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話 이야기.

북유럽신화여행. 여신 프레야, 목걸이 때문에 난쟁이 넷과 몸을 섞다

별관신사 2015. 10. 8. 05:40

바나헤임(바나 신족의 나라)에서 아버지 뇨르드를 따라 아스가르드에 온 미의 여신 프레아는 세스룸니르라는 궁전을 저택으로 배당받았다. 그녀는 이곳에서 아사 신족에게 마법을 가르치는 일로 소일했지만 늘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다 아사 신족은 항상 프레야와 그녀의 가족에게 친절

했지만 아름다움에 대한 그녀의 욕구를 채워주지는 못했다.
그러던 어느날 프레야는 보석 세공에 남다른 솜씨를 자랑하는 난쟁이들 넷에 대한 이야기를 들
었다. 그녀는 당장이라도그들에게 달려가고 싶었지만, 자칫 잘못하면 황금을 탐내 신의 품위를

손상시킨다는 비난을 듣게 될 것이 뻔했다. 그래서 그녀는 다른 신들이 곤히 잠다는 새벽에 아스가르드를 떠나기로 작정하고 밤을 꼬박 새웠다. 조금이라도 자두려고 했지만 설레는 마음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이윽고 날이 밝자 프레야는 사뿐히 집을 나서 눈송이가 소리없이 날리는 아스가르드 벌판을 걸
어 무지개 다리 비프로스트로 걸어 갔다. 그녀는 아끼는 애완용 고양이조차 난로 옆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그녀가 나가는 걸 모르리라고 프레야는 확신했다.

그러나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기를 호시탐참 노리는 로키가 이 장면을 놓칠 리 없었다. 그는 창
문 밖으로 프에야가 걸어가는 모습을 발견하고 호기심을 참을 수 없어 서둘러 옷을 걸치고 그녀
의 뒤를 밟았다.

눈 덮인 미드가르드는 아침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빛났다. 황금 장신구에 대한 기대에 가슴 부
푼 프레야는 볼모의 평언을 지나 휘감아 도는 강을 천천히 건너고, 시퍼렇게 날이 선 거대한 빙하의 밑 바닥으 지나 짧은 해가 떨어질 무렵에야 가파른 낭떠러지 근처의 바윗덩어리에 다가갔

다. 뒤를 밟던 로키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프레야는 그 바위 사이를 지나 지하로 들어가는 좁은 통로로 들어갔다. 너무나 추운 나머지 그
녀의 눈에서는 황금 눈물이 빗물처럼 쏟아져 내렸다. 통로 끝에 다다를 즈음 물방울이 둘 웅덩

이에 똑똑 떨어지는 소리와 작은 물줄기가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더니 드디어 멀리서 망치소리가 들려왔다.
감격한 프레야는 소리나는 곳으로 살금살금 다가갔다. 이따금씩 끊어지면서도 근질기게 이어지

는 망치소리는 점점 더 크고 선명하게 들려왔다. 그리고 마침내 네 난쟁이가 땀을 뻘뻘 흘리며 무언가를 내리치고 있는 대장간이 나타났다.
한동안 프레야는 용광로의 눈부신 불꽃에 넋을 잃었다. 부신 눈을 비비고 다시 눈뜬 프레야는

난쟁이들이 만들어놓은 기막힌 목걸이를 보고 다시 한번 넋을 잃었다. 그런데 넋을 잃은 것은 프레야만이 아니었다. 프레야가 이처럼 아름다운 장신구를 본 일이 없었던 반면, 난쟁이들도 그녀처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본 일이 없었기 때문에 그들은 멍하니 서 있었다.

이윽고 프레야가 미소지으며 말했다.
제게 그 목걸이를 파실 수 없겠어요?
난쟁이들은 서로 바라보다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이 물건은 파는 물건이 아니올시다.
그렇다고 물러날 프레야가 아니었다.
"제가 무엇 때문에 그 먼 길을 걸어서 아스가르드에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세요? 대가로 금

이나 은을 달라고 하시면 얼마든지 드리겠어요.
난쟁이들은 낯을 찌푸렸다.
금과 은이라면 우리도 얼마든지 있소이다.

프레야는 애가 탔다.
그럼 무얼 드리면 될까요?
얼굴에 홍조를 띈 프레야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난쟁이들은 음흉한 시선으로 그녀의 머리끝부

터 발끝가지 샅샅이 훑어보았다. 그러더니 묘한 표정을 지으면서 첫 번째 난쟁이가 말했다.
이 목걸이는 우리 모두의 것이오.
이어서 두 번째 난쟁이가 추파를 던지며 말했다.
그러니가 우리 중 한 사람 것이면 나머지 사람들의 것이기도 하지요.

