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르의 키탄잘리

타고르의 키탄잘리(신에게 바치는 노래)

별관신사 2013. 5. 30.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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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폐한 사원의 신이여! 비나의 끊어진 현은 더 이상 당신을 찬미하
지 않습니다. 저녁의 종소리도 당신을 위한 경배의 시간을 알리지
않습니다. 당신을 둘러싼 대기는 적막하고 고요합니다.

당신의 쓸쓸한 거처로 떠돌아다니는 봄날의 미풍이 찾아옵니다.
봄바람은 꽃의 물결을 몰고 옵니다. 그러나 당신을 경배하는 꽃은
더 이상 바쳐지지 않습니다.

당신의 늙은 경배자는 여전히 거절당한 은혜를 갈망하며 떠돌고 있
습니다. 땅거미가 지고, 불과 그림자가 어둠의 희미함 속에 뒤섞이
는 시간에, 그는 마음에 굶주림을 간직하고 버려진 사원으로 되돌

아옵니다.
많은 축제의 날들이 소리없이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황폐한 사원의 신이여! 많은 예배의 밤이 등불도 밝히지 못한 채

지나가 버립니다.
많은 새로운 우상들이 교묘한 기술의 대가들에 의해 세워졌다가 때
가 되면 망각의 성스러운 흐름 속으로 흘러가 버립니다.

오직 황폐한 사원의 신만이 영원한 무관심 속에 경배하는 이도 없
이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