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話 이야기.

일 대 일의 전투

별관신사 2012. 12. 4. 08:16

그리스 왕들간의 불화와 아킬레우스의 탈퇴 소식은 곧이어 헥토르의 귀
에 흘러 들어갔다. 가장 두렵던 적군 하나가 전투에서 빠지게 되었다는 사
실에 고무된 그는 즉각 부대를 모이게 하여 성곽 밖으로 나섰고, 침략자들

과 결판을 내기로 작정했다. 그리스 군도 서둘러 전투 태세를 갖추었다. 두
군대는 서로 마주보고 섰고 달려들어 싸울 신호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런데 헥토르가 자기 부대에게 공격 명령을 내리려는 순간 오디세우스가 그

리스 군 사 이에서 튀어나와 헥토르에게 소리쳤다.
"장군 잠깐 기다리시오. 싸움이 시작되면 어느 편이 이길지는 모르겠지
만 그리스와 트로이의 수많은 사람이 죽어갈 것만은 확실하오. 그같은 대

량 학살을 피하기 위해 단독 전투를 제안하는 바이오. 즉 그 리스 군 1명
과 트로이군 1명이 일 대 일로 싸우자는 거요"
"그거 괜찮은 생각이오. 이 전쟁의 근원은 메넬라오스와 파리스간의 개

인적인 분쟁에 있으니, 그들이 공정한 한판 승부를 벌여 분쟁을 종결시키
는 것이 합당할 거요. 그러니 우리 두 군대가 지켜보는 가운데 제한된 전
투지에서 그들을 싸우게 합시다. 만일 메넬라오스가 이기면 그에게 아내와

보물들을 돌려줄 것을 약속하지요. 하지만 파리스가 이긴다면 그리스 군은
우리의 해변을 떠나 모든 계획을 포기해야 하오."
라고 헥토르가 대답했다. 오디세우스는 메넬라오스와 의논을 했고, 메넬라

오스는 이러한 제 안을 수락했다. 반대로 파리스는 자기형의 말을 듣고는
기가 죽어서 도망칠 생각을 했다. 그는 슬그머니 헥토르로부터 멀어져서
트로이 군대 속으로 사라져버리려 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화려한 표범

가죽으로 된 갑옷을 입은 그는 쉽게 눈에 띄었고 헥토르에게 견되어 망신
스러운 비겁함을 책망 당했다.
"뭐야? 막대한 손실과 수많은 죽음으로 이끌지도 모를 전쟁에 우리를 끌

어들이고는 넌 네가 배신한 사람과 당당하게 맞서 싸울 용기도 없다는 거냐?"
파리스는 고개를 떨구고 형에게 용서를 구했고 싸움을 하기로 했다. 트로
이의 왕 프리아모스와 그리스의 최고 우두머리인 아가멤논이 방금 제안된

합의를 엄숙하게 확인하는 동안에, 헥토르와 오디세우스는 메넬라오스와
파리스가 맞붙게 될 일 대 일 전투의 규칙을 정하고 있었다. 그들은 모래
위에 가로 30미터 세로 20미터의 사각형을 그려냈고, 두 사람 중 이 사각

형을 벗어나는 자가 패하는 걸로 하기로 했다. 두 사람 모두 투창, 검, 단
도를 차례대로 사용할 수 있으며, 추첨을 통해 투창 던지는 순서를 정하기
로 했다. 투창 던지기로 결판이 나지 않으면 검과 단도를 이용하여 둘 중

의 한 사람이 죽거나 도망칠 때까지 계속 싸우기로 했다. 완전한 침묵 속
에 그리고 20만 대군의 눈이 지켜보는 가운데, 두 남자는 장식용 깃털이
길게 늘어진 투구와 짧은 갑옷을 입고, 사각형의 금 양끝에 자리를 잡았다.

