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國의 詩.

나그네 <박목월>

별관신사 2012. 11. 6. 07:42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그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승무(僧舞) 조지훈


얇은 사(絲)하이얀 꼬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깍은머리

박사(薄絲)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빰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시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속 거룩한 합장인양 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는 삼경인데

얇은사 아이얀 꼬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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