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내적 투쟁>이란, 흔히 인간의 의지가 그것과 대립하는 신의 의지를
확실히 알면서도 그냥 거역하는 싸움에 불과할 뿐 아무것도 아니다. 이 경우,
우리는 신의 의지를 굽혀서 자기 계획에 동의시키려고 생각하는 것이다.
출항
드디어 실행했다. 이 세상을 두고!
이 속세의 술잔은 산산조각이 났다.
언덕을 떠난 작은 배의 속으로부터
멀리 물가가 희미한 빛 속에 보인다.
강도 없이 물 마루에 어렴풋이 싸여,
이제부터는 오직 희망만이 재산이다.
내 자리는 너희들이 차지하려무나.
너희들에겐 이 세상이, 내겐 천국이 열리리라.
오랫동안 계획하고, 많이 불안할 때에
숙고한 것을, 드디어 감행했다.
내 순례의 발이 영원의 조국을 발견할 때까지
이젠 결코 육지는 밟지 않으리라.
이 이후의 월계수 가지는 나를 위해
꽃 피우지 않고,
떡갈나무의 관이 내 이마를 장식하는 일은 없으리라.
이 세상의 지나가는 노력은 모두가 허무하다.
내가 구하는 것은 오직 영원의 관뿐.
이 높고 높은 목표는 꿈은 아닐까.
저기 가로놓인 긴 안개는 해안일까.
만일 그렇더라도 나는 고상한 놀이를 하고 있음이 아닌가.
이 거친 바다 속에서 갈 곳이 발견될 것인가.
어두운 나그네길 뒤에 성도를 발견할 수 있을까.
아무리 쓴 고난의 길일지라도 나는 나아갈 것이다.
그럼 안녕! 나를 낳은 육지여.
괴로움은 짧고, 기쁨은 영원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