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독스 이솝우화

사자와 생쥐

별관신사 2013. 5. 20. 04:12

종족 특유의 자기중심적 성향을 가진 사자 한 마리가 사냥꾼들한테 잡혀서 굵은 밧줄에 꽁꽁
묶였다. 성난 사자의 포효를 듣고서 생쥐 한 마리가 쪼르르 달려왔다.


남을 도울 수 있다는 뿌듯함에 커다란 자부심을 느낀 생쥐는 자기의 왜소한 몸집도 잠시 잊고
동정심을 한껏 담은 목소리로 물었다.
어디 상한 데는 없니?뭐 좀 도움이 될 일이라도...?


가, 임마! 딴 데 가서 물어봐! 사자가 으르렁거렸다. 제길, 가뜩이나 골치아파 죽겠는데
나무조각이나 갉작대는 쬐끄만 녀석까지 나타나 이러니 저러니 하고 있어!

문제가 뭔데? 사자의 무례함에 조금도 언짢아하지 않고 생쥐는 끈덕지게 물었다. 난 남들을
돕는 게 즐거워서 그래.

그냥 바보인 줄만 알았는데 이제 보니까 눈까지 멀었군나, 넌.
사자가 성이 나 씨근거렸다. 자, 봐. 지금 난 여기 이렇게 꼼짝없이 묵여서 동물원에 끌려갈
때만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야. 거기 가서 난 여생을 울안에 갇힌 몸으로 보내게 될 거라구.
임마, 나같ㅌ은 천하장사도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는데, 너같은 녀석이 날 도와준다니 내가
얼마나 가소롭겠니?


아, 그정도라면야. 생쥐가 따뜻한 말투로 말했다. 그 정도라면 걱정말라구. 내가 금방 그
밧줄을 쏠아서 끊어 줄테니 두고 봐.

앞니까지 두세 개나 상해 가면서 한참을 고생한 끝에 생쥐는 마침내 튼튼한 밧줄 하나를 다
쏠아 끊는 데 성공했다. 그리하여 사자는 남아 있는 밧줄을 끊고 자유의 몸이 되었다.


오, 이보게 친구! 사자는 거의 울려고 했다. 자네가 내 목숨을 구해 주었어. 평생 그 은헤는
잊지 않겠네. 자, 같이 가세. 평생토록 편안히 살게 해 줄테니.

아, 뭘 또. 그런 걸 가지고, 아무 것도 아닌데. 상당히 우아한 어조의 생쥐의 말이었다.

하지만 사자는 간절히 부탁했다. 정 그러면 우리 식구들이 감사의 인사라도 할 수 있게 해
줘. 생쥐가 좋다고 하자 사자는 곧 생쥐를 자기 갈기 중에서 가장 푹신푹신한 곳에 앉혀서
숲속으로 달려갔다.


사자의 가족들은 죽은 줄만 알았던 가장이 다시 살아 돌아온 걸 보고 뛸 듯이 기뻐했다.
서둘러 생쥐를 주빈으로 모시고 성대한 잔치를 벌였다.

아뿔싸, 그런데 엉뚱하게도 이상한 데서 일이 어긋났다. 발효한 코코넛 쥬스를 홀짝거린 게
화근이었다. 기분이 알딸딸해진 생쥐가 이 손님 저 손님 붙잡고 막 떠벌리고 다닌 것이다. 저
좀 보세요. 당신이 저 얼간이 한는 꼴을 봤더라면! 저 바보가 글세 힘만 셌지 밧줄에 묶이니까
무서워서 벌벌 떨기만 하더라 이 말입니다. 그랫서 내가 풀어줬지요. 그러니까 완전히 죽을
목숨 하나 살려 준 거죠.


이 말을 들은 사자는 미처 앞 뒤 가릴 것도 없이 그 무시무시한 발을 들어 은인을 내리쳤다.
호떡보다도 더 납작해진 불쌍한 생쥐의 시체는 벌판에 던져져 개미들의 먹이가 되고 말았다.



교훈:그대의 호의를 받아들여 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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