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독스 이솝우화

심술

별관신사 2012. 10. 29. 17:05

이슬람의 왕 술탄의 궁전에 들어선 한 귀족 청년이 우연히 왕비들 중에서 가장 어리고 어여쁜
여인을 보게 되어 자기도 모르게 사랑에 빠졌다. 그는 계획을 세우고 또 세워서 마참내
어렵사리 그 왕비를 만날 기회를 얻었는데, 기쁨도 잠시, 침실을 호위하던 내시에게
발각되었다.

경비병들을 불러오시기 전에 잠깐만요. 이 젊은이는 내시에게 말했다. 이 반지가 마음에 드
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젊은이는 갖고 있던 커다란 루비 반지를 내놓았다.

난 내 직무에 충실할 따름이다. 내시가 우직하게 말했다.

젊은이는 이제 내시의 선한 성품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게 됐다. 대왕님은 필경 저를 팔팔
끓는 물에 처넣으실 겁니다. 젊은 놈이 그런 식으로 죽어야 하다니, 참 허무합니다. 제가 그런
식으로 죽고나면 그 일이 마음에 걸려 괴로워지실지도 모릅니다. 젊은이는 호소했다.

네 잘못인데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내시의 대답에는 아무런 감정도 묻어 있지 않았다.

자기 잘못을 최대한 줄여 보려는 심정에서 젊은이는 계속 매달렸다. 그 여자야 왕한테나
쓸모가 있지, 사실 당신한테야 아무 쓸모가 없지 않소? 왕한테도 아주 가끔씩만 필요하다는 건
당신이 더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그냥 놔 두면 그대로 버려질 몸을 좀 탐했다고 제가 정말 죽어야 하는 건가요?

이 말을 들은 내시는 불같이 화를 내면서 경비병들을 불렀다. 그리하여 그 젊은이는 왕 앞으로
끌려갔다. 자초지종을 다 들은 왕은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오, 내가 다시 한번
젊어져서 사랑하는 여인에게 목숨까지 바칠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어찌 마다하리! 용감했던 젊은 날의 기억에 마음이 누그러진 왕은
젊은이를 풀어주도록 했다.
그리고 선물로 그 아내를 주어 가장 아름답지만 가장 멀리 떨어진 자기 영토의 한 부분을
둘이서 함께 다스리게 했다.

하지만 그 내시는 왕의 지나치게 감상적인 관대한 처분에 화가 나서 침실 호위직을 박차고
나와 잡화를 파는 가게를 열었다. 도시의 여인들에게 향수도 팔고 연고도 팔고 화장품도
팔았다. 그리하여 그는 곧 왕만큼 큰 부자가 되었다.

교훈:사촌이 땅이라도 사야 위장병 고칠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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