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그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승무(僧舞) 조지훈
얇은 사(絲)하이얀 꼬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깍은머리 박사(薄絲)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빰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시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속 거룩한 합장인양 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는 삼경인데 얇은사 아이얀 꼬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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