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대의 청년이던 크로톤의 밀론은 올림픽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 해야겠다
는 결심을 했다. 천성적으로 이미 거대한 힘을 소유하고 있었던 그는 체력 단
련을 위해 어린 송아지를 어깨에 짊어지고 꽤 먼 거리를 걸어서 답파해볼 생각
을 했다. 훈련은 몸에 아주 이로워보였고 그는 송아지를 등에 지고 같은 훈련
을 매일 되풀이했다. 처음에는 송아지 무게가 10킬로그램 정도밖에 되지 않았
기에 일이 그다지 어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송아지의 무게는 날로 조금씩 늘
어갔고, 그럼에도 불구하도 전날과의 차이는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였다. 그
렇게 해서 밀론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무거워지는 짐을 지고 다니게 된
셈이었다. 4년이 지나자 그는 4백 킬로그램이나 되는 황소를 힘들이지 않고 질
수 있게 되었다. 그제서야 밀론은 올림픽에 참가했고 어깨에 황소를 지고 트랙
을 한 바퀴 돌아 관중들의 갈채를 받았다. 그리고 난 후 단 한방의 주먹으로
황소를 때려눕히고는 3일 간 그 고기를 먹었다. 몇 년 간 그는 그리스에서 가장
훌륭한 운동 선수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황소가 그랬듯이 그 역시 느낄 수 없
을 만큼 나날이 늙어갔다. 하지만 그는 그러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 쉰 살이 되
었는데도 밀론은 자신이 아직 강하다고 믿고 있었다. 어느 날 숲속을 산책하
던 그는 열심히 전나무를 패고 있는 나무꾼들을 보게 되었다. 나무 가장자리에
틈새가 나긴 했지만 나무기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내가 좀 도와주지요."
라고 말하며 밀론이 다가섰다. 그는 가장자리의 틈새에 손을 집어넣어 나무 기
둥을 들어올려 나무를 절단할 생각으로 나무꾼들에게 가장자리에서 떨어져 있
으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틈새에 손을 집어넣자 기둥이 다시 맞물렸고 그의 두
손은 나무 기둥 사이에 끼이고 말았다. 나무꾼들이 그를 나무에서 떼어내려고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밤이 되자 나무꾼들은 그를 버려둔 채 떠나갈 수밖에
없었다. 지친 밀론은 늑대의 밥이 되어 죽고 말았다. 이러한 경험을 배우게 된
헥토르는 밀론이 했던 것과 유사한 훈련 과정을 채택했다. 물론 똑같은 실수는
범하지 않으리라는 다짐도 했다. 매년 봄마다 그는 호박밭에서 투포환 던지기
연습을 했다. 처음에 주워온 호박들은 사과만한 크기였고 쉽게 50미터까지 던질
수 있었다. 호박들은 차츰 자라 10킬로그램에 육박했다. 하지만 규칙적인 훈련
덕에 헥토르는 그 차이를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서른 살이 되자 그는 트로이의
가장 힘센 투사가 되었다. 게다가 용감하고 너그러웠으며 매우 사려가 깊었다.
그리하여 트로이 사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그가 트로이 군을 지휘하
게 된 이래 크산토스 강은 한번도 범람하지 않았으며 그는 한번도 패배하지 않
았다. 하지만 해안에 정박한 그리스 군대를 보자 헥토르 역시 초조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 중에서도 가장 두려운 투사인 아킬레우스의 투구와 갑옷과 방패가
떠오르는 태양에 번득이는 걸 볼 수 있었다. 이러한 모습을 지켜본 것은 헥토르
만은 아니었다. 올림포스의 정상에서는 신들 역시 주의 깊게 그러한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한 달 전부터 신들 역시 두 편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그리스의 입장에 호의적인 한편은 헤라와 아테나에 의해 지휘되고 있
었다. 헤라는 황금 사과 사건 이래 파리스에 대한 원한을 간직하고 있었고 아테
나 역시 똑같은 이유로 트로이군을 증오했다.
더욱이 아테나는 그리스 창설 당시의 경연 대회 이래 그리스인들을 각별히 사랑
했고, 특히 오디세우스의 지력을 높이 평가했다. 또 다른 한편은 상대편이 '트
로이의 압력 단체' 라고 부르던 무리였다. 이 편은 아프로디테가 지휘하고 있
었으며, 그녀 역시 파리스의 판결을 기억하고 있었다 아프로디테는 자신의 입장
을 지원해줄 동조자로 옛날 애인이었던 아폴론과 아레스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
했다. 아내와 자식들의 서로 엇갈린 압력을 받아야 했던 제우스로서는, 쉬운 일
은 아니었지만서도, 엄정한 중립 태도를 지키려고 노력했다. 그리스 군이 트로이
에 정박한 날 저녁, 제우스가 올림포스에서 저녁을 먹으러 대식당으로 들어섰
을 때, 끔찍한 소란이 그를 맞아들였 다. 서로 욕설을 주고받는 걸로 만족하지
못하던 신들이 급기야 체면 불구하고 접시를 식탁 위로 날려대면서 싸우기 시작
했던 것이다.
'그렇지, 또 그 얘기들을 하고 있군.'
하고 제우스는 생각했다. 그는 주먹으로 식탁을 탕탕 쳐대며 조용히 할 것을 요
구한 후, 트로이 전쟁은 순전히 인간들의 일이니 절대로 그 일에 개입하지 말
것을 신들에게 단단히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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