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릴 지브란

죄와 벌에 대하여.

별관신사 2017. 4. 26. 07:13

그러자 이번에는 재판관 한사람이 앞으로 나와 말했다.

저희에게 죄와 벌에 대하여 말씀해 주소서.  그리하여

그는 말한다.  그대들의 영혼이 바람속을 헤메어 다닐


때면  홀로 지켜주는 이도 없는 그대들은 누구에겐가

죄를 짓는다. 그러므로 또한 그대들 자신에게도.

그리하여 이미 지은 죄 때문에 그대들은 천국의 문 앞에


서 아무도 쳐다봐 주는 이 없이 한동안 문을 두드리고

그리고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마치 태양과도 같다. 그대들

의 신적 자아(good self)는 그것은 영원히 더렵혀지지


않는다.  그것은 천공과도 같이 날개 있는 것만이 안아

올린다.  또한 태양과도 같다.  그대들의 신적 자아는.

두더지의 길도 모르며 뱀의 구멍도 찿지 않는다.


허나 그대들의 신적 자아는 그대들의 존재 내부에 홀로

살고있진 않는 것.  그대들 속의 많은 부분은 아직 인간에

불과할 뿐이며 또한 많은 부분은 아직 인간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음을. 다만 스스로 깨어남을 찿아. 잠든 채 안개

속을 헤메는 볼품없는 난쟁이 만이 있을 뿐. 그러니 이제

나는 그대들 속의 바로 그 인간에 대하여 말하려 한다.


죄와 죄에 대한 벌을 아는 이는 안개속의 난쟁이도 그대들의

신적 자아도 아닌 다만 그이기 때문에.  때로 나는 그대들이

죄인에 대하여 마치 그는 그 대중의 한사람이 아니라 전혀


이방인이며 그대들의 시계에 뛰어든 침입자인 듯이 말하는

것을 듣는다.  그러나 내 말하지만 아무리 거룩한 이와

성스러운 이 일지라도 그대들 한사람 한사람 속에 있는


지고(至高)의 것 이상을 오를 수는 없는 것. 그리하여 또한

아무리 악한 자와 약한 자 일지라도 그대들 각자 속의

제일 밑 그 이하로 떨어질 수는 없는 것이다.


하나의 잎도 온 나무의 말없는 이해 없이는 갈색을 변하지

않듯이  죄를 범하는 자도 그대들 모두 숨은 뜻 없이는 범할 수

없는 것이다.  그대들은 그대들의 신적 자아를 향하여 마치


하나의 행렬처럼 함께 나아가는 것이다.  그대들은 길이며

또한 나그네. 그리하여 그대들 중의 누군가가 넘어진다면

그는 뒤에 오는 이들을 위하여 넘어지는 것. 장애물 돌에


대한 경고로써. 그렇다 . 그는 또 앞서가는 이들을 위하여

넘어지는 셈도 된다. 비록 빠르고 확실한 걸음으로 갈지라도

아직 장애물 돌로 부터 멀리 떨어지지는 못한 이들을 위하여.


그리고 이 역시 그러하리라. 비록 이 말이 그대들 가슴에

무겁게 드리울 지라도 . 살해 당한자. 자기의 살해 당함에

책임없지 않으며 도둑 맞은 자. 자기의 도둑 맞음에


잘못이 없지 않음을. 정의로운자. 사악한 자의 행위에 전혀

결백할 수 없으며 정직한자. 중죄인의 행위에 완전 결백할 수

없음을. 그렇다. 죄인이란 때로 피해자의 희생물이다.


그리하여 아직도 때로 죄인이란 죄없는 자의 짐을 지고 가는

자인 것을 . 그대들은 결코 부정한 자와 정의로운 자를 .

사악한 자와 선한 자를 가를 수 없다.  왜냐하면 이들은


마치 검은 실과 흰 실이 함께 짜여지는 듯이  태양의 얼굴

앞에 함께 서 있으므로. 그래 만약 검을 실이 끊기기라도

한다면 직공은 헝겁 전부를 들여다 보아야 할 뿐 아니라

 베틀 역시 검사해야 하는 것이다.


그대들 중 누군가 부정한 아내를 재판하고자 한다면. 그로

하여금 그녀 남편의 마음도 저울에 달게 하고 영혼도 자로

재어보게 하라. 또 죄인을 채찍질 하려는 자로 하여금


죄지은 자의 영혼도 살펴보게 하라. 그대들 중 누군가

정의의 이름으로 벌하려 한다면. 그리하여 악의 나무에

도끼를 대려 한다면 그로 하여금 나무의 뿌리를 살펴보게


하라. 그러면 그는 진실로 선과 악의 뿌리. 열매 맺는 것과

열매맺지 못하는 것의 뿌리는 대지의 말없는 가슴속에

함께 뒤엉켜 있음을 알게 되리라. 그러면 그대들 정의롭게


재판하려는 자들이여. 그대들은 비록 육체적으로는 정직하나

정신적으로는 도둑인 자에게 어떤 판결을 내릴 것인가?

또한 육체적으로 살인자이나 정신적으로는 그 자신이 살해


당한 자에게 그대들은 어떤 형벌을 내릴 것인가? 또 그대들은

어떻게 고발할 것인가? 겉으로는 사기꾼이며  박해자이지만

그 역시 박해받고  폭행당한 자를?


그리고 뉘우침이 이미 저지를 죄보다 더 큰 자들을 그대들은

어떻게 벌하려 하는가?  정의란 그대들이 기꺼이 봉사하는

그 법에 의해 집행되는 정의란 바로 뉘우침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물론 그대들은 죄없는 이에게 뉘우침을 지울수도

없고 또한 죄인의 가슴으로 부터 뉘우침을 빼앗을 수도

없으리라. 요청하지 않아도 뉘우침이란 한밤중에 찿아와


사람들을 깨우고 스스로를 용서하게 하리라.

 그러므로 그대들 정의를 깨닫고자 하는 자여. 이 모든 행위를

충만한 빛속에서 살펴보지 않는 한 어떻게 깨달으려는가?


오직 그때에만 깨닫게 도리라.  의로운 자와 의롭지 못한 자란

소아(小我)의 밤과 신적 자아의 낮 사이 희미한 빛 속에 서 있는

한 사람에게 불과함을.


또한 사원의 주석(柱石)이 결코 바닥에 놓인 가장 낯은 돌보다

높지 않은 것을.



                                                  칼릴 지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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