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완성 단계 [圓滿行]
창조 단계에서는 보석처럼 빛나는 붓다의 형상을 세부적인 데까지 상상한다. 상상
을 점점 더 깊이 확장시켜 나가, 만다라 궁전 전체를 시각화하는 단계에 이른다. 그리
하여 코 끝이나 심장 의식 센터 또는 생식기 의식 센터의 빈두[精]가 만다라 궁전으로
충만하게 될 때까지 상상을 지속해 나간다. 이렇게 만들어진 정묘한 만다라의 홀로그
램[干涉圖形]을 여러 시간 유지한다. 이 상태가 되면 완성 단계 수행을 할 수 있는 준비
가 된 것이다. 창조 단계 명상은 시각적으로 창조한 영상들이 투명하게 빛나는 '비어-
있음' 속으로 녹아들어 가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시각적으로 창조한 영상들은 완성 단
계에서 4종류의 황홀한 체험과 함께 다시 되살아난다. 그 4종류의 체험은 일상적인 자
기가 아닌 붓다와 보살의 체험이며, 완성 단계의 뼈대가 되는 체험이다. 그에 대해 간
략히 설명해 보자.
완성 단계 수행은 다른 방식으로 단계를 설정할 수도 있지만, 보통 5단계로 진행된
다. 1단계는 '육체를 분리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일상적인 육체에서 자신을 분
리한다. 2단계는 '말을 분리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바즈라 만트라[金剛眞言]을
반복함으로써 프라나[호흡 에너지]와 만트라를 하나로 결합한다. 3단계는 '마음을 분리
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의식 에너지 전체를 중앙 통로로 끌어 들여, 신비한 몸
즉 미묘한 에너지 신체를 만든다. 4단계는 '투명한 빛과 융합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
서는 3단계에서 만든 신비한 몸과 우주적인 실체인 투명한 빛이 하나가 된다. 이 체험
을 통해 비이원성에 대한 깨달음이 깊어진다. 5단계는 '통합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우주적인 실체인 투명한 빛과 신비한 몸과 일상적인 차원의 육체가 온전히 하나로 통
합된다. 투명한 빛은 진리의 몸[法身]이고, 신비한 에너지 신체는 깨달은 몸[報身]이며,
일상적인 육체는 나투는 몸[化身]이다. 이 세 몸이 온전히 하나 되어 완전한 불성(佛性)
을 성취한다.
인도에는 창조적인 수행법을 개발해 낸 위대한 성자들이 많다. 티벳 불교는 그들로
부터 다양한 탄트라 수행법을 물려받았다. 여러 종류의 탄트라 수행법은 나름대로 이
해를 표현하는 방식과 체계가 다르다. 창조 단계와 완성 단계를 거쳐 최종 목표인 완전
한 붓다의 경지에 도달한다는 전체적인 구조는 같지만, 각 단계별로 수행하는 내용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세속의 포기, 사랑과 자비의 정신 함양, '비어-있음'을
통찰하는 지혜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모든 탄트라 수행이 깨달
음을 가속시키며, 자비로운 마음을 키워 준다. 그리하여 이 생에서 완전한 붓다의 경지
에 도달하도록 도와준다. 모든 탄트라가 목표를 미리 상상함으로써 목표에 빨리 도달
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깨달음의 희열로 충만한 미묘한 차원의 마음을 활성화시켜 그
마음으로 궁극적인 실재를 통찰하도록 하고, 깨달음의 에너지를 모든 중생의 행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발산하도록 하는 것도 탄트라의 기본 정신이다. 완전한 통합을 성
취해 붓다의 경지에 도달한 상태를 무엇이라고 부르든지 그 내용은 같다. '위대한 완성
'이라고 불러도 좋고, '마하무드라(大印)'라고 불러도 좋다. 또는 '기쁨으로 충만한, 분
할할 수 없는 비어-있음'이라고 불러도 좋다. 용어만 다를 뿐 실제 내용이 다른 것은
아니다.
일상적인 육체와 자기 이미지에서 자신을 분리하는 것이 '육체의 분리'다. 창조 단
계 수행은 '육체의 분리'가 시작되면서 끝난다. 창조 단계에서 그대는, 시각화 상상을
통해 그대 자신을 실제로 붓다와 보살로 체험한다. 그대의 얼굴, 눈, 팔, 감각 등 신체의
모든 부분이 붓다와 보살로 변한 육체 만다라를 완성시킨다. 그러나 이 단계는 아직 거
친 육체 차원이다. 시각화 상상의 폭발적인 확장을 통해 거친 차원의 육체에 대한 감각
을 완전히 넘어서야 한다. 자신의 모습 속에서 붓다나 보살을 보는 것이 아니라, 붓다
나 보살이 되어서 자신을 느끼는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이것이 완성 단계 수행의 1단
계인 '육체의 분리'이다. 여기에 이르면 인간적인 형상으로 자신을 느끼는 감각이 사라
지며, 중앙 통로와 프라나와 빈두로 이루어진 미묘한 차원의 몸에 대한 감각이 살아난
다. 이 때 거친 차원의 마음은 3가지 형태의 직관으로 변형된다. 이에 대해서는 앞에서
간략하게 설명한 바 있다(도표 7.을 보라).
만다라 궁전과 자신의 몸이 붓다와 보살의 형상으로 변한 모습을 시각적으로 그리
는 것은 아직 거친 차원의 수행이다. 이 수행은 미묘한 차원의 몸과 마음에 대한 감각
을 깨우기 위해 행하는 것이다. 완성 단계에서는 명료한 의식을 가지고, 미묘한 차원을
깨우는 수행을 지속적으로 밀고 나간다. 거친 차원과 미묘한 차원의 몸과 마음에 대해
서는 앞에서 설명한 내용을 참조하라(도표 4.를 보라). 미묘한 차원의 몸은 10종류의 프
라나[신경 에너지]로 형성되어 있다. 10종류의 프라나는 5가지 주요 프라나와 5가지 부
수적인 프라나로 나뉜다. 5가지 주요 프라나는 전신에 퍼져 있는 생명 에너지인 '비야
나', 심장 센터(목과 심장 사이)에서 호흡을 주관하는 '프라나', 배꼽 센터(배꼽과 심장
사이)에서 소화를 관장하는 '사마나', 목 센터(목과 정수리 사이)에서 근육의 활동을 주
관하는 '우다나', 생식기 센터(배꼽에서 발바닥 사이)에서 생식과 배설을 관장하는 '아
파나'를 말한다. 5가지 부수적인 프라나는 다섯 감각 기관의 감각 능력과 관련된 신경
에너지이다.
'육체의 분리' 단계에서는 이러한 10가지 프라나가 붓다와 보살의 생명 에너지로
의식된다. 미묘한 차원의 몸을 구성하는 또 하나의 요소인 빈두[精]는, 정액 속에 들어
있는 남성 호르몬의 정수와 난자 속에 들어 있는 여성 호르몬의 정수를 가리킨다. 미묘
한 차원의 몸을 구성하는 남성 호르몬의 정수는 '각성된 백색 빈두'라고 부르며, 여성
호르몬의 정수는 '각성된 적색 빈두'라고 한다.