세 번째 난쟁이가 말했다.
"이 목걸이에 걸맞는 대가는 딱 한가지뿐이오. 그것만이 우릴 만족시킬 수 있소.
잠자코 있던 네 번째 난쟁이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 한가지 대가는 바로 당신이오.
여신은 얼굴을 붉혔다. 그녀의 가슴이 콩닥거리기 시작했다.
당신이 우리 네 명과 각각 하룻밤씩을 보내야 이 목걸이가 당신 목에 걸릴 수 있을거요.

난쟁이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프레야는 질색을 하며 난쟁이들을 다시 보았다. 못생긴 얼굴, 작고 탐욕스러운 눈, 뾰족한 코,
작달막한 키.

프레야는 고개극 가로젓고 발길을 돌리려다 황급히 멈추었다.
여기가지 어떻게 왔는데 그냥 돌아가? 단지 나흘 바이면 돼! 그래, 나흘 밤이면 저 아름다운 목
걸이가 내 거란 말야!

그녀는 눈을 질끈 감고 모기 목소리로 겨우 말했다.
뜻대로 하세요.
나흘 낮 나흘 밤이 지났다. 프레야가 약속을 지키자 난쟁이들도 약속을 지켰다. 그들은 목걸이
를 그녀의 목에 걸어주었다. 프레야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어두운 동굴을 빠져나갔다.

프레야가 자기 집으로 숨어 들어가는 걸 보고 로키는 오딘에게 달려갔다. 로키는 오딘에게 능글
맞게 웃어 보이며 이죽거렸다.
그 여자 하는 짓 봤수?

그 여자라니?
오딘이 되물었다.
아니, 이 양반 직무 태만이시네그려. 용상(힐드스칼프)에 앉아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가

시해야 할 분이 그래 그것도 못봤단 말이오?
로키가 비아냥 거리자 오딘이 애꾸눈이 타오르는 듯했다.
이 녀석이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아하, 흥분하지 말고 내 얘기 좀 들어봐요. 당신이 애지중지하는 고 귀여운 프레야가 말씀이
야...
로키가 이야기를 시작하자 오딘은 침을 꿀꺽 삼키며 귀를 기울였다. 그리스의 제우스만큼이나

바람기가 많은 오딘이기에 부인 프리그의 눈치를 보면서도 내심 프레야에게 흑심을 품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로키란 녀석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그 어여쁜 프레야가 하찮은 난쟁이 녀석들에게 뭘 어떻게 했다고?
그만해!

오딘은 참다 못해 소리를 괙 질렀다.
이 녀석이 전에는 시프의 아름다운 머릿결을 몰래 잘라내더니 이젠 프레야의 뒤꽁무니를 밟고
다녀? 하여튼 넌 야비한 놈이야. 게다가 이젠 나하고 프레야 사이를 이간질학T다고? 자, 그만 까불고 어디 그 목걸이나 내놓아봐!

로키는 머멋거리며 말했다.
이봐요, 내가 가서 달라고 한다고 프레야가 그 목걸이를 내놓을 것 같아요? 지금 나더러 도둑
질을 해와라, 이 말씀입니까?

오딘이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하여간 알아서 해. 어떻게든 그 목걸이를 내 앞에 가져오지 못하면 다신 내 얼굴 못 보게 될
테니 그리 알아!

오딘의 얼굴은 언제 보아도 가면을 뒤집어 쓴 것처럼 괴이하지만 로키는 이 순간 오딘의 얼굴
에서 악마의 가면을 보고 있었다. 한 마디만 잘못해도 뼈가 으스러지는 사태가 올지 몰라 로키는 재빨리 뒷걸음질쳐 그 자리를 물러났다.
그날 밤 프레야의 집을 향해 걷는 로키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토르의 아내인 시프의 머리카락을
훔쳤다가 얼마나 험한 꼴을 당했던가? 위아래 입술이 송곳에 꿰이는 바람에 지금도 무슨 말을 하려면 입술이 욱신거린다. 하지만 프레야의 목걸이를 훔쳐서 오딘한테 갖다 바치지 않으면 더 끔찍한 욕을 볼지도 모른다.

