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시.

금 간 꽃병. 쉴리 프뤼돔.

별관신사 2020. 6. 23. 09:39

이 마편초 꽃이 시든 꽃병은

부채가 닿아 금이 간 것

살짝 스쳤을 뿐이겠지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으니

하지만 가벼운 상처는 하루하루 수정을

좀먹어 들어 보이지는 않았으나

어김없는 발걸음으로

차근차근 그 둘레를 돌아갔다

맑은 물은 방울방울 새어 나오고

꽃들의 향기는 말라 들었다.

손대지 말라 금이 갔으니

곱다고 쓰다듬는 손도 때론 이런 것

남의 마음을 스쳐 상처를 준다

그러면 마음은 절로 금이 가

사랑의 꽃은 말라 죽는다

사람들의 눈에는 여전히 온전하나

마음은 작고도 깊은 상처에 혼자 흐느껴 운다

금이 갔으니 손대지 말라.

 

                                      쉴리 프뤼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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