 그녀의 청을 들
어주마고 약속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테세우스가 아리아드네를 저버린 것

처럼 자기도 얼른 그녀를 치워버릴 결심을 했다. 다음날 이아손은 메데이아가
가르쳐준 대로했고 모든 일은 그녀 의 에언대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이아손의
놀라운 승리에 자존심이 상한 아이에테스는 약속을 무시하며 황금 양가죽을 돌

려주지 않겠다 고 했다. 메데이아는 또 한 번 이아손을 도와야 했다. 다음날
밤 그녀는 남동생을 데리고 너도밤나무에 매달린 황금 양가죽이 있는 숲으로
갔다. 그곳에는 무서운 용이 지키고 있었다. 그녀가 마술 주문을 걸어 용을 잠

재우는 동안 동생은 양가죽을 벗겨내었다. 그들은 이아손에게 양가죽을 건네주
었고 모두 함께 아르고의 배에 올라 출발했다. 얼마 후 황금 양가죽과 黴탔
아들딸이 동시에 사라진 걸 알게 된 아이에테스는 어렵지 않게 일의 전말을 이

해했다.
그는 곧 수많은 군대를 이끌고 쾌속 함선에 올라 도망자들의 추격에 나섰다.
자기 아버지가 쫓아오는 걸 본 메데이아는 이아손을 향한 사랑이 정신착란에 이

르렀던지라 이후 그녀를 유명하게 만든 일련의 끔찍한 행동 중의 첫번째 일을
벌이게 된다. 자기 동생을 작은 조각으로 잘게 토막내어 뱃전 위로 던져버린 것
이다. 아이에테스는 아들의 유해를 주워모아 거두느라 아주 조심스럽게 배를 몰

아야 했고, 이로 인해 귀중한 시간을 흘려 보냈다.
마침내 마지막 시체 조각을 찾아냈을 때 아르고선은 이미 수평선 뒤로 사라진
후였다. 메데이아의 신통력 덕분에 아르고선의 귀환은 갈 때보다도 훨씬 빠르

고 쉬웠다 목적지인 펠리아스의 왕국에 도착하자 아르고의 선원들 은 1년에 한
번씩 모여 함께했던 추억을 되새기자고 엄숙하게 약속하고는 서로 홑어졌다. 물
론 그 후 한번도 다시 모이지는 못했다. 이아손은 삼촌 펠리아스에게 찾아가

황금 양가죽을 건네주며 왕위를 요구했다. 예상했던 바이지만, 펠리아스는 쉽게
응하려 들지 않았고 시간을 벌고자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이아손의 이익을 수호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던 메데이아가

직접 나서기로 했다. 그녀는 어느 날 저녁 펠리아스의 두 딸을 찾아갔다.
"너희 아버지는 늙고 병들었기 때문에 좀 있으면 돌아가실지도 몰라. 하지만
원한다면 내가 마법의 수술로 그의 원기와 젊음을 되찾아 줄 수도 있지 지금 당

장 그 시범을 보여주마."
그리고는 커다란 냄비에 물을 가득 채우고 소금과 여러 가지 약초를 집어넣은
다음 한꺼번에 끓여냈다. 그러더니 가까스로 몸을 지탱하고 있는, 몹시 늙은 양

의 목을 졸라 토막을 내어 끓는 냄비 속에 던졌다. 그리고 마법의 주문을 외웠
다. 그러자 놀랍게도, 깡충거리며 뛰어 다니는 어린양이 냄비 속에서 튀어나오
는 것이었다.

"너희 아버지에게도 이와 똑같이 해줄 수 있다. 단, 그가 잠자는 틈을 이용해
서 너희들이 그의 목을 졸라 토막내야 해. 내가 늙은 양에게 했던 것처럼 말이야."
순진한 두 딸은 메데이아가 시킨 대로 즉시 일에 착수하여 토막난 펠리아스의

시체를 메데이아에게 가져왔다 메데이아는 그것을 냄비 속에 집어넣더니 양에
게 사용했던 마법의 주문을 완전히 잊어버린 체 했다. 그리고는 냉소적으로 덧
붙여 말했다.