중앙 통로의 중심에 심장 센터가 있는데, 심장 센터 한 가운데에 '불멸의 빈두'라고
부르는 지극히 미묘한 마음이 갇혀 있다. 심장 센터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지극히 미
묘한 마음이 궁극적인 자아인 무아(無我)다. 궁극적인 자아는 온 우주가 투명하게 빛나
는 '비어-있음'임을 통찰하는 희열[法悅]로 충만하다. 불멸의 빈두 속에 있는 간직되어
있는 에너지가 지극히 미묘한 차원의 몸을 이룬다. 물론 이 차원에 이르면 몸과 마음의
구별이 존재하지 않으며, 주관과 객관의 구분도 사라진다.
'육체의 분리'를 실현하기 위한 수행법은 다양하다. 그런 수행을 통해 '육체의 분리
' 상태가 흔들리지 않는 경지에 도달하면, 실제로 죽을 때나 경험할 수 있는 과정을 수
행 중에 체험할 수 있다. 호흡이 점차 약해지다가 마침내 완전히 멎는다. 다음에는 흙
이 물로, 물이 불로, 불이 바람으로, 바람이 의식 또는 空으로 해체되는 4과정을 겪는
다. 각 과정마다 신기루, 연기, 반딧불의 반짝임, 밝은 촛불과 같은 주관적인 상황을 경
험한다(도표 8.을 보라). 이 수행은 지각이 순수해진 다음, 즉 붓다로서의 자기 이미지
가 확고해진 다음에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죽음에 대한 무의식적인 공포와 저항 때
문에 혼란이 생기고, 해체 과정을 성공적으로 건너기 위해 필요한 신경의 평형이 깨진
다.
육체를 구성하는 4가지 요소[地, 水, 火, 風]가 해체된 다음에는, 거친 차원의 의식
[空]이 해체되면서 3단계 직관으로 이루어진 미묘한 차원의 의식이 각성된다. 미묘한
차원의 의식은 일상적인 상태에서는 80가지 본능적인 행위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의식
이다(도표 7.과 도표 8.을 보라). 수행자는 여기에서도 각 단계를 거칠 때마다 달빛 밝
은 하늘, 햇빛 찬란한 하늘, 순수한 어두움, 투명한 새벽 빛과 같은 주관적인 체험을 한
다. 이 과정의 마지막 단계에서 투명한 빛과 같은 지극히 미묘한 차원의 마음으로 넘어
간다.
이 수행을 하는 동안에는 절대적인 안정이 필요하다. 해체되는 본능의 에너지가 소
용돌이치며, 안정이 깨지면 그 소용돌이에 휘말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거친 차원의
의식[空]이 해체되어 투명한 직관 차원으로 넘어갈 때, 모든 프라나가 중앙 통로로 퇴
각한다. 전신에 퍼져 있는 부수적인 통로와 좌우측 통로로부터 중앙 통로로 퇴각하는
프라나는, 생명의 정수인 백색 빈두와 적색 빈두를 함께 이끌고 들어온다. 중앙 통로로
퇴각한 프라나와 빈두는 미간을 거쳐 정수리 센터로 들어간다. 입문과 수행을 통해 충
분히 준비하지 못한 사람은 이 순간에 실제로 죽을 수도 있다. 중앙 통로는 평상시에는
닫혀 있다. 정수리 센터가 열리면서 출구가 생기면 모든 생명 에너지가 그 곳으로 빠져
나간다. 그러나 중앙 통로를 묶고 있는 매듭은 쉽게 풀리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죽을
위험은 거의 없다. 이 수행을 통해 경험하는 주관적인 죽음 체험은 희열이 넘치는 깨달
음의 세계로 통하는 내면의 문을 활짝 열어 줄 것이다.
<도표 11. 프라나의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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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부위 주관적 체험 객관적 체험 반대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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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리에서 목 무아경 비어-있음 생식기에서 배꼽
목에서 심장 2단계 무아경 2단계 배꼽에서 심장
심장에서 배꼽 3단계 무아경 3단계 심장에서 목
배꼽에서 생식기 오르가즘 투명한 빛 목에서 정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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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의식 통로, 프라나, 빈두로 이루어진 미묘한 몸에 대한 각성이 흔들리지 않
는 상태에서, 모든 에너지를 배꼽 센터[丹田]에 집중시킨다. 배꼽 센터에 뭉쳐 있는 붉
고 뜨거운 기운을 생생하게 느낀다. 그 기운은 빛을 발하며 중앙 통로를 타고 상승한
다. 정수리 센터에 도달한 기운은 의식의 주체인 백색 빈두와 함께 목 센터로 하강한
다. 의식 에너지가 하강할 때 '비어-있음'을 체험하는 무아경에 빠진다. 의식 에너지가
목에서 심장 센터로, 심장에서 배꼽 센터로 내려오는 과정에서 무아경의 심도는 점점
더 깊어진다. 생식기 센터에 도달하면 황홀한 오르가즘을 체험한다. 투명하게 '비어-있
는' 상태를 경험한다. 이 단계에서 수행자는 투명한 빛 속으로 녹아들어 간다. 그러나
아직은 상대적으로 투명한 빛이다. 절대 투명한 빛은 4단계에 가서 체험하게 된다. 투
명한 빛을 체험한 수행자의 의식 에너지는 반대 순서로 상승한다. 이 과정에서도 각 단
계에 상응하는 무아경의 체험이 뒤따른다. <도표 11>은 의식 에너지의 하강과 상승, 그
리고 각 단계에서 경험하게 되는 체험을 요약해 놓은 것이다.
투명한 빛 속으로 녹아드는 황홀한 오르가즘[法悅]을 체험한 다음에는, 해체와는
반대 순서를 밟아 거친 차원으로 돌아온다. 투명한 새벽빛, 순수한 어두움, 햇빛 찬란한
하늘, 달빛 밝은 하늘을 거쳐 일상적인 의식으로 되돌아온다. 빠져나갔던 의식 에너지
가 정수리 센터로 다시 들어오는 순간, 시체 속으로 들어와 소생하는 듯한 느낌이 든
다. 다시 들어 온 생명 에너지는 중앙 통로와 지엽적인 통로를 타고 전신을 돈다.
여기까지의 1단계 수행이 성공적으로 이루어 졌다고 해도 완전한 붓다의 경지와는
아직 거리가 멀다. 중앙 통로가 열리긴 했어도 아직 여기 저기 억제된 부분이 남아 있
기 때문이다. 특히 심장 센터가 그렇다. 통로가 시원하게 뚫리지 않았기 때문에 프라나
와 빈두가 원활하게 소통되지 않는다. 완전한 붓다의 경지, 즉 지고한 깨달음을 통한
우주적인 오르가즘[法悅]을 체험하기 위해서는 통로에 찌꺼기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
아야 한다. 다음 단계의 수행이 필요한 것이 이 때문이다.
완성 단계의 2단계에서는 바즈라 만트라[金剛眞言]의 반복을 통해 '말을 분리하는'
수행을 한다. 좌우 통로[이다와 핑갈라]가 심장 센터를 단단히 얽어매고 있다. 미묘한
차원의 몸과 마음[魂]이 좌우 통로라는 밧줄에 단단히 묶여 있는 셈이다. 바즈라 만트
라 수행은 이 밧줄을 풀어 심장 센터를 해방시키는데 특히 효과가 있다.
