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세의 감정은 결코 좋은 징후가 아니다. 그것을 지닌 사람은 육체적이나
정신적으로 틀림없이 뭔가가 결여되어 있다. 대개 이런 사람은 염세감 따위를
절대로 인정치 않으시는 신과 친밀한 개인적 관련을 갖지 않았거나, 혹은 전혀
신을 믿지 않거나, 둘중 하나이다. 그러한 경우, 도리어 정신적으로 훌륭한
사람이 이따금 염세감에 사로잡히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신에게서도, 동등한 인간과의 사귐에서도, 또 그들 자신의 작업에서도
충분한 만족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들이 정신적으로 뛰어나면
뛰어날수록 그만큼 더 만족을 얻기가 힘든 것이다.
특히 이러한 사람들은 노년에 결코 행복할 수가 없다. 실제로 나는 이러한
사람들이 만년에 우울증이나 발끈하는 성미나 언짢음을 수반하지 않았던 실예를
단 하나도 본 일이 없다. 하기야, 이런 것을 아는 데는 인생의 내면을
뚫어 볼 수 있을 것, 그리고 또 본인에게 불리한 점을 되도록 삭제하는 것이
관습으로 되어 있는 <전기> 내용을 무조건 믿지 않는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