"하지만 상관없어, 그 대신 너희들은 아주 맛있는 고기국을 먹게 될 테니."
보잘것도 없으면서 얼굴만 반반한 이기주의자였던 이아손은 오로지 메데이아 덕
분에 왕위도 되찾고 영웅 대접도 받게 되었다. 메데이아에 대한 그의 감정은 메

데이아가 그에게 느끼던 열렬한 사랑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당장에 배은망덕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그는 그녀와 결혼하여 아이를 둘이나 낳기까지 했다. 그러
나 몇 년 후, 코린토스를 여행하던 중 그곳 왕의 딸을 유혹했고, 그녀야말로 자

신에게 적합한 훌륭한 배필이라고 판단하고는 돌아온 즉시 메데이아에게 그 사
실을 통고하고 이혼해버렸다. 그리고는 메데이아에게 품위에 걸맞은 숙식은
제공하겠노라고 했다. 이에 메데이아는 이렇게 대꾸할 따름이었다.

"당신은 날 아리아드네로 착각하나 본데, 전 그녀와는 근본이 달라요."메데
이아는 이아손의 새 약혼녀에게 독약 묻은 드레스를 선물했고, 그 옷을 입은
약혼녀는 헤라클레스처럼 죽어버리고 말았다. 그 다음엔 이아손과의 사이에서

얻은 자신의 두 아이도 죽여버렸다. 그리고 나서 슬픔에 쌓여 있는 이아손을 버
려둔 채 혼자 떠나버렸고, 몇 년인가를 그리스의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마법
사와 독약 제조가로서의 빛나 는 경력을 쌓았다고 한다. 네스토르가 얘기를 마

쳤을 때, 청중들은 아르고선에 탔던 중요한 인물들이 나중에 어떻게 되었는지
알고 싶어했다.
"그들 중 몇몇이 저희 할아버지 시절에 칼리돈의 멧돼지 사냥에 참 가하지 않

았던가요?"하고 디오메데스가 물었다.
"아마도 그랬을 거야. 하지만 그 얘긴 아무 재미도 없어." 네스토르는 좀
퉁명스레 대답했다. 사실 칼리돈의 멧돼지 이야기가 네스토르가 앞서 했던 많

은 이야기들보다 지루한 건 아니다. 하지만 그 자신이 이 이야기 속에서 별볼
일 없는 역할을 했기 때문에 피했던 것이다. 무서운 멧돼지에 기겁한 네스토르
는 자신의 투창을 장대처럼 이용하여 4미터 높이의 나뭇가지 위로 도망쳐 올라

갔고, 그 위에서 피투성이의 멧돼지 사냥전을 그저 수동적으로 관찰하기만
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독자들이 이미 알고 있는 헤라클레스와 테세우스의 모
험들, 그리고 곧 이야기하게 될 오르페우스의 모험담은 기꺼이 들려주고자 했

다. 황천에 간 오르페우스가 코르키스에서 돌아온 후 오르페우스는 음악의 거
장다운 빛나는 삶 을 누렸다.
그리스의 경연 대회는 물론이고 올림포스에서조차 대단한 성공을 거둠으로써 올

림포스의 신들과 유익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자신을 찬미하는
여자들 중의 하나였던 에우리디케라는 처녀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려 했는데,
뱀에 물린 에우리디케가 갑자기 죽고 말았다. 오르페우스의 슬픔은 너무도 컸

고 음악에서조차 위안을 찾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그는 황천으로 내려가 약혼
자를 되돌려달라고 요구하기로 했다. 한낱 인간에 불과한 오르페우스가 산채로
황천에 들어가는 일은 극도로 어려운 시도였다.

우선 깊은 구멍을 통해 땅속 깊은 곳으로 내려가야만 했다. 그러면 스틱스 강의
지류인 아케이론이라는 넓은 강에 이르게 된다. 이 강을 건너려면 턱수염 난 고
집스런 노인네인 뱃사공 카론의 나룻배를 타야만 했다. 원칙적으로 죽은 자만

이 배를 탈 수 있었고, 그것도 반드시 장례식을 치른 자들이어야 했으며 또한
뱃삯으로 줄 은동전을 입에 물고 있어야 했다. 강을 건너고 나면 머리 셋 달
린 개인 케르베로스가 황천의 문을 지키고 있다 죽은 자들은 아야코스, 미노스,

라다만티스라는 3명의 심판관 앞을 통과해야 한다. 이들은 각 기 그리스의 중
요한 나라를 모범적으로 지배했었고, 하데스에 의해 그 자리에 임명되었다. 이
세 심판은 죽은 자들을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으로 분류했다. 그래서 선한 사

