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話 이야기.

인간에게 쾌락을 선사한 디오니소스

별관신사 2012. 11. 12. 05:54

인간 여자들을 유혹하기 위해 제우스는 주저하지 않고 갖가지 다양 한
형태로 변신했는데, 때로는 백조로, 때로는 황소로 또 언젠가는 비로 변신
하기도 했다. 테베의 젊은 공주였던 세멜레를 유혹하려 했을 때, 처음에는

인간의 형태를 취했다. 하지만 세멜레가 저항했기 때문에 결국에는 자신의
진짜 정체를 말하고 말았다. 그제서야 세멜레는 제우스를 받아들였다. 그런
데 판도라의 후예들이 가진 어찌할 수 없는 호기심에 사로잡힌 그녀는 올

림포스의 지배자가 진짜로는 어떤 모습인지 몹시 궁금했다. 그래서 어느
날 밤 제우스에게 말했다.
"저를 기쁘게 해주겠다고 약속하세요."

경솔하게도 제우스는 그렇게 하겠노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세멜레는 부탁
의 말을 했다.
"제게 경이로운 신의 완전한 모습을 보여주세요."

제우스는 어떤 인간도 신의 모습을 견뎌낼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약속을 꼭 지킨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었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네가 원한 것이니 후회는 하지 말아라"

라고 슬프게 말하면서 제우스는 신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세멜레는 그 즉
시 횃불처럼 타버렸고 숨을 거두기 직전 제우스에게 겨우 이렇게 소리칠
수 있었다.

"내 뱃속에 있는 당신 아이를 구하세요!"
제우스는 성급히 세멜레의 배에서 몇 주일된 태아를 꺼내어,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자신의 엉덩이 속에 집어넣어버렸다. 몇 달 후, 별탈 없는 잉태 기

간 끝에 제우스의 엉덩이에서는 디오니소스가 빠져 나왔다. 디오니소스는
인간의 아들이었으므로 정상적으로 따지면 반신이거나 단순한 영웅에 불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자기 몸 속에 품고 있다가 낳은 아이였기에, 제우스는

그를 완전한 권리를 가진 신으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어른이 된 디오니소
스는 모계의 혈통 때문이었는지, 인간 종족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품었고
인간에게 남다른 도움을 주려고 했다. 이미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희망

을 줌으로써 정신과 육체의 고통을 좀더 잘 견뎌내게 했다. 인간이 설정할
수 있는 가장 야심적인 계획이란 것이 몇몇 염세적인 철학자들이 실재론과
더불어 주장하듯이, 결국은 고통의 완화에 있다고 한다면 프로메테우스의

도움은 상당한 것이다. 한데 디오니소스는 쇼펜하우어나 프로이트를 읽지
않았음에도, 고갈되지 않는 쾌락과 즐거움과 향연을 인간에게 제공함으로
써 프로메테우스보다 더 나은 일을 하고자 했다. 그는 인간에게 술을 주었

다. 그리고 포도재배 기술을 전파하고 술에 대한 예찬을 퍼뜨리는 일에 일
생을 바쳤다. 그는 목신들과 숲의 요정들 그리고 여사제관들을 앞세우고
이 나라 저 나라를 돌아다녔다. 동반자였던 2명의 신은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 중 하나는 술에 절어 불그레한 얼굴과 뚱뚱한 배를 가진 실레
노스였는데 그를 당나귀에 태워 가려면 2명의 보조자가 필요할 정도였다.
또 한 명의 신은 다른 목신들처럼 털투성이에다 머리에 뿔이 나고 산양의

발을 가진 판Pan이었다. 그는 줄곧 요정들의 뒤를 쫓아다녔는데 너무나 못
생긴 얼굴 때문에 요정들이 '겁에 질려' 도망치곤 했다. 판은 술을 마시면
서, 그리고 자신이 만들어 뺀 오관피리를 불면서 마음을 달랬다. 제우스는

종종 올림포스의 꼭대기에서 디오니소스가 이끄는 이 즐거운 행렬을 흐뭇
하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지켜보곤 했는데. 그럴 때면 자기 아들이 인간에
대해 느끼는 애정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