중앙 통로가 열리는 것을 1회적인 사건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중앙 통로
가 일단 열리면 그것으로 완전히 열린 것이라고 본다. 불교의 탄트라 요가는 힌두교의
쿤달리니 요가와 대단히 비슷하다. 道家의 氣 수행[蓄氣와 行氣]과도 비슷하다. 이들을
엄밀히 구별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모든 외과 수술처럼, 중앙 통로를 개통시키는 것도
(이 경우에는 창조적인 상상과 명석한 지혜가 메스의 역할을 한다) 단계적으로 진행된
다고 볼 수 있다. 단계에 따라 무아경을 체험하는 강도가 다르며, 강도가 다른 만큼 중
추 신경계에 미치는 영향도 다르기 때문이다.
육체를 분리하는 수행을 통해서는 공간을 초월한다. 바즈라 만트라 수행을 통해서
는 시간을 초월하는 능력을 얻는다. 시간의 뿌리는 호흡이다. 만트라 특히 붓다의 육체
와 말과 마음을 상징하는 바즈라 만트라[金剛眞言] '옴 아 훔'을 반복할 때 의식 에너지
인 프라나와 만트라가 하나가 된다. 수행자는 텅 빈 우주의 중심에 '옴 아 훔' 그 자체
가 되어 버린 자신만이 홀로 남게 될 때까지 만트라를 반복한다. 이 상태가 되면 호흡
이 정지하고, 위에서 언급한 해체의 과정이 뒤따른다. 중앙 통로로 퇴각한 프라나와 빈
두가 심장 센터를 통과할 때는, 1단계에서 있었던 4가지 황홀한 체험과는 농도가 다른
황홀한 오르가즘[法悅]을 체험한다. 여기까지가 '말을 분리'하는 2단계이다.
3단계에서는 심장 센터의 매듭을 풀어 '마음을 분리'하는 수행을 한다. 심장 센터를
얽어매고 있는 매듭이 풀리는 과정은 극히 미묘하다. 때문에 이 수행을 무리하게 진행
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뛰어난 자질을 갖춘 요기와 요기니라 할지라도 바즈라 만
트라 수행을 여러 해 거친 다음에 이 수행에 들어갈 수 있다. 이 수행의 목표는 심장
센터를 억제하고 있는 군더더기를 완전히 제거하여, 심장 센터 전체를 불멸의 의식 에
너지 빈두로 충만하게 채우는데 있다. 이 때에도 강렬한 환희[法悅]를 체험한다. 여기에
서는 마음이 일상적인 세계와 완전히 분리되기 때문에, 이 상태를 '마음의 분리'라고
한다. 일상성에서 완전히 분리된 마음이 '지극히 미묘한 마음'[靈]이다. 이 단계의 지극
히 미묘한 마음도 투명한 빛과 '비어-있음'을 체험한다. 그러나 아직은 완전한 붓다의
체험에 비하면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
'마음의 분리'가 성취되면 이전 보다 훨씬 강렬한 환희를 체험한다. 투명한 빛에 대
한 통찰도 깊어진다. 佛性의 한 표시인 신비한 몸도 만들어진다. 신비한 몸은 투명한
빛이 발산하는 신경 에너지로 형성되는 일종의 에너지 체로써, 꿈 속에서 경험하는 몸
과 비슷하다. 그 몸은 꿈 속에서 무엇을 보는 것처럼 볼 수 있고, 꿈 속에서 소리를 듣
는 것처럼 들을 수 있다. 다른 모든 감각도 꿈이나 중간계 상태에서의 감각과 마찬가지
로 살아 있다. 이 상태에 도달한 수행자는 다시 거친 차원의 육체로 돌아오고 싶지 않
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본인의
선택에 따라 다시 육체로 돌아올 수 있다. 또 잠을 잘 때는 자동적으로 투명한 빛 속으
로 들어간다. 꿈꾸는 동안에도 자기가 꿈을 꾸고 있다는 의식을 가지고 꿈을 꾸며, 꿈
속에서의 자기가 곧 붓다의 깨달은 몸이라는 사실을 안다. 잠에서 깨어난 상태에서의
자기는 곧 붓다의 나투는 몸임을 안다. 어떤 상황에서 일상적인 차원의 육체를 떠나기
로 결정하면 곧 바로 해체 과정을 거쳐 붓다의 진리의 몸과 하나로 융합할 수 있다. 이
렇게 진리의 몸, 깨달은 몸, 나투는 몸을 차례로 경험할 수 있다.
심장 매듭을 풂으로써 '마음의 분리'가 이루어진 다음에는 지극히 미묘한 차원의
몸과 마음[靈]이 각성된다. 지극히 미묘한 차원의 몸과 마음을 구성하고 있는 불멸의
빈두는, 주관적으로는 궁극적인 오르가즘을 체험하게 하고 객관적으로는 투명한 빛을
체험하게 만든다. 내적으로 해체와 응축(또는 이탈과 복귀) 과정을 거치는 동안 외적으
로는 수행의 짝과 결합한다. 호흡이 멎고, 이어 8단계의 해체 과정을 통과한다. 해체 과
정을 통과하면서 정도가 다른 4종류의 오르가즘과 '비어-있음'을 체험한다. 응축 과정
을 통해 돌아올 때는 반대 순서로 체험한다. 다음에는 투명한 빛에서 발산되는, 다섯
붓다의 지혜를 상징하는 다섯 무지개 빛 에너지로 만들어진 신비한 몸이 형성된다. 그
러나 아직 완전히 순수한 몸은 아니다.
흔히 5가지 비유적인 표현으로 신비한 몸을 설명한다. 꿈 속의 몸, 거울에 비친 바
즈라사트바의 영상, 물에 비친 달, 유령, 물거품 등으로 표현한다. 신비한 몸은 거친 차
원의 육체와 연결되어 있지만, 육체와는 분리되어 있는 듯이 느껴지는 꿈 속의 몸과 같
다. 신비한 몸은 112가지 초인의 표지를 갖고 있는, 거울에 비친 바즈라사트바의 영상
과 비슷하다. 미묘한 차원의 신비한 몸은 물에 비친 달과 같다. 달은 물이 있은 곳이면
어디나 비친다. 마찬가지로 신비한 몸은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에나 나타날 수 있
다. 신비한 몸은 실체가 있는 듯이 보이나 실체가 없는 유령과 같다. 마지막으로 신비
한 몸은 물거품과 같다. 물거품이 물에서 떠나는 즉시 터져 버리는 것처럼, 신비한 몸
은 투명한 빛이라는 토대를 떠나서는 존재하지 못한다.
더 없이 투명한 빛을 체험하는 완성 단계의 4단계 수행은, 신비한 몸을 만드는 3단
계 수행을 6개월 내지 18개월 계속한 다음에 시작한다. 투명한 빛 속으로 녹아들어 갔
다가 다시 거친 차원의 육체로 되돌아오는 수행을 계속한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을 가
르치고,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도 열심히 봉사한다. 투명한 빛 속으로 녹아 들어가는 정
도가 점점 더 깊어지다가, 마침내 절대적으로 투명한 상태에 도달한다. 3단계에서 형성
된 신비한 몸은, 무지개가 하늘에서 흩어지듯이 그 빛 속으로 사라진다. 습관으로 인한
모든 장애물도 사라진다. 물론 황홀경과 '비어-있음'도 체험한다. 투명한 빛에서 나와
직관 차원으로 돌아올 때 그대는 성자가 된다. 그대의 신비한 몸에는 더 이상 감정적인
장애물이 남아 있지 않다. 그대는 해탈에 이르는 길을 터득하고, 초보 단계의 통합을
성취한 순수한 몸으로 돌아온다.
