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한 개의 생물이 출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사이에
일어나는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이 태어나고, 개가나고, 말이
생겨난다. 그들은 특유한 육체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특유한 육체가
얼마의 시간동안 살다가 마침내는 죽는다. 그러면 육체는 분해되어 다른
물질로 바뀌고 그 생물은 없어진다. 생명이 있었다. 그리고 없어졌다.
심장은 고동치고, 허파는 숨쉬고, 육체는 분해되지 않는다. 이것이 즉
사람 개 말이 살아있는 일이다. 심장이 고동을 멈추고 호흡이 중단되고
육체가 분해되기 시작한다. 즉 죽음이며 이미 삶이 없는 것이다. 삶이란
출생에서 죽음에 이르는 사이에 동물의 육체에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람의 육체에 일어나는 작용이다.」
이 이상으로 더 명백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간신히 동물적인 상태를
벗어난 극히 조잡한 미개인들은 생명을 늘 그와 같이 보아왔으며, 또
지금도 그렇게 보고 있다. 현재 우리들의 시대에도 자칭 과학이라고
일컫고 있는 학자들의 교의도 생명에 대한 가장 거칠고 원시적인 이
해석을 유일한 진리로 인정하고있는 것이다. 인류가 획득해온 외적(外的)
지식의 수백 가지 기능을 이용한 이 거짓된 교의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이 과거 수천년 동안 긴장과 노고로서 간신히 벗어나온 본래
무지몽매의 암흑으로 다시 한 번 조직적으로 데려가려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들은 자기의 의식으로써 생명의 정의를 내릴 수는 없다. 이 교의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들은 자기 내부에서 그것을 관찰할 때 망설이지 않을
수 없다. 우리들의 의식에 있어서는 행복에 대한 그리움만이 우리들의
생활을 구성하고 있으나 그 행복이라는 관념은 속기 쉬운 환영(幻影)이며,
생명은 이 의식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이 못된다. 생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저 물질적 운동으로서의 그 현상을 관찰해야 한다.
오직 이러한 관찰과 그 관찰에서 이끌어 나온 법칙에서만이 우리들은 생명
그 자체의 법칙과 인간생활의 법칙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그릇된 학설은 그 인식에 의해서 자기가 알고 있는 인간의
모든 생명의 개념에다가 그 눈에 보이는 일부분―동물적 존재―을 주워
맞춰서 눈에 보이는 그 현상들을 처음에는 동물로서의 인간에서, 다음에는
일반 짐승에서, 나아가서는 식물에서 연구하기 시작하여 그 사이에
끊임없이 우리들은 두 셋의 삶의 현상을 연구함이 아니라, 생명 그 자체를
연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 관찰이 아주 서투르고
갖가지이며, 맞지 않는 데다가 그것에 소비된 시간과 노력이 대단했으므로
사람들은 점점 대상의 일부를 대상 그 자체로서 간주했던 근본적 오류를
잊고서 마침내는 물질이나 식물이나, 동물의 눈에 보이는 특질을 연구하는
것이 생명 그 자체―의식에 의하여서만이 사람에게 알려지는―의 연구라고
끝내 확신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은 마치 그늘 속에서 무엇을 보여주고는, 보는 사람이 당하는
미오(迷誤)상태를 내내 유지해 나가려고 하는 것 같은 일이 실행되고 있는
것이다.
「조금도 다른 쪽을 보아서는 안됩니다」하고 보여주는 자가
말한다.「반영(反映)이 나타나는 쪽 밖에는, 특히 물체 그 자체 쪽을
보아서는 안되오. 왜냐하면 물체라는 것은 본래 있는 것이 아니니까. 있는
것이라곤 오직 그 반영뿐이니까.」
이것은, 대중에게 영합하려는 현대 과학들의 거짓된 과학이 인간의 의식
속에서만 계시되는 행복에 대한 희구(希求)를 무시하고 인생을 검토하려고
할 경우에 하고 있는 것이다. 행복에 대한 희구와는 관계없는 인생의
정의로부터 직접 출발해서 거짓된 과학은 모든 생존의 목적을 관찰하고,
거기에 인간과는 관계없는 목적을 발견해서 그것을 사람들에게 떠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외적 관찰에 의해서 생존물들의 목적으로 열거된 것은 자아의
개성 보존이며, 자기의 형태 보존이고, 같은 종류의 산출이며, 생존을
위한 투쟁이다. 그리고 이 가장 공상적인 삶의 목적이 인간에게 또
떠맡겨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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