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타자르 그라시안.

앙금이 가라앉기 전에 유종의 미를 잘 거두어라.

별관신사 2014. 4. 7. 05:41

유종의 미를 잘 장식할 줄 알아야 한다. 만류할 때 그윽하게 빠져 나와야
한다. 태양조차도 마지막 빛줄기를 발하며 구름 속에 숨어 버리면, 언제 또
구름 밖으로 모습을 나타낼까, 왜 빨리 나타나지 않는 것일까 하고 기대감을

한층 부추긴다. 사람들이 등을 돌리고 잊어버릴 때까지 꾸물거리지 말라.
그렇게 되면 상대방에게는 이미 죽은 사람과 매한가지이다. 앞을 내다볼 줄
아는 사람은 말의 성격이 까탈스럽다고 느끼면, 경기 도중에 떨어져 망신당하지

않으려고 그 말을 일찌감치 마굿간으로 되돌린다. 미녀도 아직 젊을 때 안경에
금을 내는 법이다. 늙어서 환멸감을 맛보고 이를 참지 못해 안경을 박살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눌러 앉아 뭉개지 않고 홀연히 떠나는 것이 현명한
사람의 신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