마지막 5단계는 '통합 단계'이다. 진정한 통합은 지적인 장애물까지 완전히 제거될
때 이루어진다. 지적인 장애물은 투명한 빛 속으로 몰입하는 4단계 수행을 계속 진전시
킴으로써 제거할 수 있다. 지적인 장애물이 제거되지 않으면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
든 일의 인과 관계를 완전히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면 완전
한 자유도 없다. 전쟁터에 나간 용사처럼 용맹스럽게 정진하지 않고는 장애물을 완전
히 극복하지 못한다. 여기에서의 통합은 티끌 하나 없이 순수한 신비한 몸과 더 없이
투명한 빛과의 통합이다. 오르가즘의 환희를 체험하는 완전한 자비와 '비어-있음'을 통
찰하는 완전한 깨달음의 통합이다. 인도의 위대한 성자 나가르주나(龍樹)는 <다섯 단
계>라는 글에서 통합 단계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윤회하는 세상과 니르바나의 해탈 세계에 대한 분별심을 버리고, 그 둘이 하나가
될 때 그것을 '통합'이라고 한다. 습관에 물든 자아와 순수하게 정화된 자아를 있는 그
대로, 동일하게 보는 사람이 통합에 도달한 사람이다. 깨달음과 자비가 하나인 줄 알고,
그 길을 따르는 사람을 통합을 이룬 사람이라고 한다. 통합에 이르면 주관적인 '자아-
없음'(無我)과 객관적인 '비어-있음'(空)이라는 두 가지 관념으로부터 자유로와 진다.
통합 단계에 도달한 수행자는 집착과 무관심의 양변을 여의고, 순간 순간 자발적으로
행동한다. . . . 순수하고 완전한 신성과 '불완전함'을 분리할 수 없는 하나라고 이해하
는 사람이 통합에 도달할 사람이다. . . . 이런 상태에 도달한 수행자는 통합 경지에 머
문다. 그는 궁극적인 실재를 깨닫고 다양성을 포용한다. 이 상태에 도달한 붓다들은 갠
지스 강가의 모래알처럼 많다. 그들은 있음(有와 色)과 없음(無와 空)의 양변을 떠나 궁
극적인 깨달음을 얻었다. . . . 깨달은 사람은 무엇을 하든지 머뭇거리지 않는다. 그러면
서도 드러나지 않는 수행의 힘으로 모든 것을 완전하게 성취한다. 지고한 다섯 번째 단
계에 대한 가르침을 따름으로써, 온 세상이 통합의 사마디에 들기를 바란다.
나가르주나가 묘사하고 있는 완성 단계 상태는 사실 엄청난 것이다. 나가르주나의
묘사나 앞에서 지금까지 설명한 것을 가지고는 실제 수행을 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
구하고 굳이 설명하는 이유는 이 이야기가 자극이 되어 죽음과 중간계와 환생을 준비
할 마음을 갖게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죽음의 해체 과정과 중간계의 여행과 환생이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실제로 일어날지도 모르지 않는가. 그렇다면 이 생에서 아니면
다음 생에서라도 그 과정을 마트터할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현재 보편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명상을 통한 해탈> 문헌에는 완성 단계의 최종
단계에 대한 가르침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완성 단계 수행의 4단계와 5단계는 목표로
제시되고 있을 뿐이다. 성자의 경지에 오른 수행자라면 배우고 닦은 수행이라는 토대
가 있기 때문에 4단계와 5단계에 대한 간단한 가르침만 주어져도, 저승 중간계가 시작
되는 죽음 중간계에서 즉각 해탈에 이를 수 있다. 하지만 <티벳 死者의 書>는 그렇게
고도의 경지에 오른 정신세계 비행사가 아니라 평범한 일반인을 위해 기록된 책이다.
그래서 최종 단계인 4단계와 5단계에 대한 가르침이 생략된 것이다.
<티벳 死者의 書> 자체에는 나오지 않지만, 이 책 독송하는 것을 듣는 중간계 여행
자에게 완성 단계의 가르침을 은밀하게 전달할 수는 있다. 죽음 이후에 여행하는 중간
계는 일종의 위기 기간이다. 그때 미묘한 차원의 몸과 마음인 영혼은 지극히 유동적인
상태에 있다. 대부분의 탄트라 기법은 변형 가능한 그런 미묘한 상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진화의 추진력이 좋은 방향으로 강력하게 쏠려 있는 사람일지라도, 중간계를 대
비한 준비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휘황 찬란하게 빛나는 눈부신 빛에 놀라 어둠 속으로
숨어 버릴 수도 있다. 반대로 좋지 않은 진화의 추진력이 축적되어 있는 사람일지라도,
생전에 중간계에 대한 적절한 준비를 했다면 용감하게 빛을 향해 뛰어 들 수 있다. 그
러면 수없는 생을 통해 쌓아온 바람직하지 않은 진화의 추진력을 순식간에 극복할 수
도 있다.
중요한 것은, 미묘한 차원에서 하나를 성취하면 거친 차원에서는 열을 성취하는 효
과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중간계의 영혼은 상상하는 대로 즉시 변형 된다. 불교에서는
현실을 변형 시키는, '영적인 유전자' 역할을 하는 지속적인 상상을 염상속(念相續)이라
고 한다. 중간계를 여행하는 동안에는 지적인 능력이 최대 한도로 확장된다. 집중력도
강해지고, 천리안이나 투시 또는 상념에 의한 원거리 이동 능력도 생긴다. 영혼 상태
자체가 대단히 유동적이기 때문에 무엇이든지 상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 생각이나 가
르침에 의해서도 급격한 변화가 일어난다. 중간계를 여행하는 동안 궁극적인 실체에
대해서, 또 누구와 결합하고 무엇을 피해야 하는 지에 대한 가르침을 통해서 즉각적으
로 해탈에 이를 수 있는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실제로 그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더
라도 이 생에서 일단 최종적인 묘표에 대한 가르침을 받은 사람은, 그에 대해 배운 게
있기 때문에 중간계의 위기를 훨씬 잘 통과할 수 있다. 이것이 <티벳 死者의 書>를 저
술한 파드마 삼바바의 의도다. 파드마 삼바바는 완성 단계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도 완성 단계의 최종적인 상태에 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을 티벳 사
람들에게 전해 주었다. 오늘날의 티벳 라마승들이 전 세계의 평범한 사람들을 위해서
그 가능성을 제시해 주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불교도가 아닌 사람이 완성 단계의 5가지 단계적인 수행을 그대로 따라 할 수 있는
지, 또는 이 가르침의 단계를 자신의 종교에 적용하거나 응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무어라고 말하기가 곤란하다. 지구상에는 많은 종교가 있고, 각 종교마다 믿음직스러운
성자들의 전통이 있다. 그들은 모두 삶과 죽음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샤
먼[무당]도 죽음의 해체 과정을 체험하며, 자기에게 내린 신과 하나가 된다. 때로는 악
한 신의 방해도 받는다. 대부분의 샤먼들은 아발로키테스바라(觀世音菩薩) 같은 자비로
운 신에게 귀의하여 믿고 따른다. 각 종교의 수도원 전통 속에는 영혼의 여행에 대한
체험이 수북히 쌓여 있다. 기록으로 남아 전해 오는 것도 많다. 이슬람 신비가들인 수
피나 도교의 성자인 도인들의 가르침도 살아 있다. 수행이라는 맥락에서는, 티벳 전통
이 확립해 놓은 체계적인 수행법과 통찰은 어떤 전통에 속한 수행자에게라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창조 단계에서는 보석처럼 빛나는 붓다의 형상을 세부적인 데까지 상상한다. 상상
을 점점 더 깊이 확장시켜 나가, 만다라 궁전 전체를 시각화하는 단계에 이른다. 그리
하여 코 끝이나 심장 의식 센터 또는 생식기 의식 센터의 빈두[精]가 만다라 궁전으로
충만하게 될 때까지 상상을 지속해 나간다. 이렇게 만들어진 정묘한 만다라의 홀로그
램[干涉圖形]을 여러 시간 유지한다. 이 상태가 되면 완성 단계 수행을 할 수 있는 준비
가 된 것이다. 창조 단계 명상은 시각적으로 창조한 영상들이 투명하게 빛나는 '비어-
있음' 속으로 녹아들어 가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시각적으로 창조한 영상들은 완성 단
계에서 4종류의 황홀한 체험과 함께 다시 되살아난다. 그 4종류의 체험은 일상적인 자
기가 아닌 붓다와 보살의 체험이며, 완성 단계의 뼈대가 되는 체험이다. 그에 대해 간
략히 설명해 보자.
