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프랑스의 극작가 외첸 라비슈는 페리숑씨의 여행
이라는 희극작품에서 인간의 묘한 심리를 드러내는 한가지
행동을 흥미롭게 묘사하고 있다.
그가 말하고 있는 것은 일견 이해하기 어려우면서도 알고
보면 사람들에게서 아주 흔하게 찿아볼 수 있는 행동 바로
배은망덕이다.
파리의 부르죠아 페리숑씨는 아내와 딸을 데리고 알프스로
여행을 떠난다. 딸에게 반한 두 젊은이 아르망과 다니엘도
딸에게 청혼을 할 기회를 얻기 위해 페리숑씨 가족과 동행
한다. 일행이 얼음바다라 불리는 알프스 빙하근처의 한 산장
여관에 묵고있던 어느날 페리숑씨는 승마를 하다가 말에서
떨어진다. 바로 옆에 낭떠러지가 있다.
그가 데굴데굴 굴러 떨어지고 있는데 때마침 근처를 지나던
아르망이 달려들어 그를 구해준다. 아르망에 대한 딸과 아내의
고마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정작 은혜를 입은
폐리숑씨의 태도는 사뭇 다르다 처음엔 생명의 은인에게 기꺼이
고마움을 표시하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도움을 과소평가
하려고 애쓴다. 절벽아래로 떨어지면서 전나무를 보고
붙잡으려던 참인데 아르망이 온것이고 설령 아래로 떨어졌다
해도 멀쩡했을 거라는 식이다. 이틑날 폐리숑씨는 두번째
젊은이 다니엘과 함께 가이드를 따라 몽블랑 아래의 빙하쪽으로
트레킹을 나간다. 도중에 다니엘은 발을 헛디뎌 크래바스로
추락할 위기를 맞는다. 이때 페리숑씨가 피켈을 내밀어 잡게하고
가이드와 함께 그를 끌어낸다. 산장으로 돌아온 페리숑씨는
딸와 아내 앞에서 자랑스럽게 그일을 떠벌린다. 다니엘은 페리숑
씨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자기는 죽었을 거라면서 아낌없는 찬사로
그를 거든다. 당연한 애기지만 페리숑씨는 아르망보다 다니엘에게
관심을 갖도록 딸을 부추긴다. 그가 보기에 다니엘은 무척이나
호감이 가는 젊은이다. 반면 아르망이 자기를 도와준 일은 갈수록
불필요했던 일로만 여겨진다. 급기야는 아르망이 자기를 도와
주었다는 사실마져 의심하기에 이른다.
외젠 라비슈가 이 희극을 통해 애증하듯이 세상에는 남에게 은혜를
입거나 신세를 지고도 고마워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고마움을 모르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자기를 도와준 사람들을
미워하는 자들도 있다. 그것은 아마도 도와준 사람들에게 빛을
진 기분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 싫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에 우리는 우리자신이 도와준 사람들을 좋아한다.
우리의 선행을 자랑스러워하고 그들이 두고두고 감사하리라
확신하면서 말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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