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럼을 많이 타는 내성적인 성격의 들쥐가 어쩌다가 외향적인 성격의 개구리와 친교를 맺게
되었다. 개구리는 좀 가학적인 취미를 가지고 있어서 나쁜 장난으로 친구들을 괴롭히곤 했다.
그런데도 들쥐는 이 개구리와 친한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 성격이 트인 개구리는 발이
넓어 모르는 동물이 없고, 어디든 안 가 본 데가 없고, 무슨 일이든 휙휙 활기차게 만들어 놓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그 개구리가 이런 제안을 해 왔다. 우리, 우정의 표시로 발 하나씩을 함께 묶어 보면
어떨까? 조금은 센치한 이 제안이 들쥐에겐 눈물이 앞을 가릴 정도로 감격적인 것이어서
당연히 찬성이었다.
서로 발을 꽉 묶고 난 들쥐와 개구리는 밀밭에서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이때는 별 문제가
없었다. 한데 일은 그 다음에 벌어졌다. 저녁을 먹고 나서 둘은 산책을 하다가 연못을 하나
지나게 된 것이다. 연못을 보자 개구리는 친구를 달고서 풀쩍 뛰어들었다. 들쥐는 곧장
익사하고 말았다.
하여간에 쥐란 놈들은 죄다 이렇게 멍청하다니까! 개구리는 이렇게 빈정거리면서 물에 빠져
죽은 친구를 떨쳐 버리려고 발을 묶은 끈을 풀기 시작했다. 그 녀석은 내 계획을 계속
장난으로 생각하더라니까.
개구리가 끈 푸는 일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 그만 창공을 빙빙 돌던 매의 시야에 걸려들고
말았다. 자기가 저지른 장난의 희생물 때문에 몸이 부자연스럽던 개구리는 매의 사정권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덕분에 매는 두 가지 고급 요리로 배를 채울 수 있었다.
교훈:적은 고통만을 불러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