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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관한 시.

별관신사 2019. 12. 9. 07:39

인생  /  이기철
 
인생이란 사람이 살았다는 말
눈 맞는 돌멩이처럼 오래 견뎠다는 말
견디며 숟가락으로 시간을 되질했다는 말
되질한 시간이 가랑잎으로 쌓였다는 말
글 읽고 시험 치고 직업을 가졌다는 말
연애도 했다는 말
여자를 안고 집을 이루고
자식을 얻었다는 말
그러나 마지막엔 혼자라는 말
그래서 산노루처럼 쓸쓸하다는 말


(이기철·시인, 1943-) 

 

 





 파도를 보며  / 유안진

파도를 본다
도도한 목숨이 추는
어지러운 춤이여

울고 사랑하고 불타오르고 한탄하는
아아 인생은 위대한 예술

그 중에도 장엄한
敍事詩의 한 대목

바라건대 나는
그 어느 絶頂에서
까물치듯 죽어져라 죽어지기를





 


(유안진·시인, 1941-)


 

 

 사는 게 꼭 정기적금 같다  /  김시탁 

사는 게 꼭
정기적금 같다
원금 갚고 이자 물고
제 날짜 넘기면 연체료 물고

정기적금은 벅차면
해약도 하지만
우리 삶은 지치면
중도해지 할 수 있을까

살아온 시간 정산하고
살아갈 시간 반납하면
해약할 수 있을까
해약 환불금 같은 것도
받아낼 수 있을까

사는 건 꼭
평생 상환사채 대출 같은 것.  


(김시탁·시인, 1963-)


 

 

 한세상 산다는 것 /  이외수

한세상 산다는 것도
물에 비친 뜬구름 같도다

가슴이 있는 자
부디 그 가슴에
빗장을 채우지 말라

살아있을 때는 모름지기
연약한 풀꽃 하나라도
못 견디게 사랑하고 볼 일이다


(이외수·소설가, 1946-)


 

 

 세상살이  /  김춘성  

어느 때 가장 가까운 것이
어느 때 가장 먼 것이 되고
어느 때 충만했던 것이
어느 때 빈 그릇이었다.

어느 때 가장 슬펐던 순간이
어느 때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오고
어느 때 미워하는 사람이
어느 때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다.

오늘은
어느 때 무엇으로 내게 올까.


(김춘성·시인)


 

 

 인생은 그런 거더라  /  김종구 

이 세상 살다 보면
어려운 일 참 많더라
하지만 알고 보면  
어려운 것 아니더라
울고 왔던 두 주먹을
빈손으로 펴고 가는
가위 바위 보 게임이더라

인생은 어느 누가
대신할 수 없는 거더라
내가 홀로 가야할 길
인연의 강 흘러가는
알 수 없는 시간이더라
쉽지만 알 수 없는
인생은 그런 거더라


(김종구·시인, 1957-)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서홍관

 

고등학교 시절 어떤 사진사가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며
명함 사진 여덟 장을 나뭇잎 모양으로 빼주는데
절반 가격에 모시겠다고 했었지.
웬 잡상인이 아침부터
교실에서 시끄럽게 한다고
인상을 잔뜩 찌푸렸는데
그때 사진사 말 듣고,
한 장 찍어둘 걸 그랬어.
병원 마당에 가을비 흩뿌리고,
은행잎 한 장 내 어깨에 떨어지니
나뭇잎 모양으로 박혀 있는
열일곱 살 내 얼굴도 그리워지나니…

 

          (서홍관·의사 시인, 1958-)



 

 

 

 잡초(雜草)같이 살다 간다  /  임인규 

한세상을 굴렀다 간다.
잘살았다 못살았다 말들을 마라!
내 인생 태어난 집 자리가 운명이더라!
개천은 좁아서 용이 못나고
메뚜기가 한철이라도 뛰어야 한자
되는 데로 살았다 말들을 마라!
이래봬도 성실하게 잘만 살았다.
아! 인생은 잡초처럼 연명하는 것
세월을 원망마라! 바보 같은 짓