완성 단계 수행은 다른 방식으로 단계를 설정할 수도 있지만, 보통 5단계로 진행된
다. 1단계는 '육체를 분리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일상적인 육체에서 자신을 분
리한다. 2단계는 '말을 분리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바즈라 만트라[金剛眞言]을
반복함으로써 프라나[호흡 에너지]와 만트라를 하나로 결합한다. 3단계는 '마음을 분리
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의식 에너지 전체를 중앙 통로로 끌어 들여, 신비한 몸
즉 미묘한 에너지 신체를 만든다. 4단계는 '투명한 빛과 융합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
서는 3단계에서 만든 신비한 몸과 우주적인 실체인 투명한 빛이 하나가 된다. 이 체험
을 통해 비이원성에 대한 깨달음이 깊어진다. 5단계는 '통합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우주적인 실체인 투명한 빛과 신비한 몸과 일상적인 차원의 육체가 온전히 하나로 통
합된다. 투명한 빛은 진리의 몸[法身]이고, 신비한 에너지 신체는 깨달은 몸[報身]이며,
일상적인 육체는 나투는 몸[化身]이다. 이 세 몸이 온전히 하나 되어 완전한 불성(佛性)
을 성취한다.
인도에는 창조적인 수행법을 개발해 낸 위대한 성자들이 많다. 티벳 불교는 그들로
부터 다양한 탄트라 수행법을 물려받았다. 여러 종류의 탄트라 수행법은 나름대로 이
해를 표현하는 방식과 체계가 다르다. 창조 단계와 완성 단계를 거쳐 최종 목표인 완전
한 붓다의 경지에 도달한다는 전체적인 구조는 같지만, 각 단계별로 수행하는 내용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세속의 포기, 사랑과 자비의 정신 함양, '비어-있음'을
통찰하는 지혜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모든 탄트라 수행이 깨달
음을 가속시키며, 자비로운 마음을 키워 준다. 그리하여 이 생에서 완전한 붓다의 경지
에 도달하도록 도와준다. 모든 탄트라가 목표를 미리 상상함으로써 목표에 빨리 도달
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깨달음의 희열로 충만한 미묘한 차원의 마음을 활성화시켜 그
마음으로 궁극적인 실재를 통찰하도록 하고, 깨달음의 에너지를 모든 중생의 행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발산하도록 하는 것도 탄트라의 기본 정신이다. 완전한 통합을 성
취해 붓다의 경지에 도달한 상태를 무엇이라고 부르든지 그 내용은 같다. '위대한 완성
'이라고 불러도 좋고, '마하무드라(大印)'라고 불러도 좋다. 또는 '기쁨으로 충만한, 분
할할 수 없는 비어-있음'이라고 불러도 좋다. 용어만 다를 뿐 실제 내용이 다른 것은
아니다.
일상적인 육체와 자기 이미지에서 자신을 분리하는 것이 '육체의 분리'다. 창조 단
계 수행은 '육체의 분리'가 시작되면서 끝난다. 창조 단계에서 그대는, 시각화 상상을
통해 그대 자신을 실제로 붓다와 보살로 체험한다. 그대의 얼굴, 눈, 팔, 감각 등 신체의
모든 부분이 붓다와 보살로 변한 육체 만다라를 완성시킨다. 그러나 이 단계는 아직 거
친 육체 차원이다. 시각화 상상의 폭발적인 확장을 통해 거친 차원의 육체에 대한 감각
을 완전히 넘어서야 한다. 자신의 모습 속에서 붓다나 보살을 보는 것이 아니라, 붓다
나 보살이 되어서 자신을 느끼는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이것이 완성 단계 수행의 1단
계인 '육체의 분리'이다. 여기에 이르면 인간적인 형상으로 자신을 느끼는 감각이 사라
지며, 중앙 통로와 프라나와 빈두로 이루어진 미묘한 차원의 몸에 대한 감각이 살아난
다. 이 때 거친 차원의 마음은 3가지 형태의 직관으로 변형된다. 이에 대해서는 앞에서
간략하게 설명한 바 있다(도표 7.을 보라).
만다라 궁전과 자신의 몸이 붓다와 보살의 형상으로 변한 모습을 시각적으로 그리
는 것은 아직 거친 차원의 수행이다. 이 수행은 미묘한 차원의 몸과 마음에 대한 감각
을 깨우기 위해 행하는 것이다. 완성 단계에서는 명료한 의식을 가지고, 미묘한 차원을
깨우는 수행을 지속적으로 밀고 나간다. 거친 차원과 미묘한 차원의 몸과 마음에 대해
서는 앞에서 설명한 내용을 참조하라(도표 4.를 보라). 미묘한 차원의 몸은 10종류의 프
라나[신경 에너지]로 형성되어 있다. 10종류의 프라나는 5가지 주요 프라나와 5가지 부
수적인 프라나로 나뉜다. 5가지 주요 프라나는 전신에 퍼져 있는 생명 에너지인 '비야
나', 심장 센터(목과 심장 사이)에서 호흡을 주관하는 '프라나', 배꼽 센터(배꼽과 심장
사이)에서 소화를 관장하는 '사마나', 목 센터(목과 정수리 사이)에서 근육의 활동을 주
관하는 '우다나', 생식기 센터(배꼽에서 발바닥 사이)에서 생식과 배설을 관장하는 '아
파나'를 말한다. 5가지 부수적인 프라나는 다섯 감각 기관의 감각 능력과 관련된 신경
에너지이다.
'육체의 분리' 단계에서는 이러한 10가지 프라나가 붓다와 보살의 생명 에너지로
의식된다. 미묘한 차원의 몸을 구성하는 또 하나의 요소인 빈두[精]는, 정액 속에 들어
있는 남성 호르몬의 정수와 난자 속에 들어 있는 여성 호르몬의 정수를 가리킨다. 미묘
한 차원의 몸을 구성하는 남성 호르몬의 정수는 '각성된 백색 빈두'라고 부르며, 여성
호르몬의 정수는 '각성된 적색 빈두'라고 한다.
