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라클레스의 열번째 임무는 레르네의 히드라라는 흉칙한 괴물을 죽이는
것이었다. 이 괴물은 머리가 여럿 달린 뱀이었는데, 그 머리는 잘라내는 즉
시 다시 솟아나곤 했다. 이 전설적인 동물은 3천여년 전부터 오늘에 이르
기까지 신화 연구자들에게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히드라가
여러 개의 머리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고대의 모든 작가들이 일치하고
있지만, 그 정확한 숫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어떤 이들은 3개라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5개라 하고 때로는 6개 혹은 9개라고 주장한다. 오
비디우스는 "백 개의 머리"라고 쓰기도 했고 에우리피데스는 "머리가 천
개 달린 괴물"이라고까지 했다. 하지만 이 두 작가의 경우는 단순히 수사
적인 문체 때문에 그렇게 말했던 것 같다. 이렇듯 다양한 수치들 앞에서
성급한 작가는 온건하게 평균치를 택하기로 작정하고는 레르네의 히드라가
6.4개의 머리를 가졌다고 말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로서는 그렇게 쉽게
타협을 볼 수는 없었고, 고대의 작가들 중에서 누구 말이 옳은지를 알아보
려고 했다. 연구 결과 나는 그들 '모두 다' 옳다는 확신에 다다랐다. 이 혼
란스러운 신비에 대한 열쇠는 히드라의 머리가 재생되는 과정에 관해 몇몇
신화학자들 이 제시한 자세한 설명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그들의 설명에 따
르면 히드라의 머리가 하나 잘려질 때마다 2개의 머리가 다시 자란다는 것
이다. 그렇다면 모든 게 설명이 되지 않는가! 헤라클레스가 레르네에 당도
하여 처음으로 히드라를 봤을 때는 머리가 단지 3개뿐이었다. 하지만 칼로
머리 하나를 베어내자 2개가 다시 자라 나와 모두 4개가 되었다. 다시 또
하나를 자르자 5개가 되고, 이런 식으로 9개까지 계속 되었다. 머리 회전이
둔한 헤라클레스였으므로 산술급수의 법칙 따위를 알 리 없었지만서도, 그
런 식으로 해서는 끝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리라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대개의 신화학자들은 헤라클레스가 자기 조카였던 이올라오스의 도움을 받
아 다음과 같은 방법을 택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헤라클레스가 머리를
잘라낼 때마다 조카가 지푸라기나 깜부기의 불씨를 이용해서 머리가 잘려
나가 피가 흐르는 부위를 불로 지졌다는 것이다 한데, 내가 보기에 이 얘
기는 거의 설득력이 없다. 철에도 버터내던 히드라의 피부가 왜 불에는 견
뎌내지 못하겠는가? 그러니 이번만큼은 전통에서 빗겨나서 내 나름대로 이
야기를 한번 해보려 하니. 독자들의 양해를 구하는 바이다. 내 생각엔 헤라
클레스가 테세우스에게 찾아가 조언을 구했고, 테세우스는 상호성의 산술
원리에 근거한 추론 끝에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르렀던 것 같다. 즉, 히드
라의 머리 하나가 잘려 나갈 대마다 2개의 머리가 자란다면, 반대로 머리
하나를 더 붙여주면 2개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헤라클레스에
게 시험 삼아 히드라의 몸에 양의 머리 하나를 붙여보라고 충고했다. 그러
자 테세우스가 예상했던 대로, 필시 생물학적인 거부 반응의 과정에서 일
어난 일인 듯한데, 접합이 이루어지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 접합이 염
증을 일으켜 기존의 머리들마저 떨어져 나가게 했다. 이러한 접합을 9번
연달아 함으로써 헤라클레스는 히드라의 머리를 모두 제거했고, 그로 인해
히드라는 죽어버렸다. 그리고 헤라클레스는 자기 화살통에 있던 화살들을
꺼내어 괴물의 몸에서 솟구쳐 나온 김이 나는 검은 피를 적셔 독화살로 만
들었다. 헤라클레스는 즐거운 기분으로 에우리스테우스에게 돌아왔다. 그들
이 맨 처음 만났을 때, 에우리스테우스는 헤라클레스에게 10가지의 일 을
맡기겠다고 했었고 레르네의 히드라는 바로 그 열번째의 임무였다. 하지만
에우리스테우스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는 헤라 클레스의 봉
사에 맛이 들어 그걸 좀더 이용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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