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아테네에 한 구두쇠가 있었는데, 그는 자기가 벌어들인 것은 모두 금으로 바꾸었다.그리고는 금을 모두 녹여서 덩이덩이로 만든 다음에 도둑들의 눈을 속이려고 금덩이들
겉에다가 돌색깔을 칠했다. 그는 이 돌덩이 아닌 금덩이를 금고에 넣어서 자기만 아는 비밀
장소에 파묻어 두었다. 그리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금고를 혼자 파 보고 자신이 이룩한 재물에웃음짓곤 했다.
황금을 사기만 하고 절대 쓰지 않는다는 구두쇠의 소문을 들은 한 도둑이 세밀한 관찰 끝에
보물이 숨겨진 곳을 알아냈다. 도둑은 금고를 파내서 품에 안고 얼씨구나 하며 도망을 쳤다.
자기가 비장해 둔 보물을 도둑맞은 것을 안 구두쇠는 입고 있던 옷을 마구 찢으며 울고불고
난리를 쳤다. 비탄, 고통, 회한이 가득찬 울음바다 바로 그것이었다. 그의 울음소리는 바람을타고 올림포스 산에까지 올라갔다. 그래서 제우스 신도 그 사나이의 비탄에 대해서 호기심을
느끼게 되었다. 제우스 신은 가축 장수로 변장해서 그 구두쇠 앞에 나타났다.
황금이 얼마나 있으면 부인과 아이들을 먹여살릴 수 있겠습니까? 제우스 신이 물었다.
도둑맞은 황금 대신에 그만한 다른 황금을 갖다 주려는 의도였다.
나는 아내도 없고 아이들도 없소이다. 난 결혼생활을 할 여유가 없어요. 그 구두쇠가
대답했다.
그럼 그 금을 당신 자신을 위해서 쓰셨소?
쓰다뇨. 오직 모아 두기만 했죠.
내 생각에 그 도둑을 잡거나 당신의 금덩이를 다시 찾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소.
제우스 신이 말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슬퍼할 필요는 없겠군요. 그냥 모아 두기만 할
요량이라면 돌멩이를 모아 놓아도 상관없지 않겠소? 또 돌멩이는 얼마든지 구할 수 있으니
말이오. 어디 한번 돌멩이들을 애지중지해 보시지 그러오. 설마 돌멩이들이 난 황금이 아니 다하고 말하겠소?
이 충고에 구두쇠는 별 멍청한 소리를 다 듣겠다며 욕지거리를 퍼부어 제우스 신을
쫓아내고는, 사라져 버린 자기의 보물에 다시 애통해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자기 금덩이
하나와 너무나 똑같은 돌멩이를 발견하게 되어 그것을 주워다가 자기 금고 속에 넣어 두었다.
그 후로 그는 금덩이와 닮은 돌멩이만 보이면 모아들여 수집품을 늘려 갔다.
황금 대신 돌멩이를 모아 놓고 혼자서 흐뭇해하던 구두쇠는 차차 광물학과 지질학, 기타 관련
학문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이윽고 그는 고생물학자가 되었다. 학문에 이렇게 사로잡히는 것
은가벼운 정도의 강박증이어서 먼젓번의 그런 광기보다 훨씬 사회적 질투심을 덜 불러일으켰다. 그는 수많은 이웃들한테서 호감을 샀으며, 소문을 듣고 소크라테스까지 화석과 수석에 대한그의 강의를 들으려고 찾아올 정도였다.
교훈: 상징은 돈을 주고 살 수 있지만, 지위는 노력해서 얻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