람들은 엘리시온(천국)에서 무미건조하고 오로지 정신적인, 하지만 견딜 만한
생활을 영위했고, 나쁜자들은 타르타로스(지옥)에서 영원한 체형을 감내해야 했
다. 엘리시온과 타르타로스 사이에 사자 왕국의 지배자인 하데스와 페르세포

네의 왕궁이 있었다.
오르페우스는 황천에 들어갈 수 있는 어떤 조건도 갖추지 않았지만 그의 음악
적 재능 덕분에 온갖 난관을 뚫고 들어갈 수 있었다. 뱃사공 카론에게는 소나타

연주로 뱃삯을 지불했다. 케르베로스는 오르페우스의 음악에 넋이 나가 그의 발
을 핥을 정도였다. 세 판관들은 헤라클레스와 테세우스의 유명한 전례에 근거
하여 오르페우스에게 통행증을 교부해주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오르페우스는 하

데스와 페르세포네 앞에 서게 되었다. 올림포스에서의 독주회를 기억하고 있었
던 그들은 오르페우스를 영접했다. "스틱스 강에 맹세코 모든 청을 들어주겠소."
라고 하데스가 말하자 오르페우스는 답했다."에우리디케를 돌려 주시오."

하데스는 거절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오르페우스에게 단 몇 시간만이라도 자기
집에 머물러 그날 저녁에 조그만 연주회를 열어준다면 더 없는 영광이 될 거라
고 했다. 그리고는 덧붙이길, "기다리는 동안 페르세포네가 타르타로스를 구경

시켜줄 거요. 볼 만한 구경거리이니 한번 둘러보시오."타르타로스 방문 시간이
별로 없었기에 페느세포네는 오르페우스에게 타르타로스의 중요한 3가지 구경거
리만을 보여주기로 했다. 그 3가지는 시지프스의 바위, 다나오스의 통, 탄탈로스

의 형벌이었다. 페르세포네는 황천 안내서에 적힌 대로 오르페우스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시지프스는 말하자면 '매점매석가' 라고 불리는 그런 죄많은 상인이었죠. 한

해 동안 한 지방에서 수확해낸 밀을 모두 사들였다가 엄청 난 값으로 되팔곤 했
지요. 그는 이러한 방법을 다른 영역에도 적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어요. 그래
서 신비한 수단을 이용해서 밤의 두 아 들인 히프노스와 타나토스, 즉 수면과

죽음의 지배자가 될 수 있었지 요. 이때부터 인간들은 잠을 잘 수 없었고 그로
인해 많은 고통을 받았죠. 죽지 못하게 된 건 인간에게 그다지 괴로운 일은 아
니었지만, 저승 의 신 하데스의 일을 곤란하게 만들었어요. 그래서 하데스의 청

원으로 제우스가 시지프스에게 벼락을 내렸고 타르타로스에서 종신형을 받게
된 거죠. 보다시피 시지프스가 받은 징 벌은 무거운 바위를 저기 언덕 꼭대기까
지 굴려 올리는 거예요. 꼭대기에 다다르면 바위는 시지프스의 손을 벗어나 다

시 언덕 아래로 굴러떨어지게 되어 있고, 시지프스는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해요.
좀더 뒤쪽에 보이는 한 떼의 처녀들은 다나오스의 딸들이에요. 다나오스 왕에
게는 50명의 딸이 있었는데, 그녀들은 자신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똑같은 날

이집트 왕의 50명의 아들들과 결혼을 하게 되었죠. 결혼식 전날 밤에 은밀히 모
인 그녀들은 신혼 초야에 남편을 없애 버리기로 맹세했어요. 그래서 약속대로
49명의 딸들은 각자의 남편을 칼로 찔러 죽였지요. 가장 못생겼던 50번째 딸만

은 남편이 첫날밤부터 외박을 하는 바람에 그럴 수 없었어요. 샘의 물을 열심히
퍼내고 있는 그녀들은 구멍난 통에 물을 가득 채워야 하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형 걸을 받은 거지요. 탄탈로스의 경우야말로 진짜 흥미 있는 구경거리예요. 그

는 유명한 식도락가였고 그리스에서 가장 훌륭한 식탁과 술창고를 가지고 있었
지요. 올림포스의 신들조차 그의 초대를 받는 걸 대단한 일로 여길 정 도였지
요. 하지만 당대의 가장 섬세한 미식가임을 자처하는 걸로 그치지 않고, 초대된

