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하고 괴상한 옷을 입는 데서 상당한 쾌감을 느끼는 복장도착 성향이 있는 어린 늑대 한
마리가 있었는데, 어느 날 우연히 양가죽을 보게 되었다. 늑대는 냉큼 그것을 집어 입고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부모한테 새 옷을 입으니 얼마나 멋지냐며 한 바퀴 빙그르르 돌아
보였다.
어서 벗어 던지지 못해! 어디서 그따위 바보같은 물건을 주워 온 거야? 아버지 늑대가
으르렁 거렸다.
얘야, 너한테는 안 어울려. 오히려 멍청해 보인단다. 어머니 늑대는 좀 부드럽게 타일렀다.
양가죽을 벗기 싫었던 어린 늑대는 이렇게 말했다. 엄마아빠한테는 이 옷이 우습게 보일지
모르지만, 양치기와 양치기개들 한테는 친근하게 보일 거야. 이 옷으로 변장을 하면 놈들을
가볍게 속여넘기고 양들 사이에 슬쩍 끼어들어갈 수도 있어. 우린 아무 때나 양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되는 거라구.
야아! 아주 똑똑한데! 아버지 늑대가 감탄했다는 듯이 말했다.
네 머리도 멋으로 달려 있었던 게 아니었두나, 녀석두.
이 아이는 머지않아 우리 동네에서 가장 훌륭한 늑대가 될 거예요, 여보. 어머니 늑대가
자랑스럽게 남편에게 말했다.
그리하여 그 어린 늑대는 양의 가면을 쓰고 가까운 목장으로 가서 양들과 어울렸다. 양치기는
단순히 길을 잃었던 양 한 마리가 다시 집을 찾아왔나 보다 생각할 뿐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그 늑대는 혼자서 나름대로 생각을 해 보았다. 아마 저 놈들이 틀림없이 날 의심할
거야. 그러니 당분간은 진짜 양처럼 보이도록 행실을 조심해야지. 그래서 그 늑대는 다른
양들처럼 풀도 뜯어 먹고, 어린 양들과 유치한 놀이도 같이 해 주고, 밤에는 다른 양들과 한데
엉겨 잠을 잤다.
그런 식으로 며칠이 지나고 나자, 그 늑대는 풀이 고기보다 더 맛있고 양이 보기보단 훨씬
지혜롭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어머니와 아버지가 펄펄 뛰면서 말렸음에도 불구하고 그 늑대는 여생을 양들과 함께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