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독스 이솝우화

캥거루와 새끼

별관신사 2012. 10. 29. 17:01

자기 남편이 한 무리의 사냥꾼들에게 잡혀가 죽은 줄도 모르고 어미 캥거루는 남편이 자신을버렸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렇게도 지조가 없다니! 상상 속의 배신이 가져온 쓰라린 고통을안고 어미 캥거루는 자기 아들한테 이렇게 선언했다. 오, 불쌍한 내 새끼야. 네 아비란 작자는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단다, 가정은지키려는 굳은 결심도 없고

제 자식에 대한 애정도 없으니 말이다. 더 젊고 매력있는 애인한테 가서 재미를 보고 싶다는데
어떡하니? 자기가하고 싶은건 해야지 누가 막겠니? 얘야, 우린 그래도 너한테는 내가 있고 나한테는 내가있으니 걱정마라. 알았지? 그리하여 어미 캥거루는 새끼를 보살피는 데 온몸을 바치다시피 했다. 한동안 다른 어린캥거루들과 나가서 놀게내버려 두기도 했지만,
아이가 몇 녀석한테 놀림을 당하는 광경을 우연한 기회에 보고 나서는생각이 달라졌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자기 주머니에서 좀더 기르는 게 낫겠다 싶었다.아이가 제법 나이를 먹고 나서도 어미 캥거루는 아이에게 제 밥을 스스로 찾아 먹으라고 하지않았다. 오히려 아이를
뱃속에 싣고 이 나무 저 나무 이 풀밭 전전하면서 따먹기 좋은 먹이 앞으로 모시고 다녔다.
아이는 그러니까 힘 하나 안 들이고 어미의 주머니 안에서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이제

그 녀석은 자기 팔자에 썩 만족은 느끼게끔되었고 엄마한테만 푹 빠져 지내다 보니 아무리
나긋나긋한 처녀 캥거루들이 꼬리를 쳐도 본체 만 체 였다.그러나 다 자란 커다란 녀석을 주머니에 넣어 가지고 다닌다는 것이 어찌 힘드는 일이아니겠는가? 급기야 어미

캥거루는 창자가 빠지는 무거운 병에 걸리고 만 것이다. 어미의 죽음으로 받은 충격도
충격이었지만, 혼자서 밥을먹고 살아갈 능력을 미처 터득하지 못한, 이젠 아이가 아닌 어른 캥거루도 며칠 있다가 그만굶어죽고 말았다.


교훈:요람과 무덤은 떨어져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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