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슬픈 20대
1980년대.... 학생운동이 절정에 달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당시의 상황을 잘 모른다. 당시의 대학 진학율은 고작 20%였으니까. 당시의 대학생들은 잔디밭에 둘러앉아 책이나 읽고 저녁이면 막걸리에 취해도, 때로는 날이면 날마다 전경들과 화염병과 최루탄을 주고 받으며 데모에 시달려도 시대에 저항하여 민주화를 쟁취했다는 거만한 자부심까지 누릴 수 있었다. 사회 참여에는 적극적이었지만 학점 같은 건 아예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래도 내노라 하는 대기업에 이력서만 내면 취업이 보장되었으니 지금의 20대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울 것이다.
1970년대의 대학생들은 행복했다. 일단 대학진학율이 낮았으니 대학생이라면 그 시대 최고의 지성이었고 선망의 대상이었으니 살 맛이 났다. 그러나 내실은 엉망이었다. 학교는 수시로 휴교령이 내려 진득히 공부에 전념할 수도 없었다. 때때로 학점은 교수와의 인간관계에 의해서 그냥 주어지기도 했다. 장발 단속에 걸려 경찰의 바리깡으로 머리에 고속도로가 개통되어도 젊은 무명가수의 통기타 노래를 들으며 낭만을 즐겼다. 그래도 졸업만 하면 살 길이 트였다. 산업화가 한참 성공가도를 달릴 때라 일자리 걱정은 할 필요조차 없었다.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던 80%도 마찬가지였다. 상고만 나와도 줄줄이 은행에 취업이 되었고, 공고를 나오면 산업역군으로 한강의 기적이라 일컫는 산업화의 주역이 되었다. 지금의 50대 은행 지점장들 중 많은 분들이 당시 상고를 졸업하고 은행에 다니면서 야간대학을 나온 사람들이다. 이런 취업 천국은 80년대까지 지속되었다.
헬리콥터 맘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줄여서 헬리맘(HELI-MOM)이다. 헬리맘은 자녀를 헬기로 실어 나르듯이 아주 어린 유년 시절부터 학교를 마치면 학원으로, 학원을 마치면 또 다른 학원으로, 학교생활과 교사간의 일일이 간섭, 수능점수, 논술간섭, 대학진학학과 선택, 취업과 결혼까지 일일이 챙겨야 직성이 풀린다.
헬리 맘? 1960년대의 대학생들이 보면 졸도할 일이다. 당시의 대학생은 시대의 최고지성이었고 사회를 변혁시키는 시대의 주역이었다.
4.19 때는 중/고생들도 나섰다. 어린 것들이 뭘 아느냐고? 틀렸다. 당시의 중/고생은 지금으로 치면 대학생 이상의 어른 대접을 받았다. 당시 18세면 드물지만 장가를 들어 아이도 낳던 시절이었다. 게다가 고등학생이면 시골에서는 지성인 대접을 받았다. 지금의 20대는 어떤가.
지금의 대학생들은 슬프다. 대학 진학률이 무려 84%에 이르니 희소성은 고사하고 발에 채일까 걱정이고, 70학번이나 80학번보다 10배, 100배 더 열심히 공부해도 미래는 암울하다. 무엇보다도 가정이나 사회에서 주어진 역활이 없다는 것은 견디기 힘든 일이다. 학생운동은 민주화의 완성으로 길을 잃었고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운동권은 사실상 종북주의 운동으로 전락하여 자긍심을 느낄 계기는 상실되었고, 선배 세대 때는 골라서 가던 취업의 문은 좁아져 다수의 20대는 88만원 세대로 전락하고 있다.
물론 문이 아주 닫힌 것은 아니다. 공무원 시험도 있고, 잘 나가는 대기업, 중견/중소기업 취업의 기회도 있다. 그러나 경쟁이 너무 심하다. 취업에 실패한 대학생들의 수준이 옛날의 SKY 졸업생 수준을 능가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옛날 SKY 졸업생들 중 누가 비싼 돈 들여 외국 대학에서 교환학생이나 어학연수를 다녀오는 등의 취업 준비를 했으며, 누가 해외 봉사활동을 다녀 올 정도의 스팩을 쌓았던가. 단군 이래 최고의 실력과 스팩을 자랑하지만 그나마도 일반화되어 차별성을 나타내기도 힘들다.
