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의 가장 흔한 표현중의 하나가 분노이다. 내 아내가 누이가 공격 당했을 때 나는 마땅히
분노한다고 말한다-내 나라가 공격받고 내 생각, 내 원리, 내 삶의 방식이 공격받으면 나는
당연히 화를 낸다. 내 버릇이나 보잘 것 없는 의견이 공격 받아도 나는 화를 낸다. 당신이
내 발등을 밟거나 나를 해롭게 하면 나는 화내며, 만일 당신이 내 아내와 더불어 도망가면
나는 질투하게 되는데, 그 질투가 정당한 것이라고 불리는 까닭은 그녀가 나의 소유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분노는 도덕적으로 정당화되어 있다. 그리고 내 나라를 위해서 죽이는
것도 정당화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가 폭력의 일부인 분노를 얘기할 때, 우리는 자신의 성향과
환경의 추세에 따라 정당한 분노와 정당하지 않은 분노로서 분노를 보는가 아니면 우리는
다만 분노를 보는가? 정당한 분노가 있기는 한가? 아니면 다만 분노가 있을 따름인가? 좋은
영향이나 나쁜 영향은 없고 오직 영향만이 있을 뿐인데, 그러나 나에게 맞지 않는 어떤 영향을
받았을 때 나는 그걸 나쁜 영향이라고 부른다.
당신이 당신의 가족을 보호하는 순간, 당신의 나라, 기라고 불리우는 색칠한 넝마 한 조각,
신념, 이념, 교조, 당신이 요구하거나 붙잡고 있는 어떤 것을 방어하는 순간, 바로 그 방어가
분노를 뜻한다. 그러니 당신은 어떤 해명이나 정당화 없이 분노를 볼 수 있으며, <나는 내
재산을 보호해야 돼>라든가 <내가 화낸 건 정당했어>라든가 <화내는 나는 얼마나
바보스러운가?> 따위의 말 없이 분노를 볼 수 있는가? 당신은 분노가 그것 자체로서 어떤
것인양 그걸 볼 수 있는가? 당신은 그걸 완전히 객관적으로, 즉 그걸 방어하지도 않고
비난하지도 않으면서 그걸 볼 수 있는가? 그럴 수 있는가? 내가 당신에 대해 적대감을 갖고
있거나 또는 내가 당신을 아주 놀라운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나는 당신을 볼 수
있을까? 나는 위와 같은 것들이 들어 있지 않은 어떤 관심을 갖고 당신을 볼 때에만 나는
당신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나는 그와 같은 방식으로 분노를 볼 수 있는가-즉 그 문제에
대해 완전히 열려 있고 그것에 저항하지 않으며, 그것에 대해 아무 대응도 하지 않은 채 그
별난 현상을 관찰할 수 있을까?
분노란 나의 일부이기 때문에 그걸 냉정하게 보기는 아주 어렵지만, 그러나 그것이 지금
내가 하고자 하는 바이다. 내 피부가 검든 누렇든 희든 자줏빛이든지간에, 한 폭력적 인간인
내가 여기 있다. 나는 이 폭력이 타고 난 것인지 아니면 사회가 내 속에 심어준 것인지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내 관심의 전부는 다름 아니라 도대체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느냐는 것이다.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와지는 것 이상 나에게 중요한 건 없다. 이것은 나에게
있어서 섹스, 음식, 지위보다 더 중요한데, 왜냐하면 이건 나를 타락시키기 때문이다.
폭력은 나를 파괴하고 세계를 파괴하며, 그리고 나는 그걸 이해하고 싶고 그걸 넘어서고 싶다.
나는 이 세상의 모든 분노와 폭력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느낀다. 나는 책임을 느끼며-이 말은
그냥 해보는 말이 아니다-그래서 혼자 말한다, <내가 스스로 분노를 넘어서고, 폭력을
넘어서고, 국적만 넘어설 수 있다면 뭔가 할 수 있을 텐데.> 그리고 나 자신 속에서 폭력을
이해해야 된다는 나의 느낌은 그러기 위한 엄청난 생명력과 정열을 가져온다.
그러나 폭력을 넘어서기 위해서 나는 그걸 억압할 수 없고, 그걸 거부할 수 없으며, <그래,
그건 나의 일부야, 그러니 어쩌겠는가>라든가 <나는 그걸 원치 않아>라고 말할 수 없다. 나는
그걸 보아야 하고, 그걸 연구해야 하고, 그것과 아주 친해져야 하며, 그리고 내가 그걸
비난하거나 정당화한다면 나는 그것과 친해질 수 없다.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우리는 그걸
비난한다-우리는 그걸 정당화한다. 따라서 나는 얼마동안 그걸 비난하거나 정당화하는 일을
중지하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크리슈나무르티.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심 문제로 돌아가 보자 (0) | 2014.11.17 |
---|---|
만일 당신이 폭력의 중지를 원하고 (0) | 2014.11.14 |
이 폭력의 문제는 저기 있는가 (0) | 2014.11.12 |
우리 속에 있는 모든 형태의 폭력이 완전히 없어질 수 있는지 (0) | 2014.11.11 |
공포, 쾌락, 슬픔, 생각 및 폭력은 서로 연관되어 있다 (0) | 2014.1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