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

황금낱알.

별관신사 2016. 5. 3. 13:09

어느 거지가 마을 입구로 구걸을 나갔다. 집집마다 기웃거리며 구걸을
하던 거지는 저만치서 다가오는 황금마차 한대를 발견했다. 눈이 부시도록
화려한 황금마차를 바라보며 그는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왕이 아니면

저런 마차를 탈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미치자 그는 갑자기 희망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그는 이제야 말로 구걸도 끝이라고 단정했다. 틀림없이 저
마차속의 왕은 인자하신 분이라서 보물을 줄 것이라고 믿었다.

이윽고 마차가 멈추면서 왕이 마차에서 내렸다. 왕은 거지에게 인자한 미소를
주며 미소를 지었다. 거지는 마침내 행운이 찿아 왔다고 감격했다 그때
갑자기 왕이 그에게 오른손을 내밀면서 말했다. 그대는 나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가? 거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멍청한 표정이 되어 왕에게
반문했다. 구걸하는 거지에게 무엇을 달라는 말씀입니까? 임금님께서는
설마 농담을 하시는 건 아니겠지요? 그러나 거지는 말을 그렇게 했지만

쭈뼛거리며 자기의 호주머니를 뒤졌다. 그의 동냥자루에는 마음에서 구걸한
얼마의 돈과 갖가지 물건이 들어 있었지만 그는 일부러 호주머니에서
아주 작은 곡식의 낱알 한개를 꺼내어 왕의손바닥에 올려 놓았다.

왕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 곡식 낱알을 소중히 집어들고 돌아갔다.
늧게야 집으로 돌아온 거지는종일토록 구걸한 물건이 가득 찬자루를
방바닥에 쏟아 놓았다. 그런데 그 초라한 무더기 가운데 무언가 반짝거리는

것이 보였다. 자세히 들여다 보니 그것은 낯에 만났던 왕에게 주었던
곡식의 낟알이였다. 그 낟알은 어찌된 영문인지 반짝반짝 빛을 내는 황금
낟알로 변해 있었다. 거지는 너무나 놀란 나머지 방바닥에 털썩 주저 앉았다

그러고는 곧장 울음을 터뜨렸다. 아! 임금님께 나의 전부를 바칠마음을
지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쇼펜하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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