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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경의 「달이 걸어오는 길」을 배달하며

별관신사 2014. 1. 1. 05:10

통증이 와서 아스피린 대신 달을 삼키셨군요. 전구보다 뜨겁고 밝은 그 달을 꿀꺽 삼키셨군요. 메밀꽃밭보다 흰빛인 그 달을 우리는 훨씬 이전부터 삼켜왔는지도 몰라요. 할머니들도 어머니들도 달의 빛을 복용하셨지요. 나는 달을 삼키는 나의 할머니와 어머니의 그 기도 소리를 들었었지요.

그러나 통증이 다 사라지는 것을 소원하지는 말아요. 아스피린을 한 번 먹었다고해서 다시 통증이 찾아오지 않으란 법은 없듯이. 통증은 우리를 먹여 살리는 모유 같은 것. 젖몸살을 앓으면서도 아이의 입에 젖을 물리는 순간 가슴이 환해지는 어머니를 보아요. 그 통증의 모성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