취업이 안되면 장사라도 하면 되겠지만 자영업은 어디 쉬운가? 진입장벽은 높고 그나마 있던 자영업자들도 속속 문을 닫는 판인데 어디가서 무얼 하라는 말인가. 재벌이 골목 빵집의 영역까지 침범하려다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고 물러나긴 했지만 예전의 구멍가게는 편의점 체제로 급속히 전환되었고 대형 할인점이 재래시장 상인들의 이권을 가로챈 것은 10년 이상의 역사가 되어버렸다. 남은 것은 편의점 알바를 비롯한 시간급 일당제 뿐이지만 입에 풀칠하고 나면 남는 게 없다. 그래서 비정규직이라도 들어가 보지만 평생 직장은 고사하고 고작 1년도 되지않아 잘리는게 현실이다.
낭만? 연애? 결혼? .... 한 번 낙오하면 언감생심 결혼은 물 건너 간다. 일단 혼기를 놓치면 4050이 되도록 결혼의 기회는 오지 않을 것이다. 70학번이나 80학번의 결혼 적령기는 20대 중, 후반이었지만 지금의 결혼 적령기는 반듯한 직장과 돈이 마련될 때다. 그러다보니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져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4060세대의 부모님들의 평균수명은 7090 정도에 그칠 것이다. 그러나 현재 20대들의 부모인 4060세대 당사자들의 기대수명은 평균 100세를 훌쩍 넘길 것으로 내다본다. 4060세대의 많은 사람들은 평균수명이 상대적으로 짧은 부모에게 물려받을 땅이나 하꼬방같은 집이라도 있었다. 웬만한 시골이라도 전국에 도로가 뚫리면서 땅값이 올라 부모에게 물려받은 밭뙤기라도 처분하면 그런대로 유산이 되었다.
그러나 현재의 20대는 이런 염치없는 희망도 가질 수 없다. 지금 20대의 부모인 4060 세대는 현재 가지고 있는 재산으로 나머지 최소 40~60년 이상의 인생을 더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부동산에 잔뜩 끼어있던 거품도 사라졌다. 그 거품은 앞으로 얼마나 더 꺼질지 아무도 모른다. 부동산 투기 시절에 현찰로 목돈을 쥔 일부의 경우야 다르겠지만 그나마 집 한 채 가지고 있는 부모는 하우스 푸어로 전락하고 있는 판인데 무엇을 기대하랴. 부모의 유산을 기대할 수 있는, 부의 대물림이 가능한 소수의 20대는 로또를 맞은 것보다 더 행복하다. 그런 행복한 친구를 바라보는 나머지 다수의 20대는 상대적으로 더한 박탈감을 느낀다.
이러다보니 20대의 독립은 고사하고 30대가 넘어서도 부모에게 얹혀사는 캥거루족이 늘고있다. 억지독립을 시작한 경우 그 결과는 비참하다. 극단적인 예지만 1평도 안 되는 고시원 쪽방에서 웅크리고 살다가 장발장이 되거나 신장을 떼어 팔거나 급기야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젊은 시대의 경제적 독립이 지체되면 그 부담은 이제 경제능력을 상실하고 기나긴 노후를 대비해야 할 부모세대로 옮겨간다.부모에게서 독립하기 싫은게 아니라 독립할 수 없다면 이게 어찌 20대의 고민으로 끝날 일인가.
이런 20대를 두고 386세대를 포함한 기성 세대들은 대책을 세워주지 않는다. 그나마 얼마 안 되는 일자리를 두고 세대 간의 경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평균수명이 대폭 늘어난 일자리의 기득권들은 오히려 정년을 연장할 기미를 보이며 20대를 절망으로 몰고 간다.