사람들의 무능한 감식안을 들춰내며 모욕하는 일을 즐겼어요. 일례로, 모캐를
바닷가재로 속여 대접하는가 하면 그보다 더한 것은 로스트 비프를 배불리 포
식시키고는 식사가 끝난 후 실은 그게 말고기였다고 밝히는 거예요. 그러던 그

의 장난이 도를 넘어서고 말았어요. 제우스와 아폴론과 데메테르를 초대해놓고
는, 손수 자기 아 들 펠롭스틔 목을 졸라 토막내어 구이 요리를 해서 내놓았던
거예요.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었던 데메테르가 맨 먼저 아무 의심 없이 펠롭스

한 조각을 베어 물어 삼켰어요. 하지만 그 누구도 속일 수 없던 제우스만큼은
즉각 끔찍한 비밀을 밝혀냈지요. 우선 그는 아버지의 몰지각한 자만심의 희생물
이 된 불쌍한 펠롭스의 생명을 되찾아주기로 했죠. 제우스와 아폴론이 아주

공들여서 조각난 젊은이의 몸을 다시 모 아 붙여주었어요. 그런데 데메테르가
삼켜버린 한 조각 때문에 펠롭스의 어깨가 모자랐어요. 그래서 아폴론은 유명
한 의사인 아들 아스클레피오스를 시켜 상아 어깨를 대신 만들어 붙이도록 했어

요. 이로써 그는 역사상 최초로 정형수술을 시행한 셈이 되었지요. 탄탈로스의
형벌은 허기와 갈증에 고통받도록 하는 거였어요. 보다 시피 그는 가슴까지 차
오르는 맑은 호수 물 속에 서 있고, 바로 위에 는 먹음직하게 잘 익은 과일들

이 주렁주렁 매달린 나무들이 늘어져 있죠. 하지만 탄탈로스가 과일을 따려고
하면 나뭇가지들은 그로부터 멀어지고, 물을 마시려고 하면 호수의 수면이 그가
닿지 못하는 지점으로 쑥 내려가버리곤 하죠."

이렇듯 신속하게 황천 방문을 마친 후 페르세포네는 오르페우스와 함께 다시 궁
으로 돌아왔고, 오르페우스는 약속했던 연주회를 즐거운 마음으로 베풀어주었다.
그러자 하데스는 예우리디케와 함께 다시 지 상으로 돌아갈 것을 허락했는데,

거기에 한 가지 조건을 덧붙였다.
"자네가 앞서 걸어 나가고, 둘 다 황천을 빠져 나갈 때까지 단한번 이라도 절
대 에우리디케를 뒤돌아보지 말아야 하오."

오르페우스는 그 조건을 받아들였고 에우리디케를 뒤따르게 하고는 길을 떠났
다. 케르베로스는 짖지도 않고 그들을 내보내주었고, 카론도 돈 한푼 안 받고
아케이론 강을 건너게 해주었다. 사랑하는 이의 얼굴 을 바라보고 싶은 불같은

욕망에도 불구하고 오르페우스는 머리를 돌리지 않았다. 이제 지상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가기만 하면 되었다. 마지막 계단에 발을 놓았을 때, 오르페우스는
마침내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에우리디케는 아직 마지막에서 두번째 계단에

서 있던 중이었고, 거기는 여전히 하데스의 권한에 속한 황천의 영토였다. 오르
페우스가 그녀를 바라보자마자 그녀의 영상이 흐려지더니 스르르 녹아버리고 말
았다. 자신의 팔로 그녀를 잡아보려 했지만 허공만이 잡힐 뿐이었다. 낙담한 오

르페우스는 다시 계단을 내려가 하데스를 찾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엄중한 명령을 받은 카론이 호락호락하게 굴지 않았다 지상으로 다시 올라온 오
르페우스가 가기로 작정한 곳은... 그리스의 왕들은 오르페우스가 어디를 찾아

가려 했는지 영원히 알 수 없었다. 왜냐하면 네스토르가 막 그 얘기를 하려던
순간에 그리스 군의 의료 대장이 황급히 막사로 들어와 아가 秀諮“ 위급한
일을 전 하려 했기 때문이다."무슨 일이냐?"

아가멤논이 묻자 그가 대답했다.
"우리 진영에 페스트 전염병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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