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어떤 부인이 성 빈센치오 신부를 찿아와 수심에 가득찬 얼굴로
말했다. 빈센치오님 자는 더이상 남편과 같이 살지 못하겠습니다. 그
사람의 신경질은 지나치다 싶은 정도로 정도를 넘어 섰어요 어떻게 하면
우리 가정이 다시 화목해 질 수 있겠습니까? 빈센차오는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우리 수도원 앞뜰에 작은 우물이 하나 있답니다.
수위에게 가서 그 우물물을 좀 얻어가십시요. 그리고 남편이 집에 돌아
오시면 그 물을 얼른 한모금 입에 머금으십시요. 삼켜서는 안됩니다.
그러면 놀라운 일이 일어날 것입니다. 부인은 신부의 말대로 수도원의
물을 얻어가지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밤 늧게서야 귀가한 남편은
또 다른 여느날 처럼 부인에게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전날 같았으면
부인도 마구 달려들었겠지만 그녀는 빈센차오의 가르침대로 성수를 얼른
입안 가득히 물었다. 그리고 물이 새지 않도록 입술을 꼭 깨물었다.
그러자 남편의 떠드는 소리가 점차 잠잠해 졌다. 그날 밤 이들 부부는
무사히 밤을 보낼 수 있었다. 그날부터 부인은 남편이 신경질을 부릴 때
마다 그 성수를 입안 가득히 물곤 했다. 그것을 여러차례 반복하는 동안
남편의 행동은 눈에 띄게 변했다.신경질도 줄어 들었고 오히려 부인에게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 부인은 남편의 달라진 태도에 무척이나 기뻐하며
빈센차오를 찿아가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그러나 빈센차오는 아주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으며 이렇게 말했다. 기적을 일으킨 것은 수도원
앞뜰의 우물물이 아닙니다. 바로 당신의 침묵이죠. 당신의 침묵이 남편을
부드럽게 한 것 뿐입니다.
마음 속에서도 침묵을 지켜라 말이 신체의 고통을 초래하는 것처럼
생각은 마음의 고통을 가져온다. 생각이 많으면 몸이 피로한 것 처럼
마음속의 말도 사람을 피로하게 한다. 진정한 침묵은 마음의 휴식이다.
그것은 수면이 신체에 휴식을 주고 기운을 회복시켜 주는것과 같다.
쇼펜하우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