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話 이야기.

위기에 몰린 그리스 군

별관신사 2012. 12. 4. 08:18

자신의 방심을 틈타 그리스 군이 요새와 방책을 쌓았다는 걸 알게 된 헥
토르는 낙담에 빠졌다. 그는 부친인 프리아모스 왕을 찾아가 그 리스에 화
해 협정을 제안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스에 메넬라오스의 보물을 돌려주고 헬레네는 우리에게 남겨 달라
고 하고 일을 종결지읍시다."
프리아모스는 이 생각에 동의하고 아가멤논에게 알리기 위해 특사를 파견

했다. 아가멤논은 즉시 왕들을 모이게 하여 의논했다. 메넬라오스는 물론
이러한 협정에 화를 내며 반대했다. 그는 보물보다는 아내를 찾기 위해
여기에 왔던 것이다. 하지만 몇몇 그리스 왕들은 그렇게 하자는 쪽으로 기

울었는데 그들 중에는 오디세우스의 경쟁자인 팔라페데스도 끼여 있었다.
오디세우스는 이때야말로 팔라메데스에게 복수할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는
일어서서 발언권을 요구했다. 그는 노련한 웅변가였다. 연설을 시작할 준비

가 되자, 천천히 단상 쪽으로 걸어가면서 넓은 어깨 뒤로 머리를 젖히고는
눈썹을 치켜올려 주위를 집중시키는 태도를 취했다. 그는 서두르지 않았고,
호흡을 좀 더 잘 이용하고 성대력을 한껏 펼쳐내기 위해 구두 교수법의 교

사들이 권고하는 몸가짐을 만들어냈다. 즉 몸무게의 삼분지 이는 오른 발
에, 삼분지 일은 20센티쯤 앞으로 내민 왼발에 실었다. 뒤쪽으로 약간 기
운 상체는 15도 정도의 각도를 유지했다. 등뒤에서 맞잡은 두 손은 세 번

째 허리 척추뼈 높이에 놓여 있었다. 턱은 약간 앞쪽으로 내밀었고 두 눈
으로는 천천히 청중을 훑어보고 있었다. 완전한 침묵이 자리하자, 오디세우
스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그 소리는 웅변의 내용에 따라 때

로는 열정적으로 때로는 냉소적으로 어조를 달리했다. 눈송이처럼 경쾌하
면서도 빈틈없는, 날아갈 듯 그의 입술을 빠져 나온 말들은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아버렸다. 오디세우스가 팔라메데스를 비난한 그 연설은 모든 정치

연설문집에 다 나와 있으므로 그걸 여기 다시 베껴 쓸 필요는 없을 것이
다. 게다가 그것은 세 문장으로 요약된다. '팔라메데스는 배신자다. 그는
프리아모스 왕에게 팔렸다. 그 증거로 그의 침대 밑에는 프리아모스 왕이

지원을 대가로 건네준 금화 한 자루가 숨겨져 있다.' 팔라메데스는 결백을
주장하며 아가멤논에게 침대 밑을 뒤져보라고 했다. 이미 며칠 전부터 공
격을 준비하고 있던 오디세우스가 금화 한 자루를 그곳에 숨겨놓은 사실을

팔라메데스가 알 리 없었다. 돈자루가 발견되자 팔라메데스의 유죄는 확
실해졌다. 그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사형이 언도되어 즉각 처형되었다. 프리
아모스의 제안은 그리하여 냉담하게 거부되었다. 이에 헥토르는 다음과 같

이 선포했다.
"그리스인들이 이성에 따르지 않으려 하니, 우리로서는 그들을 강제로
쫓아낼 수밖에 없다."

며칠 전 오디세우스에게 수호상을 도둑맞았다는 모욕감으로 헥토르의 전투
욕은 배가되었고 즉시 군대를 이끌고 성곽을 나섰다. 트로이군의 공격이
하도 거세어서 그리스 군의 전열은 큰 충격을 받고 무너졌다. 어떤 그리스

의 지휘관도, 디오메데스나 아이아스조차도 헥토르 의 돌진을 멈추게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아이아스는 유명한 사수인 동생 테우크로스를 불러 그
에게 명령했다.

"내 방패 밑에 숨어서 헥토르를 죽이거나 상처를 입히도록 하라."
테우크로스는 무릎을 꿇고 앉아 활을 당겼고 아이아스는 무거운 방패로
동생의 머리를 가렸다. 하지만 헥토르가 그 위험한 순간을 보고 말았다. 그

래서 그는 무거운 돌을 주워 방패를 향해 던졌고, 테우크로스에게 심한 부
상을 입혔다. 아이아스는 실신한 동생을 어깨에 메고 퇴각했다. 그리스인의
퇴각은 패주로 변해버렸다. 무질서하게 막사로 밀려들어와 요새와 방책

뒤로 몸을 피한 군인들은 전멸은 모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해가 떨어졌다. 헥토르는 군대에 전투 중지 명령을 내리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일 싸움을 끝장내고 그리스인들을 바닷속에 던져버립시다. 그 동안은
풍요로운 식사와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서 다시금 우리의 힘을 충전시키도
록 합시다."