중앙 통로의 중심에 심장 센터가 있는데, 심장 센터 한 가운데에 '불멸의 빈두'라고
부르는 지극히 미묘한 마음이 갇혀 있다. 심장 센터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지극히 미
묘한 마음이 궁극적인 자아인 무아(無我)다. 궁극적인 자아는 온 우주가 투명하게 빛나
는 '비어-있음'임을 통찰하는 희열[法悅]로 충만하다. 불멸의 빈두 속에 있는 간직되어
있는 에너지가 지극히 미묘한 차원의 몸을 이룬다. 물론 이 차원에 이르면 몸과 마음의
구별이 존재하지 않으며, 주관과 객관의 구분도 사라진다.
'육체의 분리'를 실현하기 위한 수행법은 다양하다. 그런 수행을 통해 '육체의 분리
' 상태가 흔들리지 않는 경지에 도달하면, 실제로 죽을 때나 경험할 수 있는 과정을 수
행 중에 체험할 수 있다. 호흡이 점차 약해지다가 마침내 완전히 멎는다. 다음에는 흙
이 물로, 물이 불로, 불이 바람으로, 바람이 의식 또는 空으로 해체되는 4과정을 겪는
다. 각 과정마다 신기루, 연기, 반딧불의 반짝임, 밝은 촛불과 같은 주관적인 상황을 경
험한다(도표 8.을 보라). 이 수행은 지각이 순수해진 다음, 즉 붓다로서의 자기 이미지
가 확고해진 다음에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죽음에 대한 무의식적인 공포와 저항 때
문에 혼란이 생기고, 해체 과정을 성공적으로 건너기 위해 필요한 신경의 평형이 깨진
다.
육체를 구성하는 4가지 요소[地, 水, 火, 風]가 해체된 다음에는, 거친 차원의 의식
[空]이 해체되면서 3단계 직관으로 이루어진 미묘한 차원의 의식이 각성된다. 미묘한
차원의 의식은 일상적인 상태에서는 80가지 본능적인 행위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의식
이다(도표 7.과 도표 8.을 보라). 수행자는 여기에서도 각 단계를 거칠 때마다 달빛 밝
은 하늘, 햇빛 찬란한 하늘, 순수한 어두움, 투명한 새벽 빛과 같은 주관적인 체험을 한
다. 이 과정의 마지막 단계에서 투명한 빛과 같은 지극히 미묘한 차원의 마음으로 넘어
간다.
이 수행을 하는 동안에는 절대적인 안정이 필요하다. 해체되는 본능의 에너지가 소
용돌이치며, 안정이 깨지면 그 소용돌이에 휘말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거친 차원의
의식[空]이 해체되어 투명한 직관 차원으로 넘어갈 때, 모든 프라나가 중앙 통로로 퇴
각한다. 전신에 퍼져 있는 부수적인 통로와 좌우측 통로로부터 중앙 통로로 퇴각하는
프라나는, 생명의 정수인 백색 빈두와 적색 빈두를 함께 이끌고 들어온다. 중앙 통로로
퇴각한 프라나와 빈두는 미간을 거쳐 정수리 센터로 들어간다. 입문과 수행을 통해 충
분히 준비하지 못한 사람은 이 순간에 실제로 죽을 수도 있다. 중앙 통로는 평상시에는
닫혀 있다. 정수리 센터가 열리면서 출구가 생기면 모든 생명 에너지가 그 곳으로 빠져
나간다. 그러나 중앙 통로를 묶고 있는 매듭은 쉽게 풀리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죽을
위험은 거의 없다. 이 수행을 통해 경험하는 주관적인 죽음 체험은 희열이 넘치는 깨달
음의 세계로 통하는 내면의 문을 활짝 열어 줄 것이다.
<도표 11. 프라나의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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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부위 주관적 체험 객관적 체험 반대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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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리에서 목 무아경 비어-있음 생식기에서 배꼽
목에서 심장 2단계 무아경 2단계 배꼽에서 심장
심장에서 배꼽 3단계 무아경 3단계 심장에서 목
배꼽에서 생식기 오르가즘 투명한 빛 목에서 정수리
-----------------------------------------------------------
에너지 의식 통로, 프라나, 빈두로 이루어진 미묘한 몸에 대한 각성이 흔들리지 않
는 상태에서, 모든 에너지를 배꼽 센터[丹田]에 집중시킨다. 배꼽 센터에 뭉쳐 있는 붉
고 뜨거운 기운을 생생하게 느낀다. 그 기운은 빛을 발하며 중앙 통로를 타고 상승한
다. 정수리 센터에 도달한 기운은 의식의 주체인 백색 빈두와 함께 목 센터로 하강한
다. 의식 에너지가 하강할 때 '비어-있음'을 체험하는 무아경에 빠진다. 의식 에너지가
목에서 심장 센터로, 심장에서 배꼽 센터로 내려오는 과정에서 무아경의 심도는 점점
더 깊어진다. 생식기 센터에 도달하면 황홀한 오르가즘을 체험한다. 투명하게 '비어-있
는' 상태를 경험한다. 이 단계에서 수행자는 투명한 빛 속으로 녹아들어 간다. 그러나
아직은 상대적으로 투명한 빛이다. 절대 투명한 빛은 4단계에 가서 체험하게 된다. 투
명한 빛을 체험한 수행자의 의식 에너지는 반대 순서로 상승한다. 이 과정에서도 각 단
계에 상응하는 무아경의 체험이 뒤따른다. <도표 11>은 의식 에너지의 하강과 상승, 그
리고 각 단계에서 경험하게 되는 체험을 요약해 놓은 것이다.
투명한 빛 속으로 녹아드는 황홀한 오르가즘[法悅]을 체험한 다음에는, 해체와는
반대 순서를 밟아 거친 차원으로 돌아온다. 투명한 새벽빛, 순수한 어두움, 햇빛 찬란한
하늘, 달빛 밝은 하늘을 거쳐 일상적인 의식으로 되돌아온다. 빠져나갔던 의식 에너지
가 정수리 센터로 다시 들어오는 순간, 시체 속으로 들어와 소생하는 듯한 느낌이 든
다. 다시 들어 온 생명 에너지는 중앙 통로와 지엽적인 통로를 타고 전신을 돈다.
여기까지의 1단계 수행이 성공적으로 이루어 졌다고 해도 완전한 붓다의 경지와는
아직 거리가 멀다. 중앙 통로가 열리긴 했어도 아직 여기 저기 억제된 부분이 남아 있
기 때문이다. 특히 심장 센터가 그렇다. 통로가 시원하게 뚫리지 않았기 때문에 프라나
와 빈두가 원활하게 소통되지 않는다. 완전한 붓다의 경지, 즉 지고한 깨달음을 통한
우주적인 오르가즘[法悅]을 체험하기 위해서는 통로에 찌꺼기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
아야 한다. 다음 단계의 수행이 필요한 것이 이 때문이다.
완성 단계의 2단계에서는 바즈라 만트라[金剛眞言]의 반복을 통해 '말을 분리하는'
수행을 한다. 좌우 통로[이다와 핑갈라]가 심장 센터를 단단히 얽어매고 있다. 미묘한
차원의 몸과 마음[魂]이 좌우 통로라는 밧줄에 단단히 묶여 있는 셈이다. 바즈라 만트
라 수행은 이 밧줄을 풀어 심장 센터를 해방시키는데 특히 효과가 있다.
