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老子)

巧 用

별관신사 2014. 8. 7. 05:00
善行無轍迹,
善言無瑕?,
善數不用籌策.

잘 가는 걸음은 자국을 남기지 않고,
잘하는 말은 허물이 없고,
잘하는 셈에는 산가지를 쓰지 않는다.

善閉無關楗, 而不可開,
善結無繩約, 而不可解.


잘 잠그는 사람은 문빗장 없이도 열지 못하게 하고,
잘 묶는 사람은 밧줄 없이도 푸지 못하게 한다.


是以聖人常善救人, 故無棄人,
常善救物, 故無棄物.
是謂襲明.


그런고로 도를 터득한 성인은 노상 모든 사람을
잘 살려 쓴다. 고로 아무도 버리지 않는다.
모든 물건을 잘 살려 쓴다. 고로 아무것도 버리지
않는다.
이것은 [습명(襲明)]즉 밝은 지혜를 간직함이라 한다.


故善人者, 不善人之師,
不善人者, 善人之資.
不貴其師, 不愛其資, 雖智大迷,
是謂要妙.

그런고로, 착한 사람은 착하지 못한 사람의 스승이고,
착하지 못한 사람은 착한 사람의 거울이라 하겠다.
스승을 높이지 못하거나 제자를 사랑하지 않으면 <즉
겸허하지 못하면>, 비록 안다고 해도 크게 미혹될 것이다.
이러한 것을 바로 요묘(要妙), 즉 오묘한 도리라 한다.






전체적으로 선(善)의 경지를 밝혔다. 물론 최고
의 선은 무위자연의 경지다. 무지, 무언, 무욕, 무위
무치하지만, 모든 것이 스스로 있고, 스스로 되는
경지다. 이 경지를 여러 가지 항목으로 설명했다.

<잘 가는 걸음은 자국을 남기지 않고>, 모든 일을
잘하는 사람은 무위자연의 도를 따른다. 따라서 하
등의 흔적도 남기지 않을 것이다. [행(行)]은 간다,
또는 도를 행한다, 또는 정치를 다스린다 등 광범한
뜻이 있고 따라서 철적(轍迹)도 각기 상징하는 뜻이
달라질 것이다. 이하도 다같이 여러 가지 상징적인
많을 뜻을 내포하고 있다.

<잘하는 말은 허물이 없고>, 침묵은 금이고 웅변은
은이라고 한 뜻과 같다. 하늘은 말하지 않고 만물을
키우고 우주를 운행한다. 말이 없어야 흠이 없이 창
조되고 운행된다. <잘하는 말>은 바로 무언(無言)이다.
또 정치를 예를 들면 호령이나 법령 없는 정치다.

<잘하는 셈에는 산가지를 쓰지 않는다.> 술책이나
계략은 인간적 간교(奸巧)에서 나오는 것이다. 가장
좋은 수(善數)는 하늘이 쓰는 수다. 아무것도 쓰는
게 없으면서 만물을 생육화성시키고 있다.

<잘 잠그는 것, 잘 묶는 것>을 다른 예로 들면 인
간적 차원이나 현세의 정치로써 남을 자기 울타리 안
에 가둬두거나, 남의 마음을 묶어두는 것이 아니다.
무위자연의 도나 하늘은 아무 제한도 하지 않고, 또
아무것도 묶어두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것이 도에서
이탈되거나 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러한 경지가
바로 문빗장 없이도 열지 못하게 하고 밧줄 없이도
풀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상과 같이 도는 무위하지만, 모든 것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도를 터득한 성인도 모든 사람의 본성
과 재질을 활용하고, 만물을 이용해야 한다.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모든 사람과 모든 것은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 도나 하늘은 모든 것을 포용하고 키운다.
이러한 경지를 터득하는 것이 바로 습명(襲明)이다.

다음으로 인간들은 상대적 존재다. 선생이나 제자가
상호 의존적 존재이며 그 가치는 뒤집어보면 서로가
같게 마련이다. 여기서 노자는 [사, 자 (師, 資)]
라는 말을 썼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는 임금과 백성의
경우도 같다. 백성이 없으면 임금도 있을 수 없다.
임금이 귀한 것은 백성을 잘 살게 해 주는 일원적
가치 위에 있기 때문이다. 일원적 가치 그것은
바로 도다. 이러한 노자의 생각은 부분적으로는 맹자
(孟子)의 민귀군경(民貴君輕)과 서로 통한다 하겠다.
(물론 노자는 귀하다, 경하다는 가치판단마저도 거
부하고 있다).

끝으로 도를 따라 겸허하지 못하면 아무리 인간적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어도 미망(迷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이러한 도리를 요묘(要妙)
라 했다. 서구적 특성은 표면을 직선적으로 전진하
기만 한다. 따라서 그들은 본질에서 자꾸 멀리 떨어
지기만 한다. 그러나 요묘를 터득한 동양식 특성은
속에 머물고 돌면서 오히려 핵심과 전체와 영원한
본질과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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