그리스 진영에는 초조함이 감돌았다. 아가멤논조차 용기를 잃었다. 그는 다
시금 왕들을 모이게 했다.
"여러분, 우리는 결코 이 전쟁에서 이기지 못할 것 같고, 완전히 패 할

위기에 봉착했소. 우리를 가족과 나라로부터 오랜 동안 떨어지게 했던 이
전쟁을 이쯤에서 그만 두는 게 현명하지 않겠소? 여러분들이 동의한다면
오늘밤에라도 당장 배에 올라 우리들 조국으로 돌아갈 것 을 제안하는 바요."

이러한 발표에 놀라운 침묵이 뒤이었다. 하지만 디오메데스가 즉각 거세게
반발했다.
"당신은 당신 뜻대로 하시오. 난 남아서 끝까지 싸우겠소."

메넬라오스, 아이아스, 오디세우스가 이 용감한 태도에 동의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네스토르가 말했다.
"내 솔직히 말하리다. 우리가 이같은 위기 상황에 빠진 것은 우선 아가

멤논 당신에게 책임이 있소. 당신이 아킬레우스를 화나게 하여 그의 탈퇴
를 자극했으니, 우리의 가장 견고한 원조자를 없애버린 건 바로 당신이오.
하지만 아킬레우스에게 저질렀던 잘못을 용서받고 그를 우리편에 서서 싸

우도록 설득할 시간은 아직 있을 거요."
아가멤논은 고개를 떨구었다.
"좋소, 아킬레우스에게 그의 아름다운 브리세이스를 돌려주리다. 그리고

보상하는 뜻에서 다른 7명의 젊은 포로와 말들, 그리고 우리가 트로이 전
쟁에서 승리하면 내 몫으로 돌아올 전리품의 일부도 제공하겠소이다."
"그거 관대한 제안이구려. 아킬레우스도 그만하면 마음이 움직일 거라

생각되오. 그러한 제안을 전달할 2명의 대사를 보내도록 합시다."
라고 네스토르가 말했다. 이 임무를 위해 오디세우스와 아이아스가 지목되
었다. 오디세우스 에 대해 아킬레우스는 크나큰 우정을 가지고 있었고, 아

이아스는 그의 사촌 형제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리스 진영의 끝에 위치
한 아킬레우스의 진지로 향했다. 아킬레우스는 막사 앞에 앉아 절친한 친
구인 파트로클로스를 벗삼아 칠현금을 연주하고 있었다. 아킬레우스는 그

들 을 환대하며 식사에 초대했다. 식사 도중에는 이런 저런 다른 이야기
를 나누었고, 디저트가 나온 순간 오디세우스는 예의 웅변조로 자신들 이
찾아온 목적을 설명했다. 그는 우선 아킬레우스 없이는 그리스 군 이 승

리할 수 없을 거라고 말하면서 아킬레우스의 자존심을 높이 세워주었다.
그리고는 아가멤논이 제공한 보상의 규모를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아킬레
우스가 트로이를 향한 배에 오를 때 그의 부친 펠레우스가 했던 권고를

환기시킴으로써 아들로서의 효심을 자극했다.
"아킬레우스, 부친이 자네에게 했던 마지막 말을 기억하게나. '용감해라.
하지만 감정을 잘 다스리고 기분의 변화를 억제하라'고 하지 않았던가."

아킬레우스는 말없이 듣기만 했다. 그리스의 군대가 자신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사실에 우쭐해졌고, 아가멤논이 받았을 모욕에 속으로 고소해했다.
더욱이 브리세이스를 되찾을 수 있으며, 아름다운 포로들과 말들 그리고

전리품 일부를 보상으로 받을 수 있다는 데도 민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원한과 완고함은 이 모든 것보다 강한 것이었다. 잠시 숙고한
아킬레우스는 멸시하듯 미소 지으며 오디세우스에게 말했다.