오른손에는 투창이, 왼팔에는 방패가 들려 있었고 검과 단도는 혁대에 차
고 있었다. 메넬라오스는 분노로, 파리 스는 공포로 얼굴이 창백해졌다. 두
사람의 이름을 적은 종이를 투구 속에 집어넣고는 추첨에 들어갔다. 먼저

투창을 던질 수 있게 된 것은 파리스였다. 평소에 그는 투창에 아주 노련
했지만, 팔이 너무 벌린 나머지 투창에는 힘이 빠졌고 메넬라오스의 방패
에 가서 멎어버렸다. 이 번에는 메넬라오스가 복수심으로 배가된 힘으로

투창을 던졌으나, 파리스는 정확하게 몸을 숙여 피할 수 있었다. 그러자 메
넬라오스는 검을 쥐고 상대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는 파리스의 투구를 향
해 격렬하게 휘둘러댔지만 칼만 부러지고 말았다. 질겁한 파리스가 도망치

려 하자 메넬라오스는 그의 투구 깃털을 잡아채어 목을 졸라대었다. 그
순 간, 파리스의 보호 여신이던 아프로디테가 제우스의 금지령을 무시한
채 끼여들지 않았더라면, 파리스는 그대로 죽어버렸을 것이다. 그녀는 파리

스의 투구끈을 잘라버려 메넬라오스의 손에는 끈자락만이 들려있게 했으
며, 파리스를 구름으로 둘러싸 잠시 상대방의 시야로부터 벗어나게 함으로
써 트로이 성곽 쪽으로 도망칠 수 있게 만들었다. 파리스가 어찌나 날쌔게

도망을 쳤는지, 가벼운 발을 가진 아킬레우스조차 쫓아갈 수 없었을 것이
다. 이렇게 파리스가 싸움을 저버리고 도망치는 걸 본 10만 그리스인들 은
승리의 감탄사 '아!'를, 10만 트로이인들은 실망의 감탄사 '오!'를 외쳐댔지

만, 프리아모스와 아가멤논 사이에 이루어진 합의에 따라 이제 곧 전쟁이
끝나리라는 생각에 모두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실제로 성벽 위에서 싸
움을 지켜봤던 프리아모스는 메넬라오스에게 아내 와 보물을 돌려보냄으로

써 벌써 자신의 약속을 실행에 옮길 준비를 했고, 자신이 한 말을 충실히
지키는 헥토르도 자기의 검을 땅에 내던짐으로써 전투가 끝났음을 알리려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신들은 또 다르게 일을 결정하고 있었다. 트로

이인들에 대한 집요한 원한을 품고 있던 아테나로서는 그들을 이렇게 쉽
게 난관에서 벗어나게 놔둘 수가 없었다. 그리고 제우스의 금지에도 불구
하고 아프로디테가 분쟁에 개입했으므로, 자신도 그만큼 할 권리가 있다

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헥토르로 변신하고는 유명한 트로이의 사수인
판다로스를 찾아갔다. 그는 막 파리스의 참패를 지켜보고 있던 중이었다.
"판다로스, 방금 우리 민족이 당한 치욕을 피로써 씻고 우리를 능멸한

메넬라오스를 응징해야 하네. 자네는 활에 능하니 그를 저 세상으로 보내
어, 거기서 맘껏 잘난 체하도록 해주세."
판다로스는 상관의 말을 거역하는 법이 없었다. 그는 2명의 군인에게 방

패로 자기 모습을 가리게 하고는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이미 갑옷을
벗어버린 메넬라오스를 향해 조준된 활을 쏘았다 화살은 메멜라오스의 옆
구리를 관통하여 그는 엄청난 피를 쏟으며 쓰러졌다. 그리스 군의 전열에

서 분노의 함성이 솟구쳤다. 아가멤논이 외쳤다.
"우리는 배신당했다. 전투를 다시 시작하자."
그제서야 판다로스는 가짜 헥토르가 홀연히 사라지는 걸 보았고 자신이 속

았다는 걸 깨달았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전투를 재개한 첫번째 인물은 디
오메데스였다. 그는 아킬레우스가 없는 상황에서 그리스 장군들 중 가상
용감한 자였다. 분노한 그는 부대를 이끌고 방금 메넬라오스를 다치게 한

판다로스가 속해 있는 트로이 군대를 공격했다. 판다로스는 그에게 화살을
날렸고, 잘 조준된 화살은 디오메데스의 갑옷을 묶었던 끈 하나를 끊어버
리고 디오메데스의 어깨 한 복판에 깊은 상처를 내었다. 하지만 '칼리돈의

멧돼지'를 멈추게 하려면 그 정도로는 안 되었다. 디오메데스는 고통을 개
의치않고 자신의 임무를 계속했고 판다로스에게 투창 하나를 던져 그를
단 번에 죽여버렸다. 겁에 질린 트로이인들은 무질서하게 후퇴했다. 아프

