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

선물,

별관신사 2016. 4. 29. 05:36

포장도 안된 어느 한적한 도로를 버스 한대가 털털거리면 달리고 있었다.
창이 있는자리에 한 노인이 한묶음의 꽃을 들고 앉아 있었고 그 맞은 편
자리에는 아름다운 처녀 한명이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처녀는 노인이 들고있는 꽃다발에 자주 눈길릉 돌리며 바라보곤 했다.
이윽고 노인이 버스에서 내릴 기미를 보였다. 노인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맞은 편에 있는 처녀의 무릎위에 불쓱 그 꽃다발을 내려 놓았다.

노인이 말했다. 아가시씨가 꽃은 좋아하는 것 같아 주는 것이니 받아
두어요. 내 아내도 아가씨가 이 꽃을 갖게 된 것을 기뻐할 거요. 아가씨에게
이 꽃을 선물했노라고 아내에게 말해 줄 참이요 처녀는 아무 말도 없이

그 꽃다발을 받아 들었다. 처녀가 바라보고 있는 사이에 노인은 버스에서
내려 길가에 있는 작은 공원묘지 안으로 천천히 걸어들어 갔다.


삶과 죽음은 언제나 그렇게 마주보며 있다. 어느 경우라도 삶은 항상 죽음
보다도 아름답다. 그대가 아직도 살아있는 한 삶은 영원히 아름다우며
죽음보다 가깝다.


쇼펜하우어.

'쇼펜하우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갈구.  (0) 2016.05.01
지팡이.  (0) 2016.04.30
그대 역시 그럴 수 있는가?  (0) 2016.04.28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  (0) 2016.04.27
그대는 때때로 불행의 초대장을 받는다  (0) 2016.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