한 인생을 걸쭉하게 잘살다 간다.
잘났었다. 못 났었다 떠들지 마라!
사자 밥에 집신 몇 짝 모두 같은데
죽어져서 호화 분묘 무슨 소용 있나!
내 마누라 내 자식들 호강 못시켜도
밥 한 숟갈 입성하나 거른 적 없다.
물려줄 재산 없어 형제우애 좋고
따질 조상 없어 체면 꾸길 일없다.
아! 인생은 구름 같이 흘러가는 것
세상을 질타마라! 허망한 짓


(우보 임인규·시인)


 

 

 7년 단위로 본 인생  /  솔론 


어린애는 젖니를 기르다
7살이 되면 모든 치아를 가네.
14살이 되면 신은 성장의 표시를
그의 몸에 드러내게 하네.
셋째 7년 동안은 팔다리가 굵어지고 턱수염이 나고
피부에선 성년의 티가 나네.
넷째 7년 동안 사람은 힘이 절정에 달하고
자신의 탁월성을 한껏 드러낼 일을 찾네.
시간이 지나 다섯째 7년이 되면
사람은 결혼과 장차 대를 이을 자식을 생각하네.
여섯째가 되면 사람의 정신은 충분히 원숙하여
불가능한 일을 시도하지 않네.
일곱 째 여덟 째 14년 동안 사람은
지혜와 말솜씨가 최고조에 이르네.
아홉째 동안도 아직 많은 일을 할 수 있지만
말과 생각은 훨씬 무디어지네.
죽음이 올 때 지나간 70년을 모두 헤아려보면
죽음은 그리 빨리 오는 것은 아니네.


(솔론·그리스 시인이며 정치가, 기원전 640-?) 


 

 인생  /  샬롯 브론테 

인생은, 정말, 현자들 말처럼
어두운 꿈은 아니랍니다
때로 아침에 조금 내린 비가
화창한 날을 예고하거든요
어떤 때는 어두운 구름이 끼지만
다 금방 지나간답니다

소나기가 와서 장미가 핀다면
소나기 내리는 걸 왜 슬퍼하죠?
재빠르게, 그리고 즐겁게
인생의 밝은 시간은 가버리죠
고마운 맘으로 명랑하게
달아나는 그 시간을 즐기세요

가끔 죽음이 끼어들어
제일 좋은 이를 데려간다 한들 어때요?
슬픔이 승리하여
희망을 짓누르는 것 같으면 또 어때요?

그래도 희망은 쓰러져도 꺾이지 않고
다시 탄력 있게 일어서거든요
그 금빛 날개는 여전히 활기차
힘있게 우리를 잘 버텨주죠

씩씩하게, 그리고 두려움 없이
시련의 날을 견뎌내 줘요
영광스럽게, 그리고 늠름하게
용기는 절망을 이겨낼 수 있을 거예요.


(샬롯 브론테·영국 시인이며 소설가, 1816-1855)  

 

인생  /  정연복

한세월 굽이돌다 보면
눈물 흘릴 때도 있겠지

눈물이 너무 깊어
이 가슴 무너질 때도 있겠지

하지만
나는 잊지 않으리

꽃잎에 맺힌 이슬에
햇빛 한 자락 내려앉으면

그 꽃잎의 눈물이
어느새 영롱한 보석이 되듯

나의 슬픈 눈물도
마냥 길지는 아니하여

행복한 웃음의
자양분이 되리라는 것을


(정연복·시인, 1957-)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인생에 관한 시 모음> 윤수천의 '인생이란' 외

+ 인생이란
 
남기려고 하지 말 것

인생은
남기려 한다고 해서
남겨지는 게 아니다

남기려고 하면 오히려
그 남기려는 것 때문에
일그러진 욕망이 된다

인생이란 그저
사는 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정말 아니다
(윤수천·시인, 1942-)


+ 인생

인생은 짧고,
당신의 아이들이나 친구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일도 당신 곁에 남아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인생은 너무 짧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최대한 그들의 모습을 즐기고,
시간 있을 때마다
사랑하는 사람, 나의 가족,
친구들의 존재를 즐긴다.
(돈 미겔 루이스·멕시코 태생의 작가)


+ 단순하게 사세요

당신들은 삶을
복잡하게 만들려고 해요.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화려하고 현학적인 문구들을
써놓고 그것을 '지성'이라 부르죠.

하지만 정말 뛰어난
작가와 예술가, 교육자들은
간단하고 명쾌하며 정확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에요.

