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타자르 그라시안.

비밀은 말하지도 듣지도 말 것

별관신사 2014. 4. 2. 18:23

윗사람의 비밀에 연루되지 말아야 한다. 얼핏보면 비밀이란 달콤한 열매를
나누는 특권과 같은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 열매에는 씨도 있고 껍질도 있고
심지어 통째로 집어먹힐 위험성도 내포되어 있다. 함께 하나의 사과를

먹어야겠다고 했어도 나누어 먹을 땐 껍질만 준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어떤
부하는 윗사람이 무심코 흘린 개인적인 비밀을 엿들어 버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상대방의 거울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윗사람은 자신의 추한 모습을

연상시키는 그 거울을 호시탐탐 깨어 버리려고 한다. 일단 비밀이 타인의
손아귀에 넘어가면, 상대방의 노예나 다름없어진다. 특히 비밀을 아는 사람보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은 그 압박감을 참기 어렵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그는

그 압박감을 어떻게 해서든지 없애고 싶어하고, 정의를 헌신짝처럼 내 팽개치는
일조차도 서슴치 않는다. 또 만일 친구가 적이 되면 일찌기 가볍게 선뜻 흘렸던
비밀도 앙심을 품은 독화살로 변한다. 따라서 비밀이란 절대로 엿듣지 말아야
할 뿐 아니라 발설해서도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