로키는 생각다 못해 브로크 형제의 대장간에서 썼던 방법대로 파리로 변신하기로 했다. 파리로
변한 로키는 프레야의 집 지붕 바로 아래 나 있는 바늘구멍 만한 틈을 겨우 비집고 들어갔다. 문
제의 목걸이는 잠자는 프레야의 목에 얌전히 거려 있었다.
그녀를 깨우지 않고 목걸이를 벗겨내는 일은 불가능해 보였다. 로키는 일단 그녀가 얼마나 깊이
잠들었는지 시험해 보기 위해 다시 빈대로 변했다. 그리고는 기분좋게 미녀의 젖가슴을 더듬고 올락 목을 거쳐 뺨 위에 앉았다. 그런 다음 있는 힘을 다해 그녀의 하얀 살갗을 쏘았다.

프레야는 나흘 밤을 난쟁이들에게 시달리고 난 뒤끝이라 잠시 신음소리만 냈을 뿐 곧 돌아누웠
다. 바로 그 순간 목걸이의 고리가 로키의 눈에 들어왔다. 로키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조심스럽게 목걸이를 푼 뒤 유유히 그녀의 집을 나섰다.

이튿날 아침 로키가 보란 듯이 오딘에게 목걸이를 갖다 바치자 마자 프레야가 허겁지겁 달려왔
다. 그녀는 잠에서 깨자마자 목걸이가 없어진 것을 알았고, 이 잡듯이 집안을 뒤지던 끝에 범인이 h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문은 열려 있는데 강제로 연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그런 짓을

할 자는 로키밖에 없다는 판단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로키의 행적을 수소문한 끝에 그가 오딘의 궁으로 갔다는 말을 듣고 부리나케 달려온 것이다.
프레야는 다짜고짜 오딘에게 다그쳐 물었다.
로키가 갖다준 게 제 목걸이 맞죠? 당장 내놔요! 어떻게 나한테 그렇게 야비한 짓을 하실 수가
있죠?

오딘은 미간을 찌뿌렸다.
뭐, 야비하다고? 네가 어떻게 그런 말을 입에 담을 수가 있지? 프레이르의 동생이고 미모도 출
중해 귀엽게 봐줬더니 남의 뒤통수나 치고 다니고 말야. 너야말로 야비한 짓으로 너 자신을 욕보이고 신들을 욕보인 장본인 아니냐? 그깟 목걸이가 도대체 뭐길래 그것 때문에 난쟁이 놈들한테 몸을 더렵혀?

프레야는 파르르 떨면서 오딘에게 달려들었다.
어서 목걸이나 내놔요!
프레야는 오딘에게 달려들어 그의 팔을 꺾고 밀어붙였다. 그녀의 눈에서는 황금 눈물이 비오듯
쏟아졌다. 그러나 오딘은 억센 두 팔로 프레야를 붙잡아 자기 앞에 세웠다.

네가 뭐라고 해도 그 목걸이는 압수야. 단, 한 가지 조건을 들어준다면 다시 생각해 볼 여지는
있어.
프레야의 눈이 반짝 빛났다.
너는 평화로운 바나 신족 세상에 사니까 잘 모르겠지만 우리와 거인족 사이의 대립은 심각해.
신들의 운명을 책임지고 있는 나로서는 좀더 많은 용사들을 곁에 두어야 해. 그래야 거인족과의
숙명의 대결에 대비할 수 있지. 그러자면 어떻게 해야겠나? 지상에서 더 많은 용사들이 죽어서 내 곁으로 와야 한단 말이야. 너는 마술을 잘하니까 사람들 사이에 미움을 일으켜서 전쟁이 일어나도록 부추기란 말야.

프레야는 놀란 눈을 둥그렇게 뜨고 오딘을 노려보았다. 오딘은 미동도 하지 않았고 말을 계속했
다.
내 조건은 이게 전부야. 사람들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전쟁은 있어야만 한다고!
프레야는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덜덜 떨고 있었다. 무섭긴 했으나 황금 목걸이를 포기할 순
없었다. 어떻게 얻은 목걸이던가! 그녀는 나직하지만 결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 제 목걸이를 돌려주세요.
프레야는 황금 목걸이를 되돌려받았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은 프레야의 마술에 걸려 서로 미워
하는 마음이 생겨나게 되었다. 아마도 황금 목걸이에 눈이 멀어 정조를 내팽개친 프레야처럼 사

람들도 욕심 때문에 서로를 죽일 만큼 미워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 결과 사람들 사이에는 전쟁이 끊임없이 일어나게 되었고, 오딘은 그 전쟁에서 죽어넘어지는 자들을 거두어 거인과의 최후의 대결에 대비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