로디테에 대한 사랑 때문에 트로이의 편에 서게 된 전쟁의 신 아레스가 그
들을 돕기로 했다. 그는 트로이 병사로 변장하고는 전쟁터로 내려와 디오
메데스 앞에 나섰다. 흥분한 디오메데스는 아레스의 팔을 향해 무서운 칼

날을 휘둘렀다. 겁쟁이에 엄살꾼이던 아레스는 찢어질 듯 소리를 질렀고,
그 소리가 하도 커서 전투의 굉음을 압도할 정도였다. 그리고는 망신스럽
게 도망을 치고 말았다. 그는 내려올 때만큼이나 재빠르게 올림포스로 다

시 올라가버렸고 아이처럼 징징 울면서 자기 엄마인 헤라에게 찾아가 치료
와 위안을 구했다. 제우스는 그를 비웃으며 말했다.
"내 명령을 거스른 대가인 줄 알아라."

하지만 아레스의 개입으로 시간을 번 헥토르는 디오메데스가 전투를 벌이
고 있는 장소를 찾아낼 수 있었다. 헥토르가 나타나자 마음이 놓인 트로이
군들은 다시 전열을 정비하고 그리스 군에 맞섰다. 전투는 격렬했고 두 진

영의 손실은 막대했다. 그때 헥토르가 오디세우스에게 말했다.
"우리가 합의했던 조약이 깨진 건 어떤 오해와 신들의 농간때문인 것 같
소. 하지만 배반의 주역인 판다로스는 이미 벌을 받았소. 그러니 이 전쟁의

운명을 결정하기 위한 새로운 일 대 일 전투를 제안하는 바요. 이번에는
나 헥토르가 트로이를 대표하겠소. 나는 그리스의 어떤 장군이라도 대적할
준비가 되어 있소."

그리스 왕들은 전투를 잠시 멈추고 누가 헥토르에 대적할 것인가를 의논했
다. 메넬라오스가 자원했지만, 동료들은 옆구리의 상처 때문에 헥토르에 맞
설 수 없을 거라고 제지했다. 사실 아킬레우스가 없는 가운데서는 2명의

그리스인만이 헥토르와 견줄 만했으니, 그들은 디오메데스와 아이아스였다.
한데 디오메데스는 판다로스가 입힌 상처로 불리했기에 그리스 왕들은 만
장일치로 아이아스가 그들의 진영을 대표할 것을 결정했다. 다시금 모래

위에 사각형이 그어졌다. 두 거구가 서로 마주보며 자 리를 잡았다. 싸움을
유발하기 위해 그들은 거친 말로 서로를 비난하고 헐뜯었다.
"이 술고래야!"

아이아스의 과도한 주벽을 빗대어 헥토르가 먼저 욕설을 퍼붓자 아이아스
가 응수했다.
"너도 네 동생 파리스만큼 재빨리 도망치는지 한번 보자."

이렇게 서두를 뗀 후 싸움이 시작되었다. 헥토르가 먼저 던진 투창이 아이
아스의 거대한 방패에 부딪쳐 부서졌다 반면에 아이아스의 투창은 헥토르
의 방패를 절단내고 갑옷에 금을 내었지만 뚫지는 못했다. 기억하겠지만

헥토르는 투포환 경기 대회의 우승자였다. 그래서 그는 무거운 돌 하나를
집어들고는 아이아스의 방패를 향해 힘껏 던져 방패를 아이아스의 손에서
떨어뜨렸다. 방패가 없어진 두 영웅은 길고 격렬한 칼싸움에 들어갔다. 두

사람의 힘은 대등했고 그들이 휘두르는 세찬 칼 소리는 평지 전체를 울려
댔다. 저녁 6시에 시작된 싸움은 밤 9시가 되어도 결판이 나지 않은 채
계속되었다. 그러자 그리스의 노왕 네스토르가 끼여들었다.

"당신 두 사람은 하나같이 용감하고 힘이 넘치니. 오늘 안에 승부 가 가
려지지 않을 듯싶소. 그러니 이 고귀한 결투를 그만 끝내도록 합시다."
지친 아이아스와 헥토르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들은 칼을 자루에 집

어넣었고 운동 선수처럼 서로 악수를 나누었으며, 오늘날 럭비 선수들
이 시합이 끝난 후 서로의 운동복을 바꿔 입듯이, 피묻은 서로의 갑옷을
교환했다. 밤이 완전히 이슥해지자 두 군대는 각자의 진영으로 물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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