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그만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같은 새파란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바퀴 휘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데 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처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가서
금방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김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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