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쥐 한 마리가 있었는데 그 쥐는 자기 집안에서 덩치가 가장 작았으며, 유아기의 애정
결핍에서 비롯된 열등의식을 감추기 위해 오히려 공격적인 성격을 키워 왔다. 이 시골 쥐가
어느 날 도시에 사는 사촌 쥐의 방문을 받게 되었다. 저녁식사를 대접하면서, 시골 쥐는 상당
히호전적으로 말문을 열었다. 변변찮은 음식이니 네 입맛에 안 맞을 줄 안다구, 알아. 하지만
말이야, 보리 이삭이랑 옥수수가 나한테는 맞아. 낟알이 좀 거칠어야 이빨에도 좋고, 맛은
없어도 영양가가 있으니까.
아, 좋지. 좋구말구. 도시 쥐가 동감이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이야. 시골 쥐가 자기 주장을 계속해서 펴 나갔다.
여긴 바깥공기가 또 그만이지. 공장 매연과 자동차 배기 가스에 전혀 오염되지 않은 신선하고
건강한 공기란 말이야. 물론 전원의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도 정산 건강에 아주 좋고,
아무리 좋은 신경안정제도 못 따라오지, 못 따라와!
그래, 네 얘기가 백 번 옳아. 도시 쥐가 말했다. 시골의 목가적 분위기는 정말로 정서적인
안정감과 마음의 평정을 선사해 주지. 사실은 나도 이번에 복잡한 도시를 떠나려고 해. 이렇게
너네 집을 찾아온 것도 바로 그 때문이야.
뭐라구? 시골 쥐가 깜짝 놀라 말했다. 난 도시 구경을 직접 한 번 해 보려고 했는데.
그렇담 나하고 가서 며칠 지내 보지 그래. 도시 쥐가 이렇게 제안했다. 하지만 미리 얘기해
둘 것이 있어. 대도시라는 게 그냥 한번 구경하지엔 좋은 곳인지 몰라도 살기엔 좋은 곳이
아니야. 너도 아마 살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 거야.
그래서 시골 쥐는 사촌을 따라 도시에 있는 그의 집으로 갔다. 집은 한 지붕 두 가족식
아옥으로 부유한 상류층 가족과 함께 쓰고 있었다. 이번에는 주인으로 입장이 바뀐 도시 쥐가
저녁식사를 차려 놓았는데, 시원한 바다 가재봐 새우도 있고 훈제 연어도 있고 칠면조 고기도
있고 일곱 가지 빵도 있고, 그야말로 정신을 못 차릴 만큼 호화찬란한 상이었다. 게다가
디저트로 먹으라고 내놓은 메뉴도 다양해서 프렌치 파이와 샤베트와 아이스크림이 있는가 하면박하 사탕과 아몬드 과자도 준비되어 있었다.
야, 이거 완전히 파티잖아, 파티! 시골 쥐의 목소리는 거의 감탄에 가까웠다. 이걸 다 먹어?
보기만 해도 배가 불러오는데 그래!
아니, 파티는 무슨. 도시 쥐가 대답했다. 우린 매일 이렇게 먹어. 뭐 손님이 왔다고 해서
특별히 차린 것은 없어. 사실 좀 섭섭한 건 주인집이 오늘은 샴페인을 준비하지 않은거야. 하는
수 없지,뭐. 그냥 와인 없이 식사를 하지,응?
이런 생활을 포기하고 정말 촌 구석으로 가겠다고? 시골 쥐가 못 믿겠다는 듯이 물었다.
좋은 점만 있는 게 아니거든. 이제 너도 수시로 보게 되겠지만... 도시 쥐가 어쩐자 침통하게
말랬다. 바로 그때였다. 디룩디룩한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났고, 도시 쥐는 순간적으로 비명을
질렀다. 도망쳐! 어서!
자기 구멍으로 숨을 헐떡거리면서 돌아온 도시 쥐가 사촌한테 말했다. 자, 봤지? 인제 내 말이무슨 소린지 알겠지? 고양이가 저렁게 아무 때고 순찰을 도니 밥인들 어디 느긋하게 즐기면서먹을 수 있겠어? 게다가 우리 주인집은 북경산 발바리까지 한 마리 길러. 이 놈이 짖는 소리만들어도 알 만한데 물었다 하면 아마 요절을 낼 거라구.
이 박하 사탕 안 먹을래? 시골 쥐가 명랑한 음성으로 말했다.
아까 도망올 때 한 줌 집어 왔지.
무시무시한 학살자도 한 명 있다구. 도시 쥐가 덧붙였다. 그 자는 항상 아무도 안 다니는
호젓한 곳에다가 덫이나 독약을 놔 둬. 그러니까 순간 순간 여기에 안 걸리도록 긴장해야 하는
거지. 조심해야 해. 갑자기 생각지도 않았는데 아주 맛있어 보이는 이탈리안 피자 조각이
있다든지 하면 잘 생각해서 먹어야 해. 잘못하면 목숨과 바꾸게 되는 수가 있으니까 말이야.
그러니 한 번 생각해 봐. 으으, 언제나 신경을 곤두세우고 살아야 한다는 게 얼마라 끔찍한
일인지.
나 원, 그럼 이렇게 가만 있지 말고 밖으로 뛰어나가서 고양이 놈의 눈에다가 그냥 침을 한번
탁 뱉고 후딱 여기로 뛰어들어 오자구. 저 거만한 고양이 녀석이 분해서 팔팔 뛰는 꼴을
상상해 봐. 생각만 해도 신나는 일이잖아? 시골 쥐의 말이었다.
안돼, 그러지 마! 사촌이 소리쳤다. 그 녀석은 절대로 그런 모욕을 잊지 않을 거야. 제발
여기 그냥 얌전히 앉아있어. 기다리다 지치면 다른 데로 갈 테니까.
난 이렇게 생각해. 고양이 약을 올리고 개도 당황하게 만들고 집주인도 골탕을 먹이는 거야.
그 생각을 하면서 식사를 하면 한 층 묘미가 더할 거라구. 시골 쥐가 즐거워 하며 말했다.
그래서 도시 쥐와 시골 쥐는 서로 집을 바꾸었고, 그 이후로 각자 새로운 환경에서 행복하게
잘 살았다.
교훈:선행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경쟁의 보람은 경쟁 그 자체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