"자네의 말은 참으로 웅변적이네만 내 마음을 누그러뜨리지는 못하네.
이 전쟁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네. 나는 트로이에 아내를 빼앗긴 메넬라
오스에 대한 우정으로 이 전쟁에 참여했네. 하지만 내 아내를 훔쳐간 건

트로이군이 아니라 아가멤논이네. 왜 내가 내게 아무런 일도 하지 않은 헥
토르에 대항해 싸우며 내 목숨을 위험에 내놓겠는가? 더 말해도 소용없네.
내 결심은 확고하니까. 난 내일 당장 부대를 이끌고 그리스로 가는 배를

타겠네. 아가멤논에게 가서 브리세이스와 말들 과 포로들과 전리품을 모두
가지라 하고, 아킬레우스는 몸을 팔지 않았다고 전하게."
파트로클로스가 오디세우스의 편을 들어 애원해도 소용이 없었고, 아이아

스가 아킬레우스의 고집을 거세게 나무라도 소용이 없었다. 어찌해볼 수
없을 만큼 미르미돈족의 왕은 완강하게 버티었다. 그리하여 아이아스와 오
디세우스는 아킬레우스와 작별을 하고 아가멤논에게 돌아왔다. 그들의 당

황한 표정으로 미루어 다른 왕들은 임무가 실패했다는 걸 짐작했다. 용기
를 북돋게 한 것은 이번에도 디오메데스였다.
"아킬레우스가 떠나든 남든 그건 그의 일이다. 우리는 그 없이도 해 나

갈 수 있다. 그러니 내일의 전투를 위해 좀 쉬도록 하자."
모두들 그의 충고를 따랐다. 하지만 그날 밤 그들 모두는 불편한 마음으로
잠에 들 수밖에 없었다. 새벽이 되자 트로이 군의 공격을 알리는 나팔 소

리가 잠을 깨웠다. 그리스 군은 그들을 대적하기 위해 트로이 성곽과 그리
스의 진지 사이에 있는 평야로 서둘러 나아갔다. 트로이 군은 아주 빠른
속도로 우세권을 잡았다. 파리스를 옆에 대동한 헥토르는 그리스 전열에

큰 피해를 입혔다. 그는 투창으로 아가멤논의 팔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아
가멤논을 보호하려던 디오메데스도 파리스의 화살을 맞고 그의 발치에
쓰러진 채 땅에서 꼼짝하지 못했다. 오디세우스가 달려와 화살을 뽑아냈지

만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이번에는 헥토르의 두번째 투창이 날아와 그의
엉덩이를 찔렀다. 너무도 고통스러워 오디세우스는 도와달라고 소리쳤다.
메넬라오스가 그를 도우러 왔지만 그 역시 헥토르가 던진 돌에 얼굴을 맞

아 다치고 말았다. 그리스 군은 겁에 질려 정신없이 후퇴하기 시작했고, 요
새와 방책 을 뛰어넘어 해변가에 정박하고 있던 선박까지 계속 도망쳤다.
헥토르와 그의 부대들 역시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은 채 방책을 뛰어넘어

그리스 군의 함대를 불사르겠다는 생각으로 그리로 향했다. 그리스 군의
장성들 가운데 아이아스만이 아직 건재했다. 그는 용감하게 자기 부대의
일부를 모아 트로이 군의 공격에 제동을 가해 그리스의 선박을 구하려 했

다. 하지만 헥토르가 던진 불붙은 짚단에 의해 선박 하나가 이미 불길에
휩싸였다. 그리스의 상황은 절망스러워 보였다. 아킬레우스와 파트로클로스
는 자기들의 막사에서 이러한 접전을 지켜보고 있었다. 파트로클로스는 동

족의 패망을 그대로 두고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킬레우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네가 이 전쟁에 끼여들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걸 이해한다. 하지만 난

너처럼 아가멤논과 우리의 종족을 증오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니 제발 부
탁인데 그들을 도울 수 있게 해다오. 알다시피 트로이 군은 네 모습만 봐
도 충분히 기가 꺾이니, 네 무기들을 빌려 너처럼 차리고 나서기만 해도
적군을 놀라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아킬레우스는 마지못해 승낙했다. 파트로클로스는 즉시 헤파이스토스가 손
수 아킬레우스에게 만들어준 번쩍이는 청동 갑옷과 투구와 방패로 치장했
다. 그리고 그의 검과 투창도 지녔다. 하지만 너무 무거워 들 수 없었던 긴

나무창만은 그대로 두었다. 그리고 아킬레우스의 마차에 레소스의 말들만
큼이나 훌륭한 2필의 말을 서둘러 맸다. 격노한 아킬레우스의 말들을 다스
릴 줄 알았던 유일한 사람이자 수석 마부인 아우토메돈이 마차를 몰았고

무장한 파트로클토스가 그 위에 올라탔다. 아킬레우스는 근심스런 얼굴로
파트로클로스에게 마지막 당부를 했다.
"먼발치에서 그저 트로이 군에게 모습을 보이기만 해라. 네가 나타나기

만 해도 그들은 그리스 진지에서 도망쳐버릴 테니까. 특히 그들을 따라 요
새를 넘어가지 않도록 조심하고 헥토르와는 대적하지 말아라. 그는 네게는
너무 힘든 상대야."

파트로클로스는 이 지시를 지키기로 약속하고는 재빨리 말을 달려 전쟁터
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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