哲學이야기

사물의 본질에 관하여.

별관신사 2012. 11. 4. 03:04

 

대부분의 경우 본질은 어떤 사물의 불변하는 측명 혹은 그 사물을 다른
사물과 구별시켜주는 특성을 의미한다. 본질을 중시하는 본질주의자들은
사물에는 본질적인 측면이 있고 그렇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령 이런 관점에 따라 컵을 이해할 경우 액체를 담을 수 있는 특성이 컵의
본질적인 특성이라면 손잡이가 있는지의 여부는 비 본질적인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많은 철학자들이 강조해

온 본질이란 것은 사실 사후적으로 구성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책상의 본질이 무엇인가 라고 묻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자에 앉아서 책을 보거나 글을 쓰는 도구라고 이야기 할 것이다.

하지만 의자에 앉아서 책을 보거나 글을 쓴다는 점은 경험적으로 그렇게
해 보고 난 후 말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어린시절부터
책상에 앉아서 책을 보고 글을 쓰도록 교육 받았던 경험을 사후적으로

반성하면서 우리는 그것이 바로 책상의 본질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사후적 구성의 논리는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X가 현실적으로
Y를 한다. 그렇다면 X에게는 Y를 할 수 있는 본질이 미리 주어져 있다.

구체적으로 책상의 본질을 규정할 때 우리는 다음과 같은 추론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책상에서 나는 글을 읽거나 글을 쓴다. 그렇다면 책상은
인간이 책을 앍거나 글을 쓸 수 있도록 하는 본질을 미리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비트겐슈타인은 말한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그건 이러해. 하고 나는
되풀이해서 중얼거린다. 만일 내가 나의 시선을 이 사실에다 그져 아주 명확
하게 맞출 수 있다면 나는 틀림없이 사물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