중앙 통로가 열리는 것을 1회적인 사건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중앙 통로
가 일단 열리면 그것으로 완전히 열린 것이라고 본다. 불교의 탄트라 요가는 힌두교의
쿤달리니 요가와 대단히 비슷하다. 道家의 氣 수행[蓄氣와 行氣]과도 비슷하다. 이들을
엄밀히 구별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모든 외과 수술처럼, 중앙 통로를 개통시키는 것도
(이 경우에는 창조적인 상상과 명석한 지혜가 메스의 역할을 한다) 단계적으로 진행된
다고 볼 수 있다. 단계에 따라 무아경을 체험하는 강도가 다르며, 강도가 다른 만큼 중
추 신경계에 미치는 영향도 다르기 때문이다.
육체를 분리하는 수행을 통해서는 공간을 초월한다. 바즈라 만트라 수행을 통해서
는 시간을 초월하는 능력을 얻는다. 시간의 뿌리는 호흡이다. 만트라 특히 붓다의 육체
와 말과 마음을 상징하는 바즈라 만트라[金剛眞言] '옴 아 훔'을 반복할 때 의식 에너지
인 프라나와 만트라가 하나가 된다. 수행자는 텅 빈 우주의 중심에 '옴 아 훔' 그 자체
가 되어 버린 자신만이 홀로 남게 될 때까지 만트라를 반복한다. 이 상태가 되면 호흡
이 정지하고, 위에서 언급한 해체의 과정이 뒤따른다. 중앙 통로로 퇴각한 프라나와 빈
두가 심장 센터를 통과할 때는, 1단계에서 있었던 4가지 황홀한 체험과는 농도가 다른
황홀한 오르가즘[法悅]을 체험한다. 여기까지가 '말을 분리'하는 2단계이다.
3단계에서는 심장 센터의 매듭을 풀어 '마음을 분리'하는 수행을 한다. 심장 센터를
얽어매고 있는 매듭이 풀리는 과정은 극히 미묘하다. 때문에 이 수행을 무리하게 진행
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뛰어난 자질을 갖춘 요기와 요기니라 할지라도 바즈라 만
트라 수행을 여러 해 거친 다음에 이 수행에 들어갈 수 있다. 이 수행의 목표는 심장
센터를 억제하고 있는 군더더기를 완전히 제거하여, 심장 센터 전체를 불멸의 의식 에
너지 빈두로 충만하게 채우는데 있다. 이 때에도 강렬한 환희[法悅]를 체험한다. 여기에
서는 마음이 일상적인 세계와 완전히 분리되기 때문에, 이 상태를 '마음의 분리'라고
한다. 일상성에서 완전히 분리된 마음이 '지극히 미묘한 마음'[靈]이다. 이 단계의 지극
히 미묘한 마음도 투명한 빛과 '비어-있음'을 체험한다. 그러나 아직은 완전한 붓다의
체험에 비하면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
'마음의 분리'가 성취되면 이전 보다 훨씬 강렬한 환희를 체험한다. 투명한 빛에 대
한 통찰도 깊어진다. 佛性의 한 표시인 신비한 몸도 만들어진다. 신비한 몸은 투명한
빛이 발산하는 신경 에너지로 형성되는 일종의 에너지 체로써, 꿈 속에서 경험하는 몸
과 비슷하다. 그 몸은 꿈 속에서 무엇을 보는 것처럼 볼 수 있고, 꿈 속에서 소리를 듣
는 것처럼 들을 수 있다. 다른 모든 감각도 꿈이나 중간계 상태에서의 감각과 마찬가지
로 살아 있다. 이 상태에 도달한 수행자는 다시 거친 차원의 육체로 돌아오고 싶지 않
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본인의
선택에 따라 다시 육체로 돌아올 수 있다. 또 잠을 잘 때는 자동적으로 투명한 빛 속으
로 들어간다. 꿈꾸는 동안에도 자기가 꿈을 꾸고 있다는 의식을 가지고 꿈을 꾸며, 꿈
속에서의 자기가 곧 붓다의 깨달은 몸이라는 사실을 안다. 잠에서 깨어난 상태에서의
자기는 곧 붓다의 나투는 몸임을 안다. 어떤 상황에서 일상적인 차원의 육체를 떠나기
로 결정하면 곧 바로 해체 과정을 거쳐 붓다의 진리의 몸과 하나로 융합할 수 있다. 이
렇게 진리의 몸, 깨달은 몸, 나투는 몸을 차례로 경험할 수 있다.
심장 매듭을 풂으로써 '마음의 분리'가 이루어진 다음에는 지극히 미묘한 차원의
몸과 마음[靈]이 각성된다. 지극히 미묘한 차원의 몸과 마음을 구성하고 있는 불멸의
빈두는, 주관적으로는 궁극적인 오르가즘을 체험하게 하고 객관적으로는 투명한 빛을
체험하게 만든다. 내적으로 해체와 응축(또는 이탈과 복귀) 과정을 거치는 동안 외적으
로는 수행의 짝과 결합한다. 호흡이 멎고, 이어 8단계의 해체 과정을 통과한다. 해체 과
정을 통과하면서 정도가 다른 4종류의 오르가즘과 '비어-있음'을 체험한다. 응축 과정
을 통해 돌아올 때는 반대 순서로 체험한다. 다음에는 투명한 빛에서 발산되는, 다섯
붓다의 지혜를 상징하는 다섯 무지개 빛 에너지로 만들어진 신비한 몸이 형성된다. 그
러나 아직 완전히 순수한 몸은 아니다.
흔히 5가지 비유적인 표현으로 신비한 몸을 설명한다. 꿈 속의 몸, 거울에 비친 바
즈라사트바의 영상, 물에 비친 달, 유령, 물거품 등으로 표현한다. 신비한 몸은 거친 차
원의 육체와 연결되어 있지만, 육체와는 분리되어 있는 듯이 느껴지는 꿈 속의 몸과 같
다. 신비한 몸은 112가지 초인의 표지를 갖고 있는, 거울에 비친 바즈라사트바의 영상
과 비슷하다. 미묘한 차원의 신비한 몸은 물에 비친 달과 같다. 달은 물이 있은 곳이면
어디나 비친다. 마찬가지로 신비한 몸은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에나 나타날 수 있
다. 신비한 몸은 실체가 있는 듯이 보이나 실체가 없는 유령과 같다. 마지막으로 신비
한 몸은 물거품과 같다. 물거품이 물에서 떠나는 즉시 터져 버리는 것처럼, 신비한 몸
은 투명한 빛이라는 토대를 떠나서는 존재하지 못한다.
더 없이 투명한 빛을 체험하는 완성 단계의 4단계 수행은, 신비한 몸을 만드는 3단
계 수행을 6개월 내지 18개월 계속한 다음에 시작한다. 투명한 빛 속으로 녹아들어 갔
다가 다시 거친 차원의 육체로 되돌아오는 수행을 계속한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을 가
르치고,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도 열심히 봉사한다. 투명한 빛 속으로 녹아 들어가는 정
도가 점점 더 깊어지다가, 마침내 절대적으로 투명한 상태에 도달한다. 3단계에서 형성
된 신비한 몸은, 무지개가 하늘에서 흩어지듯이 그 빛 속으로 사라진다. 습관으로 인한
모든 장애물도 사라진다. 물론 황홀경과 '비어-있음'도 체험한다. 투명한 빛에서 나와
직관 차원으로 돌아올 때 그대는 성자가 된다. 그대의 신비한 몸에는 더 이상 감정적인
장애물이 남아 있지 않다. 그대는 해탈에 이르는 길을 터득하고, 초보 단계의 통합을
성취한 순수한 몸으로 돌아온다.
