世界의 名詩.

눈속의 나그네. 헷세

별관신사 2013. 11. 29. 04:50

 

한밤 자정에 시계소리 산골을 울리고
달은 헐벗고 하늘을 헤메고 있다.

길가에 그리고 눈과 달빛속에
나는 홀로 내 그림자와 걸어간다

얼마나 많은 푸른 봄길을 나는 걸었으며
또 타오르는 여름날의 해를 나는 보았던가!

내 발길을 지쳤고 내 머리는 회색이 되었나니
아무도 예전의 내 모습을 알지 못한다

지쳐서 가냘픈 내 그림자 걸음을 멈추나니
언젠가는 나그네로 끝이 나리라

세상 화려한 곳으로 나를 이끌던 꿈도 사라지나니
꿈이 나를 속인것을 이제 나는 알겠다

시계소리 산골에서 자정을 울리고
오 달은 저 하늘에서 차갑게 웃고 있다

흰 눈은 내 이마와 가슴을 차갑게 안아 준다.
죽음은 내가 알던 것 보다는 무척 깨끗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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