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거미 한 마리가 제우스 신에게 상소를 올렸다. 저의 성적 본능이 발동해서 저의 짝을
찾아야 합니다. 하지만 저는 알고있습니다. 우리 암컷들은 짝을 짓고 나서 우리를 잡아먹는다는것을 말입니다. 짝을 짓는 일이 즐겁게 자살을 하는 방법이라면 또 몰라도 그게 아니라면 뭐가좀 다정하고 영원한 이성간의 관계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하잖습니까? 그 문제를 좀 생각해 봐주십시오.
눈 앞에 있는 저 쪼그만 미물이 말하고 있는 용기에 마음이 움직인 이 신은 그 고민을 해결해
주고 싶어졌다. 그것은 특히, 제우스의 아내 헤라 여신이 자기 남편에 대한 경고가 될 수
있겠다 싶어 이런 짓궂은 꾀를 생각해 내 주었기 때문이었다. 너는 다른 동물의 본능을
아무거나 빌려써도 좋다. 제우스는 말했다. 하지만 잘 생각해서 고르도록 해라. 그래야 너도
좋고 네 이웃도 좋을테니, 나도 본능만은 사실 아무 때나 내 맘대로 못해.
제우스의 주위를 들은 거미가 이렇게 말했다. 다른 생물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해 보면
좋은 수가 나오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하여 거미는 만날 수 있는 모두에게서 조언을
구하였다.
꿀을 빨고 있는 벌을 만난 거미는 벌의 경험담을 들려달라고 부탁했다. 벌의 대답은 이러했다.우리 벌에게 있어서 성이란 왕족과 게으른 몇몇 놈팡이에게만 해당할 뿐이야. 우린 남자들을죽이고 여왕 자신도 태어나는 자기 여자 형제들을 중이거든.
그러니까 우리한테는 성별을 가진다는 것이 살고 죽는 문제인 것 같아. 무성으로 지내는 게어때? 나처럼 일에만 신경을 쓰고 싶으면 말이야.
참, 나도, 괜한 시간 낭비를 했어. 같은 곤충한테 물어보다니. 거미는 혼자 속으로 생각해
보았다. 성이란 엄청나게 복잡한 것이어서, 아마 모르긴 몰라도 지능이 있어야 답이 나오는
문제일 거야. 맞아, 맞고말고. 그러니까 두뇌가 있는 동물을 만나야 해. 아무리 작은 두뇌라도
두뇌가 있는 동물을 말이야.
냇가에 이르러 거미는 연어 한 마리를 마나서 그의 의견을 물어보았다. 성은 대단한 것일
수밖에 없어. 그렇지 않으면 왜 우리 선조들이 그 때문에 목숨을 바쳤겠어? 하지만 내가 직접
폭포를 거슬러 올라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길을 가봐야 알 수 있지, 지금 내 경험으로 말해 줄
수 있는 건 없어.
실망한 거미는 다시 길을 가다가 수탉 한 마리를 만났다. 아마도 암탉들은 저희들 좋은 대로
섹스를 하고 있다고 봐야겠지. 하지만 나는 섹스 때문에 치뤄야 하는 게 많아 나는 내 능력껏
짝을 몇 명이라도 얻어도 되는데, 젊은 녀석이 짝을 하나 얻으려면 나를 때려 눕혀야만 하거든,
그래서 난 항상 내 생명과 아내들을 한꺼번에 잃을까봐 두려움에 싸여 지내야 해.
소득없는 여행에 지친 거미는 다시 제우스 앞으로 돌아왔다. 이런 것 같습니다. 거미는
보고했다. 어디든 성이 있으면 바로 그 옆에 죽음이 있었지요. 먹혀 죽든 맞아 죽든 그건
매한가지니까 그냥 원래 내 본능대로 살겠습니다.
제우스와 작별을 고한 거미는 마음에 드는 짝을 찾아 사랑을 호소하여 그녀를 억도 나서 기쁜
마음으로 사랑하는 자기 짝의 저녁밥이 되었다.
교훈:성과 정의는 모두 맹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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