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시.

사람과 사람의 거리. 작자미상 암브로시아 제공.

별관신사 2020. 7. 10. 03:52

나무 한그루의 가려진 부피와 드러난 부분이

서로 다를 듯 맛먹을 적에

내가 네게로 갔다 오는 거리와

네가 내게로 왔다 가는 거리는

같을 듯 같지 않다.

 

하늘 만한 바다 넓이와 바다만큼 깊은 하늘 빛이

나란히 문 안에 들어서면

서로의 바람은 곧잘 눈이 맞는다

그러나 흔히는 내가 너를 향했다가 돌아오는 시간과

네가 내게 머물렀다 따나가는 시간이

조금씩 비켜가는 탓으로

우리는 때없이 송두리째 흔들리곤 한다.

 

꽃을 짖이여가며 얻은 진한 진액에서

꽃의 아름다움을 찿아보지 못하듯

좋하는 사람 곁에 혹처럼 들러붙어 있어도

그 사람과의 거리는 가까위지지 않는다

 

 

꽃과 꽃처럼 아름다운 사람은

눈앞에 있을 때 굳이 멀리 두고 보듯 보아야 하고

멀리 있을 때 애써 눈앞에 두고 보듯 보아야 한다.

 

누구나 날때와 죽을 때를 달리하는 까닭에

꽃과 꽃처럼 아름다운 이에게 가는 길은

참으로 이길 밖에 딴길이 없다 한다.

 

   류시화의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