그냥 단순하게 사세요.
복잡함을 버리고 혼란을 제거한다면,
인생을 즐기는 일이
단순하고 간단해질 거예요.
(웨인 다이어·미국의 심리학자이며 자기 계발 작가)


+ 인생 거울

당신이 갖고 있는 최상의 것을 세상에 내놓으십시오.
그러면 최상의 것이 당신에게 돌아올 것입니다.
사랑을 주십시오, 그러면 당신 삶에 사랑이 넘쳐흐르고
당신이 심히 곤궁할 때 힘이 될 것입니다.
믿음을 가지십시오, 그러면 수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말과 행동에 믿음을 보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삶은 왕과 노예의 거울이고,
우리의 모습과 행동을 그대로 보여주는 법,
그러니 당신이 세상에 최상의 것을 내놓으면
최상의 것이 당신에게 돌아올 것입니다.
(매들린 브리지스, 1844-1920)


+ 죽은 벌레를 보며 벌레보다 못한 인생을 살았다고 나는 말했다

벌레 한 마리가 풀섶에 몸을 웅크린 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것이 죽은 시늉을 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며칠 뒤 가서 보니 벌레는 정말로 죽어 있었다
작은 바람에도
벌레의 몸이 부서지고 있었다
벌레만도 못한 인생을 나는 살았다
죽은 벌레를 보며
벌레만도 못한 인생을 살았다고
나는 말한다
(류시화·시인, 1958-)


+ 나의 싸움

삶이란 자신을 망치는 것과 싸우는 일이다
망가지지 않기 위해 일을 한다
지상에서 남은 나날을 사랑하기 위해
외로움이 지나쳐
괴로움이 되는 모든 것
마음을 폐가로 만드는 모든 것과 싸운다
슬픔이 지나쳐 독약이 되는 모든 것
가슴을 까맣게 태우는 모든 것
실패와 실패 끝의 치욕과
습자지만큼 나약한 마음과
저승냄새 가득한 우울과 쓸쓸함
줄 위를 걷는 듯한 불안과
지겨운 고통은 어서 꺼지라구!
(신현림·시인, 1961-)


+ 인생이란 계단

인생은 연극이라 했다.
산다는 게 힘들다고 삶이 버겁다고
중도에 막이 내려지는 연극은 아무 의미가 없다.

햇볕이 있어야 초록 나무를 볼 수 있고
잔잔히 불어 주는 바람의 고마움을 느낄 수 있는
소박한 꿈을 가질 수 있는 게 바로 인생이라 생각한다.

나 자신만 사는 게 힘들다고 생각하지 말고
나보다 더 높은 곳으로 오르려고 욕심을 부리지 말고
주어진 일에 성실함으로 만족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즐거운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때론 내가 하는 일에 실증을 느낄 때도 있고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겠지만
우리는 쉽게 버릴 수 없음을 알게 된다.

생각을 바꿔보면
내가 좋아서 하는 일
또는 내게 맞는 일을 하고 있다면
모든 일에 당당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특별한 삶과 행복한 인생이 따로 있겠는가?
일어나 하늘을 보라.
저 넓고 푸른 하늘은 우리를 지켜 줄 것이다.

명심하라.
누구든지 삶에 대하여 만족하며 사는 사람은 없으니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여겨 보라.

포기하는 삶을 살지 말고 절대 좌절치 말고
한 번 더 일어나 걸어간다면 예전에 큰 물건이 아닐지라도
작은 꿈 상자로 만족할 수 있는 인생이란 계단을 웃으며 오를 수 있을 것이다 .
(안성란·시인)


+ 인생의 길

인생의 길은
산행(山行) 같은 것

가파른 오르막 다음에는
편안한 내리막이 있고

오르막의 길이 길면
내리막의 길도 덩달아 길어진다.

그래서 인생은
그럭저럭 살아갈 만한 것

완전한 행복이나
완전한 불행은 세상에 없는 것

살아가는 일이
괴롭고 슬픈 날에는

인생의 오르막을 걷고 있다고
마음 편히 생각하라

머잖아 그 오르막의 끝에
기쁨과 행복의 길이 있음을 기억하라

내가 나를 위로하며
한 발 한 발 걸어가는

인생의 길은 그래서
알록달록 총천연색 길

오르막과 내리막이 교차하는
고달파도 고마운 길

오!
너와 나의 인생의 길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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