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슈나무르티.

운명이란 무엇입니까?

별관신사 2012. 11. 30. 07:37

크리슈나무르티: 정말 이 문제를 한 번 따져 보고 싶습니까? 묻는다는 건 참 쉬운 일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의 질문은, 여러분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어서 그 대답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때만 의미가 있습니다. 혹시, 사람들이 질문만 해 놓고는 그 문제에 대해 흥미를 잃어
버리는 걸 본 적이 있는지요? 나는 며칠 전에 본 적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질문을 해 놓고는,

하품도 하고 머리도 긁고 옆사람과 잡담도 하더군요. 질문하는 순간에 흥미를 잃어버린 겁니다.
그래서 여러분에게 말씀드리거니와, 정말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거든 아예 질문하지 마세요.
운명이 무엇이냐는 문제는 정말 어렵고 까다롭습니다. 보세요. 원인이 있으면 반드시 이 원인이

어떤 결과를 빚어내지요? 러시아에서든 미국에서든 인도에서든 많은 사람들이 전쟁을 준비하면

그들의 운명은 전쟁에 묶입니다. 우리는 평화를 바란다, 우리는 저들의 공격에 대비할 뿐이다,

이렇게 주장한대도 별수 없습니다. 그들은 이미 전쟁의 동인을 가동시킨 것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들이 여러 세기에 걸쳐 특정 문명이나 문화의 발달에 참여해 왔을 때

이내그들은, 좋건 싫건 개인을 그 흐름에 실어 떠내려보내는 운동을 시작한 것입니다. 이 특정

문화나 문명의 흐름에 휩쓸리거나 떠내려가는 과정, 이것을 운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 여러분이 변호사의 아들로 태어났다고 합시다. 이 변호사는 자식을 꼭 변호사로 만들려
한다고 칩시다. 다른 일을 하고 싶은데도 불구하고 이 아버지의 소원을 저버리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변호사가 될 운명에 묶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한사코 변호사가 되는 걸 거부하거나,
정말 마음이 기우는 일 - 쓰고 싶어하고, 그리고 싶어하고, 빈털터리로 빌어먹는 일이 있어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할 수도 있습니다 - 을 하겠다고 우긴다면, 여러분은 이

흐름에서 헤어 나오는 셈입니다. 여러분은 이럴 때 아버지가 의도한 운명의 사슬에서 풀려
나오는 것입니다. 문화나 문명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이 제대로 교육받아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네, 여러분은 전통에 짓눌리지

않아야 하고, 특정의 종족적, 문화적, 혹은 가족적 집단의 운명에 빠져들지 않아야 하며, 예정된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기계적인 존재가 되지 않도록 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이 모든
과정을 이해하고, 여기에서 뛰쳐나와 홀로 설 수 있는 사람만이 자신의 동인을 만들어냅니다.

이 사람의 목표가 허위를 깨뜨리고 진실에 매진하는 것이며 이 동인 자체도 진실일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운명에서 자유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