이런 판에 2012 대선이 열렸다. 대선이 끝나자 그 결과를 두고 보수논객과 진보논객들의 토론이 다시 불붙었다. 산업화 세대니, 민주화 세대니 하는 세대간의 불화가 다시 등장했다. 지금의 20대는 산업화 세력도, 민주화 세력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20대는 알고 있다. 현재 그들에게 주어진 역활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창발사회創發社會라는 새로운 흐름 속에서 젊은 20대에게 주어지는 역활이 없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젊은이들의 혁신적인 생각과 도전의욕이 절실한 시대에 모두가 경직되어 있고 관료화되어가고 있다는 것은 더욱 절망적이다. 이미 우리 사회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킬 창발사회創發社會가 다가오고 있는 마당에 무슨 놈의 산업화 세력이, 민주화 세력이 재론되어야 한다는 말인가.
이른바 여론주도층이라는 사람들이 창발사회創發社會라는 새로운 흐름에 대해 이해하지 못 하고 있는 것이다. 재벌도 관료화 되어가고 중소기업도 관료화 되어가고 386세대들은 더욱 더 관료화 되어가고 있다. 이런 마당에 누가 20대의 저 절실한 소외감을 대변해 줄 것인가. 집안에서라면 마땅히 그 나이의 어머니나 아버지가 해야 할 일을 우리 사회는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외면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몰인정하고 차갑게 변한 것은 김영삼 대통령의 허세와 김대중 대통령의 성급함에 그 원인이 있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의 국민적 허세는 IMF 사태를 불렀고, 김대중 대통령은 IMF 사태를 해결한다는 명분으로 그들(IMF)이 제시하는 경직된 신자유주의에 너무 쉽게 그리고 금도를 넘어 지나치게 굴복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과 은행의 주식의 절반 이상을 외국 투자가들에게 내다 팔았고, 외국 자본들에게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해 준다는 구실로 비정규직이라는 괴물을 불러들였다. 그 결과 노동시장에서 한국적인 인간미는 실종되었고 그 피해는 매년 노동시장에 신규진입하는 지금의 20대에게 그대로 상속되었다.
그 판에 DJ는 이제 갓 20대에 진입한 신세대에게 신용카드라는 거품을 주입하여 새싹 세대를 빚더미에 올려버렸다. 신용카드의 거품이 꺼질 때는 저승사자같은 불법 사채업자들이 따라 붙었고, 심약한 남자들은 신체포기 각서를 쓰고 간이나 콩팥을 떼어내야 했고 이제 갓 소녀티를 벗은 새내기 20대 여성들은 몸을 팔아야 했다. DJ 정부 시절의 슬픈 20대들은 사회생활을 시작하기도 전에 신용불량자라는 낙인이 찍혀버렸다. 마지막으로 불법다단계업자들이 20대 낙오자들의 피를 빨았다.
DJ가 들여온 비정규직 문제는 노무현 정부 들어 더욱 심화되어 노동시장에 신규투입되는 20대의 허리를 졸랐고, 대기업 자본이 체면 가리지 않고 모든 영역을 침범하면서 자영업이 무너졌다. 노무현 정부 들어 우리 경제의 허리를 받치던 중산층이 무너진 것이다.
예전 같았으면 중산층의 자녀였어야 할 당시의 20대는 저소득층 자녀가 되어버렸다. 이 판에 노무현 대통령은 대학도 산업이라면서 자율화하여 대학 등록금까지 가파르게 올려버렸다. 대통령들이 앞장서서 가장 만만한 20대를 쥐어 짠 것이다. 우리나라 좌파 대통령들은 그들의 지지기반을 배신하면서 친북/종북주의에만 매달린 셈이다.
'경제'라는 단어 하나로 대통령이 된 MB는 4대강 사업에만 매달리면서 대기업 수출 위주의 고환율 정책을 추진했다. 통화량은 급속하게 늘어났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유동성이 과잉공급되었고 서민물가는 치솟았다.
물가상승에 따른 경기침체는 가뜩이나 '고용없는 성장'의 시대를 맞아 갈팡질팡하던 20대를 덮쳤다. 소득보다 물가가 더 올라 실질소득은 오히려 줄어드는 빈민화 현상도 나타났다. 부익부빈익빈은 심화되었고 양극화는 서로 너무 먼 극을 향하여 달렸다.
