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독스 이솝우화

귀여운 도벽광과 정신분석가

별관신사 2013. 6. 17. 18:41

한 젊은 여자가 충동적으로 남의 물건을 슬쩍하는 도벽 증세를 갖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런
강박적 충동이 정신적인 만족감을 가져다 주었다. 그것은 많은 값진 액세서리들을 그렇게
훔쳐서 얻을 수 있는 데다가, 또 그것들을 돈주고 살 만한 처지도 아니었기 때문이어서 더욱
그랬다. 그러다가, 항상 간신히 빠져나오긴 했지만, 몇 번씩이나 체포될 뻔한 위기를 겪고 나니

그녀는 자기 자신의 억제할 수 없는 충동에 스스로 겁을 집어먹게 되었다. 그래서 어떤
정신분석가를 찾아가게 되었는데, 마침 그 의사는 젊고 경험이 없는 신참이었다.

환자가 젊고 어여쁜 여인인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모처럼 일거리를 만나 잘 해내고
싶다는 열망 때문에, 의사는 그녀의 치유 가능성에 무척 열을 냈다. 클렙토마니아, 즉 병적

도벽은 비교적 간단한 강박 증세죠. 그건 성적인 에너지를 정상적인 방법으로 발산하는 것을
뭔가가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인데, 우리가 그 방해 요소를 알아내기만 하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당신의 행동을 가볍게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저는 한 차례
진료할 때마다 35달러씩을 받고 있습니다.


이 젊은 여자는 당장부터 그에게 치료를 받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자기 형편이 허락치
않아서 그런 어마어마한 치료비는 물 수 없다는 말을 해야 했다. 이에 대해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 아가씨, 치료받기 싫다는 아가씨의 반발 심리가 지금 치료비에 대한 반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가씨의 경우는 바로 이래서 더욱 심각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이윽고 이
아리따운 환자는 치료와 치료비 모두에 동의했다.


아주 여러 차례에 걸쳐, 그녀가 꾸는 꿈, 유년기의 기억, 억압된 성적이 욕망 등에 대한
토론으로 계속된 유쾌한 치료상담을 한 끝에, 그녀의 증세는 사라졌다. 자기가 시행한 요법의
성공적인 결과에 아주 기뻐하며 의사는 그녀에게 치료가 끝났음을 알리고, 치료비를 받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전에는 제가 치료비를 낼 수 있었어요. 그땐 훔친
물건들이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저를 치료하시면서 선생님은 치료비가 나올 돈줄까지 말려
버리셨잖아요? 혹시 다른 방법으로 갚아 드릴 순 없을까요?


교훈: 사람의 성격이란 그야말로 종잡을 수 없는 증상을 가진 불치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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