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독스 이솝우화

정열적인 비버

별관신사 2013. 6. 2. 07:57

열정적이고 이상주의자인 동시에 이빨도 썩 튼튼한 비버 한 마리가 결혼을 했다. 새로
맞아들인 각시를 위해서 비버는 최대한 신경을 써서 장모와 잘 지내려 하는데, 장모는 그 지역
사회 전체를 통틀어 가장 성질이 나쁘기로 소문난 비버였다. 사위의 성심성의를 따한 노력에도불구하고 장모 비버는 전혀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기회만 있으면 사위

비버를 남을 앞에서 비난하기 일쑤였고, 뿐만 아니라 사위의 소소한 실수까지 남김없이 딸에게일러바치는 것이었다. 엄마의 고자질만 아니라면 딸이 도저히 알아낼 수 없는 그런
시시콜콜한 잘못까지 말이다. 혹시라도 딸과 사위가 다투기라도 하면 그때맏다 장모는
기다렸다는 듯이 저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건달한테 아까운 청춘을 고스란히 바치지 말고 어서따른 데로 떠나자고 딸을 꼬드기곤 했다.


하루는 남편 비버가 독한 감기에 걸려서 꼼짝도 못하고 집에 누워 있게 되었다. 아내 비버는
아파서 누워 있는 남편을 두고 집을 떠나기가 썩 내키지 않았지만, 댐의 긴급 복구공사에
동원되는 바람에 어쩔 수가 없었다. 집을 나서면서 마음이 놓이지 않는 아내가 이렇게 말했다.
엄마한테 집에 좀 들러서 당신을 간호해 달라고 할테니 아무 걱정 말고 몸조리나 잘 하세요.

이 말을 들은 남편 비버는 제발 혼자서 견디게 해 달라고 아내에게 사정을 했다. 하지만
아내는 말했다. 당신이 우리 엄마에 대해서 왜 그렇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엄마가 사실 당신을 얼마나 좋아하고 있는데 그러세요? 그러니 차라리 잘됐잖아요. 이번 기회에 싹 풀어버리고 한 번 잘 지내보세요. 그리하여 아내 비버는 자기 엄마한테
사위를 잘 보살펴 달라고 부탁했다.


장모는 딸네 집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우선 욕부터 해 대는 것이었다. 저런 놈팡이 보게나, 지
여편네는 지금 젊은이들과 함께 댐 복구공사에 불려나가 땀을 흘리고 있는 판에 여기 이렇게

편안히 누워 있다니! 하지만 사위의 체온을 재 보고 나서는 태도가 달라졌다. 아이구, 이런.
자네 정말로 아프구먼. 거기 가만히 있게. 내가 향나무 즙으로 가슴을 문질러 줄테니, 그럼
아마 울혈증세가 좀 가라앉을 거야. 어려워할 것 없네, 내가 누군가? 자네 장모아닌가, 장모.


그래서 비버는 장모가 향나무 즙으로 자기 가슴을 마사지 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처음에는 잘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비버는 차차 치료를 위한 손길이 유혹의 손길로 바뀌어가고 있음을알아차리게 되었다. 소리쳐 사람을 부르자니 이미 늦기도 했고 또 너무 창피한 사건인지라
비버는 장모의 유혹에 그만 굴복하고 말았다. 비버의 독감은 열흘 동안이나 계속되었고 물론
그 열흘 동안 그 곁에서 장모도 사위를 보살폈다.


병이 완쾌되고 나자, 사위와 장모 사이가 이만저만 좋아진 게 아니었다. 아내는 갑자기 그렇게호전되 영문을 모르면서도, 아, 물론 장인도 마찬가지였지낭, 어쩐지 둘 사이가 너무
이상하다는 느낌을 갖제 되었다. 그래서 가끔 남편이 자기 엄마와 너무 친하게 지내지
말았으면 하게 되었다.


교훈:장모를 미워하라. 두 가정이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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