수출 대기업에는 현금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쌓여가는데 서민의 주머니는 말라붙었고, 미래예측 가능성이 줄어들자 대기업의 신규투자는 줄어들었다. 당연히 고용시장은 더욱 위축되었다. 사람을 쓰더라도 웬만하면 (차별이 더욱 심화된) 비정규직을 데려다 쓰는 것으로 고용문화는 심각하게 변질되었다. 극과 극이 너무 멀어지다보니 자연스럽게 계층간, 세대간의 반목도 심화되었다.
지난 15년 동안 우리 사회에, 그리고 전 지구적으로 뭔가 새로운 창발創發의 기운이 꿈틀거리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이 새로운 무브먼트를 감지하거나 주목하지 못했고 선제적으로 반응하지 못했다.
이런 환경에서 정권이 바뀌었다. 박근혜는 의욕적이면서도 침착하다는 점에서 전직 대통령들과 구분된다. 신뢰(믿음)의 정치를 모토로 내건 새로운 5년의 청사진은 그래서 다른 대통령들이 제시한 청사진들보다 미래예측가능성 부분에서 신뢰도가 높다.
행정도시인 세종시로 부처를 이전하기로 공약까지 했으면서 말 한 마디로 뒤집어 엎어버리려는 MB 치하에서 누가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었겠으며, 이미 세종시에 잔뜩 투자해 놓은 자본들은 미래예측가능성이 희박한 정부를 만나 돈 다 날렸다고 저주하는 것 외에 무슨 대책이 있었겠는가. 이렇게 미래예측가능성은 경제에 있어서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새정부가 미래예측가능성이 높다는 것 그 하나만으로도 경제학적인 측면에서 볼 때 발전적이다.
영국의 식민지에서 독립한 아일랜드. 아! 목동아... 라는 노래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목동의 나라. 낙태수술을 받은 여성에게 징역 35년형을 때리고, 낙태수술을 해준 의사는 벌금만 내고 집행유예로 풀어주던 보수적인 나라. 인플레이션 20%, 살인적인 물가, 실업율 17%, 국고의 130%를 넘어선 국가부채....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살기 힘들어 국민들이 외국으로 떠나던 나라....
1990년. 이런 수구꼴통같은 나라에 메리 로빈슨이라는 여성 대통령이 등장했다. 그녀가 가진 무기는 단순했다. 정직과 신뢰....가 그녀가 가진 것의 전부였다. 집권 후반기, 그녀의 지지율은 93%에 달했다. 정직하다는 것. 이것이 얼마나 큰 무기인가.
아일랜드가 일어설 때, 메리 로빈슨이 내민 것은 신뢰였다. 그것이 전부였다. - 약속을 지키겠습니다. - 이 말은 미래예측 가능성이 100%라는 이야기로 들렸다. 미래예측가능성 100%짜리 대통령이 탄생하자 아일랜드의 경제 역사가 바뀌었다. 국내/국외의 자본들이 아일랜드를 믿고 투자를 시작한 것이다. 그녀의 재임기간 7년동안 아일랜드는 확 변했다. 경제성장율 90%, 국민소득 3만불, 유럽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로.
이제 한국경제의 미래 예측은 쉬워졌다. 예측 가능한 정권이 새로 출범했기 때문이다. 친박이든 반박이든, 여든 야든, 적어도 그동안의 박근혜가 헛소리는 하지 않았다는 점에는 누구나 공감한다. 박근혜는 '약속과 신뢰(믿음)의 정치'를 키워드로 성공한 정치인이기 때문에 약속과 신뢰라는 단어에 스스로의 발목이 잡혀 있다. 바로 이점에서 박근혜의 경제 공약은 그 성공가능성 여부를 떠나 가장 확실한 미래 예측가능성 지표이고, 그로 인한 사회의 변화 역시 미래 예측가능성과 적중율이 아주 높을 것이다.
