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독스 이솝우화

꼬리를 잃어버린 여우

별관신사 2012. 10. 29. 17:03

여우 한 마리가 덫에 걸렸다. 덫을 빠져나오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한 끝에 간신히 자유의 몸이
되긴 했지만 너무
기운을 쓰다 보니 그만 꼬리를 싹둑 잘리고 말았다. 그래서 상처가 아물 때까지 혼자서 굴속에
꼼짝도 안 하고 숨어
있었다. 하지만 상처가 다 낫도 나서도밖에 돌아다니고 싶지가 않았다. 동료 여우들 보기가
창피했기 때문이었다.

꼬리가 없는 걸 보면 걔네들이 날 막 놀리고 난리를 치겠지?
여우는 혼잣속으로 생각해 보았다. 다들 꼬리가 있고 나만 없는 한에는 내 여생이 비참할 수
밖에 없어. 어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그냥 아무도 모르게 숨어 버릴텐데.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끝에 한 가지 꾀를 생각해 낸 여우는 의기양양하게 동료들 틈으로 다시
돌아갔다.
야, 너 어디 있었니? 그동안 안 보이던데. 친구들은 오래만에 돌아온 그 여우를 보자마자
곧장 이렇게 물어 왔다.

응, 성형수술을 종 하고 왔지. 그 여우는 이렇게 말하면서 잽싸게 몸을 돌려 친구들에게 자기
꼬리가 잘린 모습을 보여 주었다. 돈도 엄첨 많이 들고 아프기도 무지무지하게 아팠지만,
그래도 내가 그 힘든 수술을 끝까지 다 견뎌낸 게 대견스러워.

다른 여우들은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이상야릇한 수술을 왜 받게 되었느냐고 물어 오자, 그
여우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교활하게 대답했다. 사실 꼬리라는 게 말이야, 아무 쓸모가 없고 한물 가도 한참 한물 간
옛날 유행이야.
완전히 옛날 고리짝 이야기란 말씀이야. 괜히 꼬리가 있으면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기만 하지
뭐야, 그 뿐인 줄 아니? 집 없는 이, 벼룩, 진드기 같은 놈들의 대피소도 된단 말씀이야.
그런 건 다 좋다고 해. 사실 진짜 중요한 건 말이야, 사냥꾼들이나 사냥개들이 너희를 잡으려고
달려들 때가 문제야. 필사적으로 달려야 하는 순간에 꼬리 때문에 속력이 떨어지게 된다
이거야. 그리고 놈들이 딱 잡기 좋은 손잡이를 달고 다니는 격이지. 여러 말 할 것 없고 한
마디로 꼬리는 보기에도 안 좋고, 생명에도 큰 지장이 돼.

논리정연한 설명에 감동된 여우들은 모두 꼬리를 자르는 데 기꺼이 찬성했다. 그런데 딱 한
마리 늙은 여우가 가로막으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자네가 지금까지 한 말은 저부 사실일
수도 있어. 하지만 말이야. 우리 여자 여우들이 꼬리 없는 우리를 좋아할까?

이 한 마디가 여우들의 결심을 다시 바꾸어 놓았다. 그리하여 그들은 꼬리를 그대로 달고
다니기로 했다.

교훈:성에도 약간의 광고가 필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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