마지막 5단계는 '통합 단계'이다. 진정한 통합은 지적인 장애물까지 완전히 제거될
때 이루어진다. 지적인 장애물은 투명한 빛 속으로 몰입하는 4단계 수행을 계속 진전시
킴으로써 제거할 수 있다. 지적인 장애물이 제거되지 않으면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
든 일의 인과 관계를 완전히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면 완전
한 자유도 없다. 전쟁터에 나간 용사처럼 용맹스럽게 정진하지 않고는 장애물을 완전
히 극복하지 못한다. 여기에서의 통합은 티끌 하나 없이 순수한 신비한 몸과 더 없이
투명한 빛과의 통합이다. 오르가즘의 환희를 체험하는 완전한 자비와 '비어-있음'을 통
찰하는 완전한 깨달음의 통합이다. 인도의 위대한 성자 나가르주나(龍樹)는 <다섯 단
계>라는 글에서 통합 단계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윤회하는 세상과 니르바나의 해탈 세계에 대한 분별심을 버리고, 그 둘이 하나가
될 때 그것을 '통합'이라고 한다. 습관에 물든 자아와 순수하게 정화된 자아를 있는 그
대로, 동일하게 보는 사람이 통합에 도달한 사람이다. 깨달음과 자비가 하나인 줄 알고,
그 길을 따르는 사람을 통합을 이룬 사람이라고 한다. 통합에 이르면 주관적인 '자아-
없음'(無我)과 객관적인 '비어-있음'(空)이라는 두 가지 관념으로부터 자유로와 진다.
통합 단계에 도달한 수행자는 집착과 무관심의 양변을 여의고, 순간 순간 자발적으로
행동한다. . . . 순수하고 완전한 신성과 '불완전함'을 분리할 수 없는 하나라고 이해하
는 사람이 통합에 도달할 사람이다. . . . 이런 상태에 도달한 수행자는 통합 경지에 머
문다. 그는 궁극적인 실재를 깨닫고 다양성을 포용한다. 이 상태에 도달한 붓다들은 갠
지스 강가의 모래알처럼 많다. 그들은 있음(有와 色)과 없음(無와 空)의 양변을 떠나 궁
극적인 깨달음을 얻었다. . . . 깨달은 사람은 무엇을 하든지 머뭇거리지 않는다. 그러면
서도 드러나지 않는 수행의 힘으로 모든 것을 완전하게 성취한다. 지고한 다섯 번째 단
계에 대한 가르침을 따름으로써, 온 세상이 통합의 사마디에 들기를 바란다.
나가르주나가 묘사하고 있는 완성 단계 상태는 사실 엄청난 것이다. 나가르주나의
묘사나 앞에서 지금까지 설명한 것을 가지고는 실제 수행을 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
구하고 굳이 설명하는 이유는 이 이야기가 자극이 되어 죽음과 중간계와 환생을 준비
할 마음을 갖게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죽음의 해체 과정과 중간계의 여행과 환생이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실제로 일어날지도 모르지 않는가. 그렇다면 이 생에서 아니면
다음 생에서라도 그 과정을 마트터할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현재 보편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명상을 통한 해탈> 문헌에는 완성 단계의 최종
단계에 대한 가르침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완성 단계 수행의 4단계와 5단계는 목표로
제시되고 있을 뿐이다. 성자의 경지에 오른 수행자라면 배우고 닦은 수행이라는 토대
가 있기 때문에 4단계와 5단계에 대한 간단한 가르침만 주어져도, 저승 중간계가 시작
되는 죽음 중간계에서 즉각 해탈에 이를 수 있다. 하지만 <티벳 死者의 書>는 그렇게
고도의 경지에 오른 정신세계 비행사가 아니라 평범한 일반인을 위해 기록된 책이다.
그래서 최종 단계인 4단계와 5단계에 대한 가르침이 생략된 것이다.
<티벳 死者의 書> 자체에는 나오지 않지만, 이 책 독송하는 것을 듣는 중간계 여행
자에게 완성 단계의 가르침을 은밀하게 전달할 수는 있다. 죽음 이후에 여행하는 중간
계는 일종의 위기 기간이다. 그때 미묘한 차원의 몸과 마음인 영혼은 지극히 유동적인
상태에 있다. 대부분의 탄트라 기법은 변형 가능한 그런 미묘한 상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진화의 추진력이 좋은 방향으로 강력하게 쏠려 있는 사람일지라도, 중간계를 대
비한 준비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휘황 찬란하게 빛나는 눈부신 빛에 놀라 어둠 속으로
숨어 버릴 수도 있다. 반대로 좋지 않은 진화의 추진력이 축적되어 있는 사람일지라도,
생전에 중간계에 대한 적절한 준비를 했다면 용감하게 빛을 향해 뛰어 들 수 있다. 그
러면 수없는 생을 통해 쌓아온 바람직하지 않은 진화의 추진력을 순식간에 극복할 수
도 있다.
중요한 것은, 미묘한 차원에서 하나를 성취하면 거친 차원에서는 열을 성취하는 효
과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중간계의 영혼은 상상하는 대로 즉시 변형 된다. 불교에서는
현실을 변형 시키는, '영적인 유전자' 역할을 하는 지속적인 상상을 염상속(念相續)이라
고 한다. 중간계를 여행하는 동안에는 지적인 능력이 최대 한도로 확장된다. 집중력도
강해지고, 천리안이나 투시 또는 상념에 의한 원거리 이동 능력도 생긴다. 영혼 상태
자체가 대단히 유동적이기 때문에 무엇이든지 상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 생각이나 가
르침에 의해서도 급격한 변화가 일어난다. 중간계를 여행하는 동안 궁극적인 실체에
대해서, 또 누구와 결합하고 무엇을 피해야 하는 지에 대한 가르침을 통해서 즉각적으
로 해탈에 이를 수 있는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실제로 그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더
라도 이 생에서 일단 최종적인 묘표에 대한 가르침을 받은 사람은, 그에 대해 배운 게
있기 때문에 중간계의 위기를 훨씬 잘 통과할 수 있다. 이것이 <티벳 死者의 書>를 저
술한 파드마 삼바바의 의도다. 파드마 삼바바는 완성 단계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도 완성 단계의 최종적인 상태에 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을 티벳 사
람들에게 전해 주었다. 오늘날의 티벳 라마승들이 전 세계의 평범한 사람들을 위해서
그 가능성을 제시해 주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불교도가 아닌 사람이 완성 단계의 5가지 단계적인 수행을 그대로 따라 할 수 있는
지, 또는 이 가르침의 단계를 자신의 종교에 적용하거나 응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무어라고 말하기가 곤란하다. 지구상에는 많은 종교가 있고, 각 종교마다 믿음직스러운
성자들의 전통이 있다. 그들은 모두 삶과 죽음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샤
먼[무당]도 죽음의 해체 과정을 체험하며, 자기에게 내린 신과 하나가 된다. 때로는 악
한 신의 방해도 받는다. 대부분의 샤먼들은 아발로키테스바라(觀世音菩薩) 같은 자비로
운 신에게 귀의하여 믿고 따른다. 각 종교의 수도원 전통 속에는 영혼의 여행에 대한
체험이 수북히 쌓여 있다. 기록으로 남아 전해 오는 것도 많다. 이슬람 신비가들인 수
피나 도교의 성자인 도인들의 가르침도 살아 있다. 수행이라는 맥락에서는, 티벳 전통
이 확립해 놓은 체계적인 수행법과 통찰은 어떤 전통에 속한 수행자에게라도 도움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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