우리는 현 시대의 전후前後를 고찰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질서'를 예감했다. 물론 복잡계 이론에서 설명하는 창발創發이라는 단어에 현재 또는 가까운 미래의 사회社會를 붙이기에는 다소 시비의 여지가 있겠지만,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질서가 창발될 가까운 미래 사회를 우리는 창발사회創發社會라 부르기로 하였다. 이 새로운 질서의 창발사회創發社會는 2030 세대의 참여를 필수로 한다는 점에서 그 이전의 사회와 뚜렷이 구분될 수 있을 것이다.
(2편에 계속)
2013.01.04
대한민국 박사모
회장 정광용
(박근혜의 5년은 무조건 성공해야 합니다. 앞으로의 5년마저 실패하면 대한민국은 부국에서 빈국으로 전락한 아르헨티나의 길을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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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복잡계와 창발
1. 복잡계 (Complex System) 창발創發은 원래 복잡계複雜系이론에 등장하는 단어다. 복잡계 이론은 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 자연과학과 수학, 사회과학 등에서 연구되고 있는데, 이 이론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이 세상의 모든 질서가 몇 개의 이론만으로 설명될수 없는 불가사의한 복잡성으로 얽혀 있다는 이론으로 '1+1=2' 라는 기계적인 과학론은 적용되지 않는다. 예컨데 개미 한 마리의 지능과 에너지 등 모든 능력을 '1'이라고 가정할 때, '1+1+1+1+1=5'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수많은 개미들이 모여 서로 협동하면서 엄청난 효율을 가진 개미집을 짓는 것을 보면 '1+1+1+1+1=5'가 아니라 50 이나 500 또는 그 이상의 능력을 발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기계적인 수학 역시 복잡계에서는 무의미하다고 본다. 즉 어떤 사회는 다양한 여러 구성요소로 이루어지고, 각 요소는 끊임없이 다른 요소와 상호작용을 하는데 이런 체계를 복잡계라고 하는 것이다. 사실 이렇게 따지면 이 세상은 모든 것은 수많은 복잡계로 이루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복잡계는 1984년 미국 샌타페이 연구소가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는데, 미국의 대기과학자 에드워드 로렌즈의 나비효과가 전형적인 복잡계 현상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 바닷가를 거니는 이름 없는 청년의 단순한 행동 하나가 대한민국을 뒤흔들 무브먼트로 나타날 수도 있다. (사실 그렇지 않나?) 복잡계는 ●선형이 아닌 비선형적 수학해석 ●절대작용이 아닌 상호작용 ●연속성이 아닌 불연속성 ●환원이 아닌 종합 등을 기본 '법칙'으로 삼는데, 복잡계 연구를 위한 구체적인 수단으로 등장한 것이 최근 유행하는 카오스(혼돈), 프랙탈(형상), 퍼지(법석), 카타스트로피(파국) 이론 등이다.
2. 창발創發 창발(創發)은 하위 계층(구성 요소)에는 없는 특성이나 행동이 상위 계층(전체 구조)에서 자발적으로 돌연히 출현하는 현상이다. 또한 불시에 솟아나는 특성을 창발성 Emergent Property 또는 이머전스 Emergence 라고도 부른다. 자기조직화 현상, 복잡계 과학과 관련이 깊다.(네이버 위키백과) 아프리카 초원에 사는 흰개미를 한 마리 잡아 관찰하면 흰개미 한 마리의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보잘 것 없는 흰개미 한 마리가 떼를 이루면서 각자의 역할을 만들어 내고 자기조직화를 거치면서 흰개미 사회는 무려 4미터에 이르는 탑을 쌓는다. 이 탑에는 수 많은 방이 있는데, 온도를 조절하는 정교한 냉난방 장치가 있으며, 애벌레에게 먹일 버섯을 기르는 방까지 갖추고 있다. 이런 현상은 구성요소인 흰개미 한 마리를 갖고서는 설명할 수 없다. 이처럼 구성요소나 하위조직에서는 없는 특성이 전체구조(상위개념)인 흰개미집단에서는 출현하는데, 이는 개개의 흰개미들이 서로 페르몬을 교환하면서 역할을 정하고 자기조직화를 하면서 출현한 거시적 능력이다. 흰개미 개개의 개체가 지닌 능력의 합보다 훨씬 더 크거나 전혀 다른 무엇이 나타나는 특성, 이런 특성을 창발성이라 한다.
