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독스 이솝우화

조각가와 아프로디테

별관신사 2012. 10. 29. 17:09

한 조각가가 여인상을 만들었는데 어찌나 조각을 아름답게 했던지 자기가 깎은 그 여인상과
그만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그는 하루종일 식음을 전폐하고 그 조각 앞에 앉아서 밤이나
낮이나 고뇌와 열정에 휩싸인 눈으로 그 여인을 응시하는 것이었다. 나서 죽는 우리네 인간
여인에게는 결코 다시 만족을 느끼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깨달은 그 조각가는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에게 빌었다. 그 대리석 조각 여인을 살아 움직이는 사람으로 만들어 달라고 말이다.

절망적인 사랑을 호소하는 그 조각가의 애틋한 마음에 감동한 감상적인 여신 아프로디테는
그의 기도를 들어주어 여인상에다가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다. 완전히 황홀감의 절정에서
조각가는 아프로디테에게 한없는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또 드렸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자기가 여인상에다가 구현한 아름다움을 어떻게 아무 탈이 없이
고스란히 본래 모습 그대로 지키느냐가 말할수 없이 어려운 일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잣신의 우상에게 말했다. 넌 밖에 나가지 말고 집안에만 있어야 해. 아슴푸레하게 창백한 네
뺨에 봄햇볕에 그을리면 안 되잖아. 그리고 또 있어. 내가 너한테 준 섬세한 피부가 저녁
바람에 거칠어질지도 몰라.


이러고도 안심이 안 되었던지 그는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게 했다. 됐어, 그만 먹어. 그
불쌍한 여인이 뭘 좀 입에라도 가져가는 날에는 그렇게 해서 못 먹게 하는 것이었다. 당신이
돼지야? 내가 그렇게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게 돼지란 말인가, 천하의 미인이 아니고? 살이 찌면

어떻게 되는지 알기나 하니? 완전무결한 균형, 조화, 비례가 모두 깨지고 마는 거야. 내
천재성이 유감없이 발휘된 그 절묘한 우아함이 물거품이 된단 말이야.

물론 그는 자기가 창조해낸 아름다움을 그대로 보존하기 위한 일이라면 어떠한 희생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여인이 아무 일도 못하게 했다. 감자 껍질도 못 벗기게 했고, 설거지도
못하게 했고, 마룻바닥에 걸레질도 못하게 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집안일은 전부 자기가
도맡아서 한 것이다.

이런 처지에 놓이다 보니 그 여인은 서서히 자기 주인과 같이 사는 것이 지루해 지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그녀는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에게 기도를 드렸다. 조각가가 사랑하는

건제가 아니라 자기가 만든 작품이에요. 그러니 다시 예전의 조각상으로 돌아가게 해 주세요.
제발 부탁입니다. 아프로디테 여신이시여! 아프로디테는 현명하게도 이 기도를 받아들여 양쪽모두가

만족을 느끼게 해 주었다.


교훈:사랑에 정을 대고 쪼기보다는 대리석에 칼을 대고 새기기가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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