3. 최근 우리 사회에서 관찰되는 재미있는 창발현상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붉은 악마 신드롬도 창발의 예시로 생각할 수 있다. 광화문에 모인 다양한 사람들 개개인을 놓고 보면 평소에는 붉은색 티셔츠를 입는 것조차 꺼려했던 사람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이는 월드컵의 열기가 가라앉은 지금, 서울 시내에서 새빨간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다는 사실에서 쉽게 확인된다. 그러나 당시에는 연이은 한국 대표팀의 승리와 서포터들의 길거리 응원 모습이 언론매체를 통해 확산되면서 경기장 스탠드가 온통 붉은색 바다가 되어버리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났다. 이처럼 한국전쟁 이후 오랫동안 이어져온 붉은색에 대한 이념적 편견까지 극복할 정도의 새로운 질서의 출현이 창발이다. 결국 경기장과 길거리를 가득 메운 응원 인파는 하나의 복잡계였다고 볼 수 있다.(위키백과)
미네르바 미네르바는 전문대졸의 학력으로 박사급으로 구성된 가방끈 긴 경제학의 기득권을 완전히 물먹였다. 당시의 기득권은 패닉상태에 빠져 그를 구속까지 시켰다. 그는 풀려나면서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싸이 싸이 역시 그렇다. 춤과 노래를 만드는 것 까지는 의도된 창작행위, 즉 의도된 창조행위였다. (창조와 창발은 다른 개념이다.) 그러나 그 다음부터는 의도와는 다르게 진행되었다. 사실 유튜브는 동영상 과잉 상태다. 1분에 무려 80시간 분량의 동영상이 올라온다. 지금 이 시간에 누가 무슨 동영상을 올리는지 내가 좋아하는 동영상이 어디 있는지 도저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유튜브는 복잡계가 아니라 거의 혼돈상태인 셈이다. ('복잡'과 '혼돈'은 다른 개념이다. 복잡계 내부에는 어떤 '질서'가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의도되지 않은' 조직화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2700만이 넘는 팔로워를 가진 저스틴 비버라든가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이 싸이의 뮤직비디오를 소개하고 언론이 이런 유명인들의 반응에 또 다시 주목함으로써 서로 '되먹임'현상이 나타났고, 여기에 자발적인 따라하기나 흉내내기 등의 기대하지 않은 현상이 일어나면서 플래시 몹 행사를 갖는 등 네티즌들의 자기조직화가 일어난 것이다.
구글 2012 대선 결과를 가장 근접하게 알아맞힌 곳은 여론조사기관이나 전문가도 아니고 예언가도 아닌 인터넷 검색 사이트 구글(google)이었다. ‘朴-52.5 vs 文-47.5’ .... 가장 정확하다는 방송 3사 출구조사인 박 50.1%, 문 48.9%보다 더 정확했다. 구글트렌드의 이 같은 분석은 2008년과 올해 치러진 미국 대선 결과와도 일치했고,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도 맞혔다. (미국 대선 투표일 직전 구글에서 ‘버락 오바마’와 ‘밋 롬니’로 검색된 웹페이지 수가 각각 13억5000만 건(51.1%), 12억9000만 건(48.8%)으로 실제 개표 결과인 50% vs 48%에 근접했다.) ‘빅데이터’ 및 복잡계(Complex Network) 전문가들은 구글트렌드가 당선을 예측한 이 같은 결과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고 말한다. 정한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소프트웨어연구실장은 “한국 국민 상당수가 인터넷을 할 줄 알기 때문에 검색량을 분석하는 구글 빅데이터 분석은 대중의 관심도를 유의미하게 볼 수 있게 해 준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2012.12.21)
인터넷은 혼돈스러운 것 같으면서도 어떤 질서를 찾아 자기조직화가 이루어지는 복잡계다. 이런 미시적이고 개별적인 현상들에 '새로운 질서'까지 나타났느냐....에는 주석에서 답변하기는 곤란하지만 이와 비슷하게, 재미있게 관찰되는 사회적 현상은 하나 둘이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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